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외국 법원에서의 이혼 판결이 있더라도, 한국 법원에 위자료를 청구해 받을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울러 혼인관계 파탄을 이유로 외국 법원에서 이혼 판결을 받았다면, 대한민국에서 다시 이혼청구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한국인 A(여)씨는 독일 유학 중이던 1998년 독일인 B씨를 만나 독일에서 결혼했다. A씨와 B씨는 이듬해 귀국해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아이를 낳아 한국에서 생활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대학교수로 재직했다. 그러다 B씨는 2007년 독일계 회사의 한국지점으로 전직해 근무했다. 그러던 중 독일 본사로 발령이 나자, B씨는 2010년 2월 먼저 독일로 이사했다.
당시 A씨는 한국에서의 생활 및 살림을 정리한 후 자녀들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살 계획이었다. 실제도 다니던 대학에도 휴직신청을 냈다.
그런데, B씨는 2010년 12월 아내 A씨에게 “향후 함께 독일에서 생활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사랑하는 여자(C)가 독일에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A씨는 2011년 독일에 가서 남편 B씨를 설득했지만 B씨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그 후 B씨는 A씨를 상대로 독일 법원에 이혼소송을 냈고, 이혼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A씨는 한국 법원에 B씨를 상대로 이혼ㆍ위자료 등 청구소송을 냈고, 서울가정법원 제5부(재판장 배인구 부장판사)는 지난 4월 3일 “피고들은 A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2012드합3937)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피고(B)가 혼자 독일로 출국한 뒤 독일에서 피고 C를 만나 동거하며 부정행위를 하는 한편 원고에게 이별을 통보함에 따라 결국 원고와 B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점을 고려할 때 혼인관계 파탄의 주된 책임은 피고(B)에게 있다”며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혼인기간, 원고와 피고(B)의 나이와 재산상태 등을 고려해 위자료 액수를 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의 남편과 B씨와 바람을 피워 혼인이 파탄 나게 만든 독일여성 C씨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C는 B가 배우자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해, 원고와 피고 B의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는데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C의 이런 행위는 피고 B의 배우자인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되므로, C는 원고가 받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고, 위자료의 액수는 2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 5000만원 중 독일여성 C씨에게 2000만원을 부담시킨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A씨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독일에서의 이혼 판결은 대한민국에서도 효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독일에서의 이혼판결이 파탄주의에 입각한 것으로서 우리 민법에서 정한 이혼사유와 다르므로 독일 이혼판결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독일 이혼판결이 대한민국에서의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거나 대한민국 민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독일 이혼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독일 이혼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3호의 승인요건을 모두 갖추어 우리나라에서도 효력이 있다”며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B)의 혼인관계는 독일에서의 선행 이혼판결로 이미 해소됐으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혼 청구 부분은 소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두 자녀는 현재 A씨와 B씨가 각자 1명씩 키우고 있는 점을 감안해 양육비는 각자 부담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