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국가보안법이 금지한 내용의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통을 금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비스제공자 등에게 게시글 삭제를 명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경찰청장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청구인들(인권운동사랑방 등)이 관리ㆍ운영하는 사이트에 이용자들이 게시한 글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한다며 이를 삭제하도록 명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그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게시글이 김일성ㆍ김정일 부자를 미화ㆍ찬양하고, 선군정치 등 북한의 주의ㆍ주장을 선전ㆍ선동하는 내용으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불법정보에 해당한다며 청구인들에게 게시글의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청구인들이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자, 방송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3항에 따른 취급 거부로서 게시글을 삭제할 것을 명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취급거부명령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계속 중 정보통신망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정보통신망법 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 제1항 8호는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인터넷 등에서 유통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제3항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ㆍ운영자에게 해당 정보의 취급을 거부ㆍ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8호는 언론의 자유 침해 등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전기통신망, 특히 인터넷 매체는 기존의 통신수단과는 차원이 다른 신속성, 확장성, 복제성을 가지고 있어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할 경우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에 대한 위협이 급속히 확산될 우려가 크므로, 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고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위와 같은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전문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하여금 유통이 금지된 정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의하게 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 또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명령제도를 통해 정보의 유통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은 이러한 입법목적 달성에 적합한 수단이 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그 형식의 다양성, 규모 및 전파성에 있어 기존의 정보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계속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확대ㆍ재생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터넷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에 대한 위협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와 관련된 불법정보의 유통을 어느 정도 포괄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떤 행위가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에 해당하는가의 결정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입법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어, 입법기관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반국가활동을 규제함으로써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확보할 목적으로 제정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는 ‘그 자체로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는 것을 언론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게다가 정보통신망법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는 경우에도 해당 이용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보의 시정요구제도,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명령제도를 통해 그 정보의 삭제 등을 하는데 불과한 점, 서비스제공자 등에 대하여도 불법정보의 게재에 대해 바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에 따르지 않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때 비로소 형사책임을 묻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점, 이의신청 제도가 있어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한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는 종전의 고전적인 통신수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복제성, 확장성, 신속성을 가지고 유통되기 때문에 불법정보에 대해 신속하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적 피해와 사회적 혼란 등을 사후적으로 회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청구인들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권력분립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헌재는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취급거부ㆍ정지ㆍ제한명령은 정보통신망을 건전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행정목적 달성을 위한 행정처분으로서, 행정소송을 통한 사법적 사후심사가 보장돼 있고, 그 자체가 법원의 재판이나 고유한 사법작용이 아니므로 사법권을 법원에 둔 권력분립원칙에 위반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