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질 않을 계획”이라며 “감청요구에 불응한 법적 책임이 있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달게 받겠다”고 파격적인 발표를 했다.
이에 김진태 검찰총장은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초법적 발상’이니, ‘실정법을 위반하겠다는 것이냐’ 라는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그럴까?
이석우 대표가 ‘감청영장 집행 불응’이라고 말하니 마치 검찰과 법원 즉 사법체계에 엄청난 반기를 드는 것처럼 거창해 보인다. 하지만 그 속뜻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추측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법원이 발부한 감청영장을 가져와도, 다음카카오에는 감청설비가 없어 실시간 감청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으니, 가만히 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종전에는 실시간 감청이 안 되는데도 감청영장집행에 다음카카오가 서버에 저장된 2~3일치 자료(대화내용)를 건네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협조했는데, 그건 압수수색영장으로 가능한 일이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인 듯하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감청은 감청영장을 발부받은 이후, 즉 미래에 이뤄지는 내용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인데, 종전 다음카카오에서 이뤄진 감청영장에 의한 집행은 과거의 내용 즉 서버에 저장된 것들을 들여다 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실제로 감청영장의 집행을 거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음카카오의 문을 열어주는 정도의 소극적인 방식으로 협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기관이 직접 감청해 가져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압수수색영장은 종전처럼 협조하겠지만, 다음카카오에는 실시간 감청설비가 없어 감청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정보 제공이 가능한 일까지 종전처럼 압수수색 성격의 감청영장에는 적극 협조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불응’으로 포장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석우 대표의 발언이 무슨 뜻인지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법률적 의미를 진단했다. 특히 최근까지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구태언 변호사가 간명하게 설명해줬다.
먼저 ‘카카오톡 사찰(검열)’ 논란으로 해외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사이버 망명’ 대열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이석우 대표의 발표로 다음카카오는 일단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무슨 말이냐면, 다음카카오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어 보인다.
일단 고객인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대화내용(개인정보)을 검찰에 넘기며 협조했다는 ‘배신’ 분위기에서, ‘감청영장집행 불응’이라는 강경한 모습으로 검찰을 당황하게 만들며 검찰에 맞서는 ‘고객보호’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며 여론을 환기시키는데 조금이라도 적중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석우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6시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여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날인 14일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에 따른 신주 4300만 주가 추가로 한국거래소 코스닥에 상장되는 날이었다. 그러면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서는 날이었다. ‘카톡 사찰(검찰)’ 파문으로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석우 대표의 이런 발표는 진정제와 같은 약발을 톡톡히 하며 유효했다고 보여 진다.
그런데 여기서 짚어볼 대목이 있다. 이날 이석우 대표는 발표문에서 ‘감청영장집행 불응’이라는 강경한 표현을 보이면서도, 압수수색영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압수수색영장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에 주목했다.
조국 교수는 14일 페이스북에 “통신 종료 후 서버에 저장된 대화에 대해선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다”며 “카톡이 이 압수수색영장까지 거부할 생각은 없는 듯한데, 공식입장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석우 대표가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질 않을 계획”이라며 “감청요구에 불응한 법적 책임이 있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달게 받겠다”고 밝힌 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 마디로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그냥 법대로 하겠다는 원론적인 의미로 보면 된다. 그럼에도 다음카카오는 뒤늦게나마 고객보호를 위한 ‘전사’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크게 기여했다.
일단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법률적으로 감청설비를 갖춰야 할 의무가 없다. 이에 다음카카오가 줄곧 “감청설비가 없어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며, 즉 ‘안심하라’는 입장을 밝혀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실시간 감청은 아니지만, 서버에 저장된 자료는 건넨 것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의 “10월 7일 이후 감청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기본적으로 10월 7일 이전까지는 감청영장 집행에 응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다음카카오는 2013년 상반기에 36건의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집행 요청을 받아 91% 처리해 줬다. 하반기에도 50건의 감청영장에 대해 96% 처리해줬다. 2014년 상반기에는 61건의 감청영장에 대해 93% 처리해줬다. 다시 말해 감청영장집행에 대해 거의 대부분 응했다.
그런데 반대로 ‘감청설비가 없어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하다’는 다음카카오에서 어떻게 이런 감청영장집행 결과가 나온 것일까. 실제로 카카오톡에 대해 ‘감청’을 한다면 카톡방에 검찰이 몰래 접속해서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감청설비가 없는 상황에서는 ‘실시간 감청’이 이뤄질 수 없다.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다. 변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압수수색영장이 아닌 감청영장을 갖고 압수수색영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정보(대화)를 취득하고, 이에 다음카카오가 적극 협조한 것이다.
