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대법관 재임 중에 판결한 사건을 퇴임 후 변호사로서 수임해 변호사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고현철 전 대법관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도 징계를 받았다.
대한변협(협회장 위철환)은 지난 13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변호사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 고현철 전 대법관에게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의결했다.
고현철 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장을 담당했던 행정사건과 기초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민사사건을 수임해 변호사 윤리규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변호사법 제31조 1항 3호는 변호사가 공무원으로 재직시 취급한 사건을 변호사로서 수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113조는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현철 전 대법관이 변협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면 30일 이내에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이의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변협의 징계 결정을 취소하고 스스로 징계 결정을 해야 한다.
반면 이의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하면 기각해야 하는데, 고 전 대법관이 법무부 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면 90일 이내에 행정법원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미지 확대보기▲참여연대가2012년4월서울중앙지검에제출한대법관출신고현철변호사고발장(사진=참여연대)
사건은 이렇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정국정씨는 LG전자 사원으로 근무하다 알게 된 사내 비리를 1996년 사내 감찰팀에 신고했다. 그런데 정씨는 이후 승진누락과 왕따 메일 등의 보복을 받다 2000년 해고된 공익제보자라는 게 참여연대의 설명이다.
엘지(LG)전자에서 해고된 정국정씨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2003년 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대법관으로 재직한 고현철 대법관은 2004년 2월 정씨의 행정소송 상고심 재판장으로서 정씨에 패소 판결하며 상고를 기각했다.
아울러 정국정씨는 LG전자를 상대로 ‘해고 무효확인’ 소송(민사소송)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2009년 2월 대법관을 퇴임한 고현철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2011년 2월 이 민사소송의 상고심 사건에서 LG전자 담당변호사로서 지정됐다.
이후 대법원은 2011년 3월 24일 정국정씨에 승소 결정한 서울고법 판결을 뒤집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에 정국정씨는 참여연대에 대법관 출신 고현철 변호사의 변호사법 수임제한 위반에 대해 제보했다.
자료를 검토한 참여연대는 “2개 재판 모두 정국정씨의 해고 정당성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어서 실체 및 쟁점이 동일한데, 행정소송 재판장이었던 고현철 대법관이 퇴임 이후 민사소송에서는 변호사로서 엘지전자 소송대리인이 된 것은 변호사법 수임제한 규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이로 인해 당사자인 정씨가 받은 피해가 극심하다고 보고 2012년 4월 고현철 변호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고발 이후 1년6개월 만인 2013년 10월 서울중앙지검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고현철 변호사에 대해 ‘혐의 없음’을 처분을 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참여연대의 항고를 받아들여 지난 3월 고현철 전 대법관에 대해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지난 7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 된 대법관 출신 고현철 변호사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