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세월호 희생자 추모를 위한 평화행진 때 경찰에 가로막혀 채증을 당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이 지난 2일 헌법재판소에 집회ㆍ시위 채증활동의 근거인 경찰청 예규 ‘채증활동규칙’ 제2조에 대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먼저 채증활동규칙 제2조에서 ‘채증’이란 각종 집회ㆍ시위 및 치안현장에서 불법 또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을 촬영, 녹화 또는 녹음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돼 있다.
연세대 로스쿨 학생들은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란 불확정 개념으로서 내용이 지나치게 막연해 의미를 추정할 수밖에 없어 위헌이고, 이는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남용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한 “채증이 광범위하게 행해짐에 따라 집회에 자유의지로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헌법에 보장된 초상권과 자기정보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채증된 자료에 대한 삭제나 정정요구를 할 수 있는 아무런 절차적 권리가 없어 인권침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따라서 경찰청 예규 채증활동규칙 제2조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초상권,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민후(28)씨 등 로스쿨 학생 4명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헌법소원 청구서를 통해 이번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김민후씨 등은 지난 8월 29일 연세대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세대 재학생, 졸업생, 교수 도보행진’ 행사에 참가했다. 서울 신촌동 연세대 정문에서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유가족 단식농성장’까지 인도로만 행진하는 평화행진이었다.
행사는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120명의 학생 및 교수가 참여해 진행됐는데, 참여자들이 도로를 무단으로 점거하지 않았고, 주최측의 안내에 따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등의 구호만을 외치며 도보로 이동했다.
이 행사는 미신고 집회였지만, 집회 주최자인 연세대 총학생회는 사전에 시위의 목적과 방법을 언론 등에 알렸고, 당시 안내하는 경찰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그런데 문제 상황은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200여명의 종로경찰서 소속 기동대 대원들이 학생들의 집회를 막아서며 빚어졌다. 행진이 막히자, 학생들은 “왜 길을 갑자기 막는 것이냐”며 항의했다. 경찰은 행진 집회가 ‘미신고집회’라는 것을 이유로 해산명령을 내렸다.
여기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2학년 김민후씨가 경찰 현장 책임자에게 “대법원은 2012년 판결에서 옥외집회나 시위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명백한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가 아니라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 때 경찰은 카메라로 채증하고 있었다. 이에 “지금 채증하는 행위는 위법적인 공권력 행사니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으나, 채증은 계속됐다.
이에 참가자들이 국회의원에게 “경찰이 위법적인 공권력 집행을 해 대학생들의 평화 행진을 막고 채증 카메라를 동원해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으니 시정조치 부탁드린다”고 요구하는 등 항의하자 경찰은 채증 카메라를 내리고 학생들이 광화문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다고 한다.
이에 김민후씨 등 당시 현장에서 채증을 당한 연세대 로스쿨 학생 4명이 경찰청의 채증활동규칙에 대해 위헌을 주장하며 이를 판단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문을 두드리게 됐다. 청구대리인은 정연순 변호사가 맡았다.
청구인들은 “비극적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평화적인 집회시위가 마치 범죄자들의 행위처럼 채증되고 감시되는 것에 대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그것이 국민들의 권리를 보호해 주는 경찰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서 특히 경찰과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과 회의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또 “집회와 시위에 관한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중에서도 근본적인 기본권에 속하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권리에 관한 법률은 그 실질이 헌법상의 권리행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하며, 그와 관련된 경찰의 채증행위 역시 그 맥락에서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경찰의 카메라를 이용한 채증행위는 집시법상 아무런 문제도 없는 행사에서조차 대상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 행사장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들에게조차 이루어지고 있어서, 그로 인해 혹시라도 자신에게 불이익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광범위한 두려움을 낳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구인들은 “특히 이 사건처럼 어떠한 폭력행위가 일어날 우려가 전혀 없는 집회조차 경찰은 무조건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고, 실제로 집회 참여자는 물론 그 곁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얼굴까지 광범위하게 채증하고 있다”며 “이런 채증행위는 청구인들의 권리행사의 자유를 심하게 침해하거나 위축시키고, 그와 결부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초상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채증의 법적 근거인 경찰청 예규 ‘채증활동규칙’에 나와 있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조항은 개념이 모호해 현재 합법인 상황이더라도 경찰의 자의적인 해석과 집행 즉 채증을 가능하게 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어 “즉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란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 내용이 지나치게 막연해 의미를 추정할 수밖에 없어 위헌이고, 이는 공권력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집회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남용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청구인들은 “경찰청의 ‘채증활동규칙’은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평화로운 집회 및 시위에서도 채증이 광범위하게 행해져 집회에 자유의지로 참여하는 참여자들의 초상권과 자기정보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나아가 자신의 채증된 사진(동영상)에 대해 정정요청을 하거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아무런 절차적 권리가 없어 인권침해 가능성은 현존하며 매우 크다”며 “따라서 ‘채증활동규칙’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강조했다.
또 “경찰의 채증활동은 집회 현장에서는 ‘불법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규칙을 편의적이고 임의적으로 적용해 마구잡이 채증을 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사건은 전형”이라며 “결국 채증규칙으로 일반 국민은 자신들이 참여하는 집회가 평화로운 합법적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의해 채증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으로 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구인들은 “이 사건은 비록 미신고집회였으나,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집회로서 대법원이 2012년 4월에 선고한 판결(2011도6294)에 의해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는 집회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 책임자는 해산명령을 내렸으며, 문제를 제기하자 채증행위를 개시해 채증을 당한 참여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피켓을 내리고 구호를 멈추고, 광화문까지 이동해 집회는 종료됐다”며 “집회의 자유는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불법적인 해산명령에 더한 채증행위로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고가 불필요한 집회에 해산명령을 내리고 그에 기한 채증행위라는 공권력 행사로서 원칙적으로 불법인데다가, 나아가 집회에 위축 효과를 불러일으켜 청구인들이 원하는 방법의 집회를 하지 못하게 과도한 권리제한을 유발한 것으로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반되고, 이러한 채증행위는 미신고집회에서 대법원의 판시사항을 따르지 않고 행정편의적인 잣대로 시행된 것으로 공익적 목적과 사익의 침해성 간 법익균형성 요건도 충족하고 있지 않다”며 “채증규칙 조항과 공권력 행사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