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로스쿨 출신자들에 대한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로스쿨 총 입학정원 대비 75% 선발’이라는 상대평가 요소가 가미된 정원제로 운영하는 것은 법학전문대학원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법무부장관이 재량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출신 제2회 변호사시험 불합격자들이 최근 이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A씨 등은 2013년 1월 치러진 제2회 변호사시험에 응시했다.
이후 법무부는 그해 4월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를 열어 변호사시험 합격기준을 과락을 면한 응시자 중에서 총점 762.03점 이상인 사람으로 정하고, 그에 따라 전체 응시자 2046명 중 과락을 면한 1703명 중 1538명을 합격자로 결정해 발표했다.
당시 법무부는 “이번 변호사시험은 2012년 3월 제6차 관리위원회에서 정한 로스쿨 입학정원 2000명의 75%(1,500명) 이상 합격 기준을 적용해, 면과락자 1703명(응시인원 2046명) 중 1538명을 합격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학계, 법조계 등으로 구성된 관리위원회 위원들의 충분한 심의를 거쳐, 작년 합격인원(1451명), 응시생의 실력 수준, 법조인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500명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합격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A씨 등은 합격 점수에 약간 못미처 낙방했다. 이에 A씨 등은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기존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방식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향상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으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고 그 평가방식 역시 절대평가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럼에도 법무부는 법률시장의 수급상황을 고려한 정원제 선발방식을 도입함으로써 변호사시험법의 취지를 위배한 점, 그 결과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원고들은 헌법상 보장되는 직업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또 “제1회 변호사시험의 응시자들과 비교하여 보더라도 합격점수가 크게 상승함으로써 평등의 원칙에 반하게 된 점, 원고들은 변호사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는 절대평가방식에 따라 선발될 것을 신뢰하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법무부가 변호사시험에 대한 합격자 결정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대평가방식을 도입함으로써 그 신뢰를 침해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종합하면, 불합격처분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에 관해 법무부장관에게 주어진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김병수 부장판사)는 지난 7월 25일 로스쿨 졸업생 A(36)씨 등 6명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제2회 변호사시험 불합격처분 취소 청구소송(2013구합56553)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먼저 “법학전문대학원은 2009년 처음으로 도입돼 아직까지는 그 체제가 완전히 정착됐다고 보기 어렵고, 변호사시험 역시 2012년 처음 실시돼 합격자 결정에 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아 당분간은 탐색적인 제도운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변호사시험을 실시하고 관장하는 피고(법무부장관)로서는 관리위원회의 심의를 토대로 변호사시험법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적정한 재량의 범위 내에서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를 결정해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고와 관리위원회는 합격자의 결정기준과 방법에 관해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을 순수한 자격시험이라고 봐 일정 수준이상은 전원 합격시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일정비율 예컨대 응시자의 80~90% 이상의 합격률을 보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 될 수 있다”며 “만약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라는 것을 관철한다면 일정한 자격에 도달한 사람은 전원 합격할 것이나, 반대로 일정한 자격에 도달하는 않은 경우에는 아무도 합격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와 같은 결과는 변호사시험 제도의 정상적인 운영을 담당해야 하는 피고뿐만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원고들로서도 감수하기 곤란한 것”이라며 “결국 변호사시험의 합격자 결정에 있어서는 선발시험으로서의 성격이나 상대평가방식의 요소가 개입되는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적정한 범위의 합격인원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원고들은 변호사시험에서 실시된 모든 필기시험에서 과락을 면한 응시자는 일응 변호사로서의 자격을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며 “그러나 변호사시험법령이 정한 과목별 합격최저점수인 만점의 40점은 합격 배제사유로서의 과락기준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는 한 과목에서 40점을 획득하지 못한 응시자는 다른 과목에서 아무리 많은 점수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과목에 대한 이해와 소양이 부족한 이상 변호사로서 합격시킬 수 없다는 최소한의 기준인 것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모든 과목에서 과락의 기준을 면한 응시자라고 하더라도 변호사시험법에 의해 총득점에 따라 합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변호사시험에서 당연히 합격자로 결정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준수하고자 한 입학정원의 75% 이상 합격 기준은 적어도 이 사건 시험에 있어서는 응시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했다”며 “피고는 위 기준을 토대로 이 사건 시험에 대한 합격점수를 1660점 만점에 762.03점으로 설정했고, 이에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합격점수는 45.90점에 불과하게 됐다”고 원고들을 지적했다.
이어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변호사시험의 합격자들이 기본적인 자질을 검증하기 위한 변호사시험에서 절반의 이해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주관적인 실력의 검증이라는 절대평가원칙을 관철할 경우 위 점수가 변호사시험의 합격기준으로는 지나치게 낮은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으나, 피고는 응시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오히려 그 기준을 완화해 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러한 견지에서 피고가 입학정원 대비 75%인 1500명 이상의 합격기준을 적용한 것은 1500명을 선발하는 정원제 선발시험을 시행한 것이 아니라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정착을 위해 최소한의 합격인원을 보장하는 정책적 배려를 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변호사시험법은 시험의 방식이나 합격자 결정방법을 절대평가방식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며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시험에 대한 합격자 결정에 있어 일부 상대평가적 요소를 가미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바로 변호사시험법 제10조 제1항, 제2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응시한 이 사건 시험의 경우 입학정원 대비 합격률뿐만 아니라 응시자 대비 합격률도 모두 75% 상회해 특별한 불이익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은 제1회 변호사시험 응시자들과 동등하게 취급되지 않아 평등의 원칙이 침해됐다고 주장하나 매년 연속되는 변호사시험 제도를 고려하면 오히려 이후의 응시자들과 비교해 혜택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변호사시험이 반복됨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일정한 수준의 합격률에 수렴하게 되므로 형평의 문제가 지속되지는 않는다”며 “반대로 응시자를 기준으로 합격률을 유지할 경우에는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들에게 5년간 5회의 응시자격을 보장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이론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생 대부분의 합격이 보장되는 결과가 돼 변호사시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매번 시행되는 시험마다 합격률이 75%로 유지된다면, 3년간 누적합격률은 98.45%, 5년간 누적합격률은 99.95%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서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합격률을 산정한 것 자체를 위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며 “그렇다면 관계법령의 내용과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취지에 비춰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피고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에 관한 재량의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