검사 출신 금태섭 변호사는 14일 페이스북에 “카톡의 경우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제3자가 몰래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카톡에서는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제시하면 (이미 이루어진) 2~3일간의 대화 내용을 모아서 제출해 왔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금 변호사는 “대법원은 이미 송ㆍ수신이 끝난 자료를 나중에 수사기관이 제출받아 보는 것은 ‘감청’이 아니라고 한다”는 판례를 언급하면서 “현재 카톡에 대해 이루어지는 방식, 이미 송수신이 완료돼 보관 중인 대화내용 2~3일치를 모아서 압수수색 하는 방식은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을 발부받아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 된다”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는 “현재처럼 2~3일치를 모은 대화내용을 압수하는 것이 감청영장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면, 수사기관은 2~3일에 한 번씩 그때그때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청영장을 한번 받아서 계속 대화내용을 제출받아 왔다면, 적어도 대법원의 판단과는 다른 관행이라고 할 수 있고, 보기에 따라서는 잘못된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변호사는 그러면서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이사가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고 한 취지가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만, 일단은 이런 식의 압수수색은 거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리하면 이번 감청영장집행은 위법하게 보일 수 있는 잘못된 관행에 따른 압수수색영장과 같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이석우 대표가 실시간 감청이 불가능함을 전제로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공표해도 다음카카오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는 일이다. 물론 이런 감청영장집행을 거부한다고 해서 불법이 아니기에 이석우 대표가 처벌받을 일도 없을 것으로 보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 마디로 법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다음카카오가 처음부터 이런 감청영장집행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도, ‘사이버 망명’의 확산으로 다음카카오가 위기에 처하자 지금에 와서 뒤늦게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마치 고객보호를 위한 ‘전사’ 이미지를 구축한 것으로 해석된다.
◆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였던 구태언 변호사가 이석우 대표 발언 간명하게 정리
실제로 지난 10일까지 다음카카오 고문변호사로 활동했던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가 15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석우 대표 발언의 내용을 간명하게 정리해 줬다.
신율 진행자가 “이석우 대표가 본인이 책임을 지고 감청영장을 거부하겠다고 했는데요. 수시로 감옥에 가겠다는 뜻인지, 잘 모르겠다”라는 질문을 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 출신인 구태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영장에 협조한다는 것은 영장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나아가서 어떤 설비까지 갖춰서,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영장집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감청은 원래 감청설비를 갖추어야만 할 수 있는데, 감청설비를 구비할 법적의무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휴대전화 같은 경우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사에 감청설비가 없기 때문인데, 왜 없느냐? 법에서 구비할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 변호사는 “마찬가지로 카카오도 감청설비를 구비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감청에 대한 협조라는 것은, 실시간 감청은 (카카오에 감청설비가 구비되지 않아) 불가능했다”며 “(그래서) 감청영장을 발부받아서 가져온다고 해도, 그것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도록 협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그래서 (카카오톡에서) 어떻게 협조를 했냐면, 시간이 지나면 3일에서 최대 1주일 간 저장이 되는 기간이 있는데, 그것을 사후적으로, 1주일 단위로 끊어서 협조했던 것”이라며 “그것은 감청영장의 본질적인 집행방법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 금태섭 변호사의 지적과 진단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구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러니까 그러한 (감청)영장집행에 대한 협조를 중단하겠다고 보면, 법을 위반하고, 법에 대응하겠다고 해석하는 것은 오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거듭 “이석우 대표가 영장 협조를 거부한다고 했는데”라고 질문하자, 구태언 변호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이석우 대표가 발표한) 보도자료 원문하고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뽑은 것에는 의미 차이가 조금 있는데, 대한민국 기업의 대표가 법을 거부하겠다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구 변호사는 “지금까지 말씀드린 대로, 감청영장의 경우에 한해서, 그러니까 실시간 정보 제공의 방식으로 감청영장에 협조해야 하는데, 그것이 (감청설비가 구비돼 있지 않아) 불가능하니까 협조가 안 됐는데, 지금까지는 압수수색 방법에 준해서 제공을 했던 것인데, 이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으니까, 그러면 법대로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신율 진행자가 “그런데 법대로 하겠다는 뜻이면, 왜 ‘모든 법적 책임은 자신이 지겠다’고 한 건가요?”라고 물었다.
구태언 변호사는 “일단 영장은 협조하거나 비협조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비협조에는 소극적 비협조와 적극적 비협조가 있는데, 적극적 비협조는 수사기관의 출입을 방해하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일종의 공무집행방해 상황”이라며 “그런데 소극적 비협조는 가만히 있는 것이다. 통신비밀보호법에는 적극적인 협조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그건 비용이 발생하고, 설비를 구비해야 한다. 그렇다면 소극적 비협조는 불법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율 진행자가 “가만히 있으면 된다?”라고 묻자, 구태언 변호사는 “네, 영장을 가져오면, ‘우리는 감청을 해드릴 설비가 없으니까 도와드릴 방법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 소극적 비협조”라며 “그것을 불법이라고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일부 법조인들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태언 변호사는 그러면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금까지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협조하겠다는 것이 이번 기자회견의 내용”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했다.
조국 교수가 압수수색영장은 어떻게 할지에 대해 궁금해 했던 것처럼, 다음카카오는 2013년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요청 건수는 2676건이나 된다. 또 2014년 상반기에도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요청건수는 무려 2131건이나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치대로라면 올해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요청 건수는 4000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다음카카오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지난 10일 자로 그만둔 것에 대해 구태언 변호사는 “제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에서 네티즌들이 저에게 질문이 들어온 것에 답을 했는데, 답변의 전체적인 취지가 언론에 과장되게 전달됐다. 그것이 회사 측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고, 그래서 제가 자문위원은 그만두는 것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지난주 화요일 카카오가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 점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저는 진솔한 사과를 하면서, 그 동안 압수수색영장에 협조해 왔던 것을 모두 밝혔는데, 거기에 대해서 믿지 않으면서 계속 사과를 하라는 일부 언론보도들이 있었다”며 “그래서 저는 고문변호사로서 답답한 마음에, ‘이미 모든 것을 밝히고 사과 했는데, 무엇을 더 사과하라는 것이냐’라고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이야기를 한 것인데, 마치 그것이 카카오톡 이용자들을 상대로 비난을 한 것으로 왜곡돼 보도됐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