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전용성 기자] 법원이 수차례 죽여 달라고 부탁한 동거녀를 베개로 짓눌러 질식으로 살해한 30대 정신지체 장애인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조울증을 앓고 있는 정신지체 3급인 A씨는 지난 4월경 15년 전 연인사이였던 B(여)씨의 동거요청을 받고 부산 연제구에 있는 모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런데 A씨는 그 때부터 B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살기 싫다. 죽여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됐다.
A씨는 분열정감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지난 4월 14일 B씨의 부탁을 받아들여 수면제 성분이 포함된 알약을 먹게 한 다음 잠이 들자, B씨의 목을 조르고, 베개로 얼굴을 덮은 채 짓눌러 질식으로 숨지게 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촉탁살인 혐의로 기소했고,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권영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배심원들의 평결과 양형의견을 존중해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해달라는 검찰의 청구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동거하던 피해자의 부탁이 있었다고는 하나,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가 마음을 되돌리도록 설득하거나 적어도 부탁을 거절함으로써 범행에 이르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수면제를 구해오고, 베개로 피해자의 얼굴을 누르는 등 매우 적극적인 방법으로 범행에 나아갔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그 무엇보다도 존귀하고 어떠한 경우에라도 보호받아야 할 절대적인 가치인 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지울 수 없는 상처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법정에서도 피고인의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구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에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범행 직후 수사기관에 자수한 점, 정신지체 3급의 장애인이고 현재 분열정감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모두 유죄 평결을 내렸다. 양형 의견에서는 배심원 4명이 징역 5년, 2명이 징역 4년, 2명이 징역 3년6월, 1명이 징역 1년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