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장차 신혼집으로 살게 될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구입을 상의하고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가졌다면, 묵시적으로 약혼에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교사 A(여)씨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B씨는 2011년부터 교제를 시작했고, B씨는 동료 교사들에게 교제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B씨는 2012년 1월 학교 근처에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A씨에게 조언을 구하며 아파트 동 호수를 알려주는 등 상의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는 사실도 설명해줬다.
또 B씨는 A씨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자 그 학교로 “옆에 못 있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글이 담긴 꽃바구니와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B씨는 A씨와 교제하는 동안 같은 학교 여교사 C씨와도 교제하며 이중으로 만나면서 C씨와 성관계를 가졌고, 이후 C씨가 임신하게 됐다.
또한 B씨는 C씨와의 교제사실을 숨긴 채 피임 없이 A씨와도 성관계를 가졌다. 이후 A씨도 임신하게 됐고, 이를 B씨에게 알렸다.
그러자 B씨는 C씨와 결혼할 생각으로 A씨에게 “나는 간경화가 있는데다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있어 아이를 출산하기가 어렵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낙태하자고 종용했다.
A씨는 처음에는 아이를 낳자고 설득하다가 B씨의 뜻을 받아들여 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그 후 B씨는 C씨와 혼인하고 자녀를 출산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씨가 교육청에 B씨의 행위에 대해 진정서를 제출했고, B씨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고 다른 학교로 전출됐다.
이에 A씨가 한때 사귀어 임신까지 했던 동료교사 B씨를 상대로 약혼 파기에 따른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 최정인 판사는 최근 “B씨는 A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그리고 A씨의 부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교제를 이어오고 있었던 점, B씨는 A씨에게 장차 신혼집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 구입 및 자금마련 상황을 상세히 알려주며 상의했고, 그 직후 서로 피임 없이 성관계를 가진 점 등을 종합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묵시적으로 약혼의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B씨는 A씨를 기망해 낙태하도록 한 뒤 다른 사람과 혼인함으로써 일방적으로 A씨와의 약혼을 파기했다”며 “B씨의 부당한 약혼 파기로 A씨와 그 부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해 B씨는 A씨와 그 부모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와 관련, “원고 A씨와 피고 B씨 사이의 약혼의 성립과정, 약혼이 파기된 경위, A씨가 임신중절 수살까지 받은 점, 한편 B씨가 A씨의 진정으로 이미 징계를 받은 점 등을 종합하면 B씨가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는 2000만원, A씨의 부모에게 지급할 위자료는 5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B씨의 부모가 임신중절 수술을 종용하는 등 약혼의 부당 파기에 가담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당하게 임신중절을 강요함으로써 약혼을 파기하게 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이들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