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종합) 형사법학자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일 카카오톡에서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에 놀라 “처벌을 받더라도 감청영장 집행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 다음카카오에 대해 안이했던 태도를 지적하며, 특히 압수수색영장도 거부할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조국 교수는 또 “카카오톡 사태의 출발점은 ‘대통령 모독’ 처벌 운운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며 “검경(검찰과 경찰)은 대통령의 심기경호에 나서 사이버 사찰을 일삼았고, 카카오톡은 아무 생각 없이 이에 협조했으며, 법원은 영장발부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으며 “잘들 한다!”라고 질타했다.
조국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카카오톡, 감청영장 거부 선언. 마구 (대화 정보) 내주다가 비판받으니 완전 닫는다고?”라며 “그렇다면 유괴 혐의자의 카톡 대화 감청영장도 거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조 교수는 특히 “통신 종료 후 서버에 저장된 대화에 대해선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된다”며 “카톡이 이 압수수색영장까지 거부할 생각은 없는 듯한데, 공식입장을 알고 싶다”고 다음카카오의 입장을 궁금해 했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는 왜 다음카카오가 압수수색영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공식입장을 궁금해 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기본적으로 공무집행방해는 차치하고, 법조계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압수수색영장을 받게 되면 사실상 감청 영장을 받는 것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통계 정보가 있다.
카카오톡이 밝힌 정보제공 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 감청영장(통신제한조치) 요청 건수는 86건이다. 그런데 2013년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요청 건수는 무려 2676건이나 된다. 올해 상반기에도 감청영장에 의한 요청 건수는 61건이지만,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요청건수는 무려 2131건이나 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수치대로라면 올해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요청 건수는 4000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카카오는 그동안 어떤 입장을 발표해 왔을까. 이를 짚어보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2일 “어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카카오톡 3000명 검열 또는 사찰과 관련해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며 “카카오톡은 실시간 검열을 요청받은 적도 없으며, 영장 요청이 있어도 기술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는 “부가통신사업자로서 법체계를 존중하며 따른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범위에 한해 존재하는 자료 외에는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과’와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그러다가 카카오톡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에 휩싸인 이용자들이 해외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 대열이 줄을 잊자, 지난 8일 다음카카오는 사과문 형태의 입장을 발표하며 자세를 조금 낮췄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톡 ‘압수수색영장’ 및 ‘통신제한조치’에 대해 많은 질타와 우려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서,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다보니, 마치 저희가 감청 요청과 그에 대한 처리에 대해 부인하는 듯한 인상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특히 “앞서 ‘통신제한조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며 “저희는 법원에서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과 더불어 ‘통신제한조치’에 대한 집행을 요청 받고 있고, 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로서 통상적 절차에 따라 요청 내역을 제공해 왔다”고 인정했다.
다음카카오는 “통신제한조치 요청에 대해 ‘실시간 진행 중인 통신’을 실시간으로 수사당국에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 검열’은 불가능하지만, ‘통신이 완료된 상태’에서 통신내용을 제공해 왔다”고 말했다.
다음카카오는 “하지만, 이용자들의 많은 질타를 받으면서, 이용자 신뢰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고 소임임을 깨닫게 됐다”며 후속 조치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사이버 망명’은 계속됐고, 주가가 떨어지며 크게 악영향을 미치자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절절하게 사과하면서 “감청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감청요구에 불응한 법적 책임이 있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석우 대표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감청 영장에 대해, 10월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질 않을 계획”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보안을 철저히 하고, 관련 법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고 인정하며 “카카오톡을 아껴주신 사용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빨리 깨닫지 못하고, 최근 상황까지 이른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최근 여러 논란에 대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본인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이런 입장 발표 후 “감청영장에 불응해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개인적인 결정인가”라는 질문에 이석우 대표는 “감청요구에 불응한 법적 책임이 만약 있다면 대표이사인 제가 달게 받겠다”며 “이 부분이 개인적인 각오라기보다는 다음카카오 내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대표를) 맡아도 이 부분은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