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김진호 기자] 혼인관계의 파탄 책임을 두고 서로 무차별적으로 비난하는 이혼소송을 바꾸기 위해 법원이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내놓았다.
쉽게 말해 이혼소송을 법원에 제기할 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소장에 서술해 오던 것을, 앞으로는 법원이 제시한 형식에 따라 객관식 문답에 체크하는 방식이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최재형)은 26일 이혼소장과 답변서, 조정신청서 양식을 개선하는 등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개발해 9월 1일부터 시범실시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의 이혼소송은 상대방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과 공격에만 지나치게 집중함으로써, 소송이 진행될수록 당사자들의 갈등과 고통은 더욱 심해지는 일이 많은 것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달라지는 것을 보면, 이혼소장에서 재판상 이혼원인이 있어 이혼 청구를 하게 될 경우 법원의 양식에서 기재된 항목에 원고가 객관식으로 체크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피고가 부정한 행위를 했음 ▲피고가 악의로 원고를 유기했음 ▲원고가 피고 또는 그 부모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 ▲원고의 부모가 피고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 ▲피고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함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음 등 6가지 질문에 체크하면 된다. 물론 중복 표시할 수 있다.
▲배우자 아닌 자와 동거/출산 ▲배우자 아닌 자와 성관계 ▲기타 부정행위 ▲장기간 별거 ▲가출 ▲잦은 외박 ▲폭행 ▲욕설/폭언 ▲무시/모욕 ▲시가/처가와의 갈등 ▲마약/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 ▲도박 ▲게임 중독 ▲정당한 이유 없는 과도한 채무 부담 ▲정당한 이유 없는 생활비 미지급 ▲사치/낭비 ▲기타 경제적 무책임 ▲가정에 대한 무관심 ▲애정 상실 ▲대화 단절 ▲극복할 수 없는 성격 차이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 ▲성관계 거부 ▲회복하기 어려운 성적 문제 ▲회복하기 어려운 정신질환 ▲배우자에 대한 지나친 의심 ▲범죄/구속 ▲과도한 음주 ▲전혼 자녀와의 갈등 ▲종교적 갈등 ▲자녀 학대 ▲이혼 강요 ▲국내 미입국 ▲해외 거주 등이다.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원고는 이들 답변 중 자신이 현재 겪고 있는 결정적인 항목 3~4개를 골라 체크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사건당사자는 물론 그 가족의 갈등과 고통을 최소화하고 이혼 후의 건강한 자립과 미성년 자녀의 건전한 양육 등에 집중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을 지원하는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은 갈등을 줄이는 새로운 소장이나 조정신청서, 답변서 등의 양식을 사용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새롭게 고안된 양식은 청구하거나 답변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가려내고, 앞으로의 소송 진행 방향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정보만을 기재한다는 것이다.
미성년 자녀 양육에 대한 정보, 폭력 양상 등 소송에 관련된 구체적인 정보는 소장, 답변서 등과의 별도로 ‘기초조사표’에 기재하게 되는데, 이는 법원이 조기절차선별 등의 목적으로만 참고하고 상대방에게 송달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가사소송 모델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법원이 조기에 후견적 개입을 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일부 조정이 불가능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조기에 화해적인 해결을 선하는 것이다.
따라서 오는 9월 1일부터 서울가정법원에 재판상 이혼사건을 접수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새롭게 개선된 조정신청서 양식을 사용해 우선적으로 조정을 신청해 줄 것과 소장이나 답변서도 개선된 양식을 사용해 줄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서울가정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은 원칙적으로 가사소송법에서 정한 조정절차로 회부돼 처리될 예정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가사소송 모텔이 안정적이고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