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12일 항소심 재판부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내란선동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결한 것과 관련,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법원의 판단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민변(회장 한택근)은 이날 <내란음모 등 사건 판결, 철저하게 ‘법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먼저 작년 9월 검찰은 “이석기 등 피고인들은 대한민국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지하혁명조직 RO의 구성원들로서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해 왔고, 이석기는 2013년 5월 10일 및 12일 회합에서 강연을 통해 130여명의 RO 조직원들을 상대로 내란을 선동했다”며 구속 기소했다.
죄명은 내란음모, 내란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ㆍ고무 혐의 등이다.
1심인 수원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정운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7일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내란선동,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모두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9형사부(재판장 이민걸 부장판사)는 11일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내란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 민변은 성명에서 “서우록법은 이석기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등 사건에서 내란음모죄에 대한 무죄를 선고했고, 지하혁명조직 ‘RO’ 역시 실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내란을 위한 사전 준비나 사후 준비 역시 없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내란선동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죄는 유죄로 인정해 피고인들이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형을 선고했다”며 “1심에 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이나, 여전히 심각한 문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민변은 “내란음모를 무죄로 하면서 내란선동을 유죄로 한 것은 매우 기교적인 것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며 “내란선동 역시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어야 하고, 선동 내용이 ‘특정한 범죄행위를 실행시킬 목적’이 드러날 정도로는 구체적이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이석기 의원의 발언에서 내란을 염두에 둔 발언을 찾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 “혹여 표현이 과하거나 생경한 것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국헌문란의 목적을 가지고 폭동을 선동할 정도로는 도저히 생각하기 어렵다”며 “특히 합의에 이르지 못할 정도로 구체성이나 실질적 위험성이 없는데, 내란선동이 인정된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이 사건은 태생부터 정치적이었고, 이에 대해서 종교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세계 각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우려를 표해왔다”며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청와대로 향하고 있을 때 급작스럽게 발표됐고, 구체적으로 피고인들이 한 ‘행위’를 기소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표현 자체’, ‘사상자체‘를 기소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보안법 위반죄 판단에 있어서도 구태를 답습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민변은 “노래를 부른 것, 회원들을 대상으로 모임의 과제에 대해서 강연한 것까지 모두 이적동조로 보았고, ‘진보적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서에서 몇 가지 표현을 들어 이적표현물로 판단했다”며 “국가보안법상의 이적표현물 소지나 동조로 실형을 선고한 것 자체가 이 재판이 내심을 처벌하는 재판이었음을 극명히 드러내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내란선동죄를 적용해서 정치적 반대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에 법원이 쉽게 길을 터주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외압과 고려를 일체 배제하고 철저히 헌법과 법률에 입각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