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항소는 눈물과 한으로 살아온 세월만큼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언제까지 대한민국은 한센 회복자들의 피눈물을 외면할 것인가. 대한민국은 답하라”
이는 국가에 의해 강제로 단종(생식 능력 없앰)ㆍ낙태수술을 받은 한센 회복자들이 1심에서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국가가 항소를 제기하자 한센 회복자들과 인권변호단 등의 목소리다.
지난달 4월 19일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영근 부장판사)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해방 후 국가에 의해 강제로 단종ㆍ낙태수술을 받은 한센 회복자 19명에게 국가배상을 인정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임과 동시에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센 인권변호단은 “위 판결은 국가가 자행한 한센 회복자들에 대한 단종ㆍ낙태에 대한 인권침해가 국가의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인정한 첫 판결일 뿐만 아니라, 한센 회복자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5월 13일 순천지원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이에 한센 인권 변호단, (사)한국 한센 총연합회, 국립 소록도 병원 자치회는 14일 한센 회복자들에 대한 강제 낙태ㆍ단종 국가배상청구 소송 항소 취하와 일괄배상을 위한 법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강제 격리, 강제 낙태 및 단종, 강제노동, 순천 단종 낙태 소송을 제기한 회복자들의 평균 연령은 이미 76세를 넘겼고, 92세의 고령자도 있다”며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651명의 단종ㆍ낙태 소송의 원고들의 연령은 고령으로서 이미 사망한 분들도 있고, 가족도 없이 쓸쓸히 소록도에서 화장당해 납골당에 모셔지는 이들에게 2~3년 후의 판결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항소는 눈물과 한으로 살아온 세월만큼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대한민국에게도 항소권이 있다고 강변할 것인가. 대법원에 확정될 때까지 2년을, 3년을 기다리라고 할 것인가”라고 분개했다.
이들은 “한센인들이 가족이 이별하고 강제 격리돼 살아온 눈물 값을 따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항소를 취하하고 ‘한센인피해사건의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 등에 의거해 피해자로 인정된 한센 회복자들에 대해서는 피해자 배상법안을 만들어서 일괄적으로 배상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한편, 변호단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2001년 5월 일본 한센 회복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본 정부의 한센 회복자들에 대한 강제격리, 절멸정책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였음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바 있다.
그리고 한센 회복자들의 염원을 담아 일본정부는 항소를 포기함과 아울러 고이즈미 수상의 사과, 그리고 2001년 6월 ‘한센병요양소 입소자 등에 대한 보상금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일본 한센요양소 입소자 1만여명에게 강제격리 기간에 따라 800만엔에서 1400만엔에 이르는 일괄보상을 실시한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