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비록 어려운 사람들의 권익을 위한 사회활동에 매진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더라도, 오랫동안 가정의 생계를 돌보지 않고 외면했다면 이혼사유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가정법원에 따르면 A(여)씨와 B씨는 1998년 결혼했다. 혼인 무렵 서예를 배우기 시작한 B씨는 그로부터 5년간 서예를 배우다가, 2003년부터는 화실에 다니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동안 B씨는 일정한 직업을 갖거나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두 아이를 출산한 A씨는 혼인 초부터 생활비와 아이들의 양육비 외에도 남편의 서실비, 화실비, 그림재료비 등을 부담했다.
A씨는 남편에게 “제발 나가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고, 2005년경에는 우울증세를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B씨는 2004년 사회운동단체 설립했고, 2006년경에는 미술과 서예 등의 분야에서 여러 차례 상도 받았다. 2007년에는 모 자치단체로부터 문화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B씨는 2008년경에는 모 공단에서 자금지원을 받아 문화예술 관련 사업을 위한 단체를 설립했다. 단체 형편이 어렵자, B씨는 2009년경 단체 운영자금 용도로 가족들이 거주하던 아파트를 담보로 3000만원을 대출 받기도 했다.
A씨는 남편이 사회사업에만 신경을 쓰면서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 않는데다가 끊임없이 지출만 한다는 이유로 더욱 원망하게 됐다. 그러다 2009년경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면서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남편은 “‘3년만 기다려 달라, 3년만 지나면 유명한 정치인이 돼 있을 것이고, 그 안에 아파트 담보대출금 이자와 원금을 모두 갚아주겠다. 그렇게 못할 경우에는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10년 뒤 200억원을 받을 수 있는 선물펀드에 투자했다”면서 수혜자가 A씨로 돼 있고 200억원이라는 금액이 기재된 보험증서를 보여줬다. 이에 A씨는 남편의 말을 한 번만 더 믿고 3년을 기다렸다.
하지만 3년이 지나서도 남편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지 못하자, 2012년 4월 A씨는 “이제까지 무슨 사업을 했고, 어떤 성과를 냈으며, 대출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느냐”고 물었고, 남편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B씨는 2012년 4월경 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해 2500만원의 추가대출을 받았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남편과 크게 다투었고, 2012년 6월 집을 나와 현재까지 별거하며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대전가정법원 가사2단독 왕지훈 판사는 최근 A(여)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소송에서 “원고와 피고는 이혼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가 혼인 후 자기개발에 매진하고, 2004년경부터는 어려운 사람들의 권
익과 관련된 여러 사업을 하는 등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사회의 균형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왔더라도, 원고가 오랜 기간 동안 홀로 4인 가족을 부양하고 피고의 공부를 뒷바라지하면서 십여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피고에게 생활비를 분담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우울증세까지 보였으며,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까지 요구할 만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또 “서예와 미술가 등으로 생활비를 분담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는 피고가 자신의 이상만을 좇아 수년에 걸친 원고의 절박한 바람을 외면해 오다가, 2009년경 원고에게 아파트 관련 대출금을 변제하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은 채 2012년 4월 원고의 동의 없이 아파트를 담보로 추가 대출까지 받음으로써 부부 사이의 신뢰를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러한 신뢰의 상실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파탄에 이르게 됐고, 피고의 위와 같은 잘못은 민법 제840조 제6호에서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의 이혼 청구는 이유 있다”고 받아들였다.
한편, 위자료 청구에 관해 재판부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피고의 잘못으로 인해 파탄됨으로써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및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참작해 보면, 피고가 원고에게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으로 지급할 위자료는 1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