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부부가 이혼할 경우 미래에 받을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로써 종전에는 미래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온 대법원 판례가 20년 만에 바뀌게 됐다.
교사인 A(여)씨와 정부출연 연구소 연구원인 B씨는 1997년 혼인했다. 그러나 A씨는 결혼 후부터 시댁과의 갈등 등으로 자주 다투다가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남편의 외도로 두 사람의 관계를 점점 더 악화됐고, 결국 A씨가 2010년 10월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1심 대전가정법원은 2012년 8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고, 그 주된 책임은 폭행과 부정행위로 부부사이의 신뢰를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훼손시킨 피고에게 있다”며 이혼 판결을 내렸다.
또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재산분할은 A씨에게 40%, B씨에게 60%를 인정했다. A씨의 월수입이 280만원이고, B씨의 월수입이 460만원인 점이 고려됐다.
그런데 B씨는 항소하면서 “A씨와 자신의 퇴직금청구권 역시 재산분할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7월 기준으로 원고(A)의 예상퇴직일시금은 8500만원, 예상퇴직수당은 2500만원이고, 피고(B)의 예상퇴직금은 4000만원이었다. B씨의 퇴직금이 적은 것은 2001년에 직장을 옮겼기 때문이다.
B씨의 미래 퇴직금 재산분할 청구에 대해 대전고법 제1가사부(재판장 이승훈 부장판사)는 2013년 5월 “퇴직금 청구권은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될 수 없고,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재산분할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되면 되므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종전 대법원 판례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B씨가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이혼 당시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않은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어 실제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은 경우, 혼인기간에 제공된 근무와 관련해 퇴직급여를 수령할 권리를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이에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대법관 전원(대법관 겸직 법원행정처장 제외)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이 사건을 회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16일 사립학교 교사인 A(여)씨와 정부출연 연구소 연구원 B씨 간의 미래 퇴직금 재산분할 사건 상고심(2013므2250)에서 “미래 퇴직금도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며 항소심 판결을 뒤집고 B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이 각 규정하고 있는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과 성실한 근무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도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이러한 퇴직급여를 수령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근무할 것이 요구되기 때문에, 따라서 장기간 근무함에 있어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퇴직급여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제까지 대법원 판례는 “이혼 당시 아직 퇴직하지 않은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의 퇴직일과 수령할 퇴직금이 확정됐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가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의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는 없고, 다만 장래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은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재판부는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단지 장래의 수령가능성을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하는 것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해 청산ㆍ분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고,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공평에도 반해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현실적인 부분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현실에서는 정상적으로 퇴직급여를 수령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불확실성이나 변동가능성을 이유로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할 경우 오히려 불공평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이혼 전에 퇴직한 경우와 비교해 보면 현저한 차이가 발생해, 혼인생활의 파탄에도 불구하고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까지 이혼시기를 미루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퇴직급여채권을 재산분할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할 경우에는 실제 어느 정도로 참작할지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분할할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재산분할을 할 수 없으므로 공평한 재산분할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근로자는 퇴직하기 전에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건을 갖추면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해 지급받을 수 있고, 일반적으로 퇴직하면 14일 이내에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퇴직급여채권은 이행기의 정함이 없는 일반 채권과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와 달리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않은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을 경우 그의 퇴직급여는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고, 단지 장래의 그 수령가능성을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는 데 필요한 기타 사정으로 참작하면 충분하다는 취지로 설시한 이제까지의 대법원 판결들은 이번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이를 모두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해대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해 공평하게 청산ㆍ분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비춰 볼 때, 부부의 일방이 아직 재직 중이어서 실제 퇴직급여를 수령하지 않았더라도 퇴직급여채권은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에 이미 경제적 가치의 평가가 가능한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고, 구체적으로는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퇴직할 경우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하여 이에 반하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