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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고지서 못 받아 신상정보 미제출 억울해” vs 대법원 “법률 부지 탓”

확정판결 후 검찰청서 DNA 검사, 보호관찰소서 성폭력치료강의 수강 모두 이행한 피고인 그런데...

2014-12-08 22:55:23

[로이슈=신종철 기자]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확정판결을 받은 남성이 유죄판결 확정 후 지체 없이 검찰청에서는 DNA 검사를, 보호관찰소에서는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모두 이행했다.

그런데 대법원이 보낸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고지서를 받지 못해 경찰서장에게 신상정보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항소심은 안내 고지서를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해 이 남성에게 신상정보 제출의무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에 따르면 70대인 A씨는 2011년 6월 여자 청소년의 엉덩이를 만져 강제로 추행한 혐의(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을 거쳐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상고 기각 판결로 확정됐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은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는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40일 이내에 신상정보를 자신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경찰서장에 제출해야 한다.

만약 등록대상자가 이를 위반해 정당한 사유 없이 신상정보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인 2012년 3월 29일부터 40일 이내에 신상정보를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지 않았다”며 A씨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또 기소했다.

1심인 대전지법 형사9단독 강건 판사는 2013년 1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100만원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유죄판결 확정 후 지체 없이 검찰청에서는 DNA 검사를, 보호관찰소에서는 성폭력치료강의 수강을 모두 이행한 점, 피고인에게 대법원에서 발송한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고지서가 제대로 송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범행 경위를 참작할 만하고 죄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씨는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음을 안내하는 내용의 고지서를 송달받지 못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일 뿐이므로, 피고인의 고의적인 의무불이행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며 항소했다.

피고인 “고지서 못 받아 신상정보 미제출 억울해” vs 대법원 “법률 부지 탓”이미지 확대보기
이에 대해 항소심인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권희 부장판사)는 2013년 11월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의 확정일로부터 40일 이내에 신상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적법하게 고지 받았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그 제출의무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정문에서바라본청사
▲대법원정문에서바라본청사
대법원 제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11월 27일 성범죄 확정 판결 이후 신상정보를 주소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2013도15164)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등록대상자가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에 부담하는 신상정보 제출의무는 아청법에 의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고, 등록대상자인 피고인이 법규에서정한 신상정보 제출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는 등의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해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또 “대법원이 보낸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고지서가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않는 등으로 신상정보 제출의무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 구 아청법 제52조에서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무죄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대법원이 보낸 신상정보 등록대상자 고지서가 피고인에게 송달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신상정보 제출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봐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구 아청법이 정한 신상정보 제출의무 및 법률의 부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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