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주)삼성선물 투자전문가에게 17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했다가 사기 피해를 당한 농구스타 현주엽(39)씨가 삼성선물로부터 피해액의 절반인 8억7080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삼성선물홈페이지
삼성선물 선물팀 직원 A씨는 2009년 은퇴 준비를 하던 농구선수 현주엽씨에게 “선물에 투자하면 단기간에 많은 수익금을 지급해 주겠다. 삼성에서는 투자원금에서 5% 손실이 나면 자동적으로 거래를 정지시키고 고객에게 전화를 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 내가 투자전문가니까 맡겨주면 잘 운영해 주겠다”며 선물투자를 권유했다.
이에 현씨는 2009년 3~7월 사이 6회에 걸쳐 총 17억원을 원ㆍ달러 선물 투자금, 해외원유, 금, 곡물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이후 A씨는 “17억을 투자한 것이 수익이 나서 현재 25억원 정도인데 7억5000만원을 단기상품에 더 투자하라”며 권유했고, 이를 믿은 현씨는 7억3300만원을 더 송금했다. 총 투자금은 24억3300만원.
하지만 (주)삼성선물에서는 실제로 원금에서 5% 이상 손실이 나면 자동적으로 거래를 정지시키고 고객에게 전화를 하는 등의 제도는 시행되고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A씨는 현씨로부터 받은 투자금 중 일부는 선물투자에서 손실했고, 다른 일부는 개인적 용도 또는 다른 투자자들의 손실을 보전하는 속칭 ‘돌려막기’로 사용해 오다가 결국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11년 7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한 돈 중 17억 40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현씨는 “삼성선물이 직원 A씨가 고객으로부터 임의로 돈을 유치 받아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며 삼성선물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제31민사부(재판장 임병렬 부장판사)는 2012년 5월 현주엽씨가 (주)삼성선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직원의 사기 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지라”며 “8억708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투자금을 선물거래에 사용할 의사가 없음에도 원고에게 투자를 권유하면서 자신이 맡아서 선물거래를 해 수익을 내주겠다며 기망해 이에 속은 원고가 거액의 투자금을 지급한 사실, A씨는 투자자들을 기망해 지급받은 투자금을 속칭 ‘돌려막기’를 하는데 사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증권거래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원고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한 점에서 삼성선물이 직원 A씨의 사무를 감독함에 상당한 주의를 다했다고 볼 수 없어 원고가 A씨의 불법행위에 속아 지급한 돈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는 상당한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A씨의 말에 본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지도 않은 채 A씨에게 투자금을 지급한 점, 원고는 24억원의 거액을 투자금으로 지급하면서도 선물거래의 위험성에 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고, 실제 투자내역 및 수익금 현황 등에 관해 피고에게 구체적으로 확인해 보지 않은 점 등에 비춰 보면 원고의 과실은 50%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현주엽씨와 삼성선물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법 제18민사부(재판장 성낙송 부장판사)는 2013년 9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 손해배상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 삼성선물은 피용자인 직원 A씨에 대한 사무감독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를 했다거나, 상당한 주의를 했음에도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선물투자에 관한 모든 거래를 삼성선물 직원 A에게 전적으로 맡기고 그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등 투자를 하면서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점 등을 들어 현주엽씨의 과실 책임도 50% 인정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은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 현주엽씨가 삼성선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삼성선물이 현주엽씨에게 피해액 17억4000만원 가운데 절반인 8억708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삼성선물 직원 A의 불법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A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 중 원고의 과실비율인 5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