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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딸이 부모 집 받고 생활비 줬다면 주택연금 성격…증여 아닌 ‘매매’

성동세무서장이 부과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A씨 승소

2014-11-09 19:15:36

[로이슈=신종철 기자] 부모의 유일한 재산인 아파트를 넘겨받았는데, 부모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채무를 대신 갚고, 매월 생활비를 부모에게 줬다면 ‘증여’가 아니라 ‘매매’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여)씨는 2010년 6월 어머니 소유의 서울 노원고 하계동의 아파트(부동산)에 관해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런데, 성동세무서장은 이를 직계존비속 간의 증여로 봐 2012년 2월 A씨에게 증여세 2166만을 결정 고지했다.

이에 A씨가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은 “A씨가 어머니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으면서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어머니의 채무액 6200만원을 상환했으므로 이를 증여재산가액에서 차감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증여세를 922만원으로 책정했다.

A씨는 실제로 아파트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어머니의 채무액 6200만원을 상환했고, 2007년 10월부터는 매월 120만원의 생활비를 지급해 왔다. 이에 A씨는 “어머니 아파트를 증여받은 것이 아니라 매수한 것이므로 증여세 처분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실제로 매매계약서도 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2013년 7월 A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2012구합40728)에서 “피고는 원고에 대해 한 증여세 922만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어머니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했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는 A씨가 어머니의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 채무를 변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어머니는 자신의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고, A씨의 아버지는 A씨로부터 지급받는 돈 외에는 정기적인 수입이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부모의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파트가 여러 차례 강제집행, 압류, 가처분 등의 대상이 되는 등 부모의 주거가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원고는 자신이 아파트를 매수하되 부모가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도록 하고 어머니에게 정기적으로 금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할 실질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는 늦어도 2007년 10월부터는 매월 120만원을 지급했는데, 이는 원고가 부동산에 관해 가등기를 경료한 시점보다도 2년 이상 앞선 시기인 점과 원고가 지속적으로 금원을 지급한 것을 피고의 주장과 같이 단순히 부모를 부양하는 미풍양속이나 부양의무만을 이행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와 같은 거래는 아무런 대가관계가 없는 단순한 증여라기보다는,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동안 연금방식으로 매월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딸이 부모 집 받고 생활비 줬다면 주택연금 성격…증여 아닌 ‘매매’이미지 확대보기
이에 성동세무서장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곽종훈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성동세무서장의 항소(2013누25056)를 기각하며 A씨의 손을 들어 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부모는 별다른 수입이 없는데다가 아파트 이외 다른 재산이 없는 상태여서 다액의 채무를 변제할 자력이 없었고, 이로 인해 원고가 여러 차례 부모의 채무를 대신 변제한 점, 부모는 아파트가 여러 차례 강제집행, 압류, 가처분의 대상이 되는 등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고 원고로부터 여러 차례 도움을 받게 되자 원고에게 아파트를 넘기게 된 것으로 보이고, 원고로서도 부모의 주거인 아파트가 경매 등으로 타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유 명의를 넘겨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또 “등기부상 어머니는 원고에게 매매를 원인으로 이전한 점, 원고는 적어도 2007년 10월경부터는 매월 120만원씩을 지급했고 이는 아파트에 관해 가등기를 경료한 시점보다도 2년 이상 앞선 시기인데, 원고가 출가한 딸이고 남편과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상태이며 상당한 정도의 수입도 있었던 반면 다액의 채무도 부담하고 있었던 원고의 가족관계, 수입, 재산상태 등을 감안하면 120만원의 지급을 단지 부모에 대한 부양의무의 이행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 아파트는 부모의 유일한 재산인데, 2명의 아들이 아니라 출가한 딸인 원고에게 무상으로 이전할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점, 원고가 어머니와 딸의 관계임을 감안하면 비정상적이라거나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 점 등을 종합하면 보면, 원고가 어머니로부터 증여 즉, 무상 또는 현저하게 저렴한 대가를 받고 아파트를 이전받은 것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비록 양도인이 어머니이지만 취득 전후를 통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매수한 것이거나 적어도 부담부증여로 취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성동세무서장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10월 15일 A씨가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성동세무서의 상고가 적법하지 않다며 심리불속행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심리불속행은 형사사건을 제외하고 대법원이 본안 심리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기각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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