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회장 장주영)은 20일 성명을 통해 먼저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5명의 면면은 고위법관 4명과 검사장 출신 1명”이라며 “이번 추천대상자도 그 동안 시민사회에서 줄곧 요구해온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과 재야 변호사, 교수 등이 후보자로 추천되지 못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나타났다”며 “처음부터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을 포기하고 여성이나 재야변호사, 교수 등을 찾아보지도 않은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대법관 추천은 기수와 서열 중심의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 특정 지역 편중, 군사정권 때부터 관행으로 이어진 검찰 출신 대법관이라는 과거의 기준이 그대로 적용됐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대법관은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고, 국민에 대해서 책임도 지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은 취약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대법관은 법관들의 최종 승진자리가 될 수 없으며, 법원과 검찰이 나눠 먹기 식으로 구성할 수도 없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정부 시기에 여성이 대법관이 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변호사가 대법관이 되는 등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이 일부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다시 고위 경력직 법관 일색의 대법원이 돼버렸다”며 “이번 대법관 추천은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어 퇴행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에서 이번 대법관 후보자 추천의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특히 정병두 후보자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정병두 연구위원은 2009년 서울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한 철거민들이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중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희생된 이른바 ‘용산참사’ 사건 당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수사를 지휘하면서 농성 참가자 20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고, 과잉진압 논란을 빚은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했다”고 상기시켰다.
정병두 연구위원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로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다.
또 “진압의 총책임자인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소환조사 없이 면죄부를 줬으며, 유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사망한 철거민의 부검을 진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으며, 나아가 재판의 쟁점인 3000페이지 분량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법원의 명령도 거부해 재판을 파행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또한 같은 해 6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 제작진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으나 모두 무죄가 확정됐으며, 9월에는 전교조 교사들의 시국선언 발표 수사를 직접 지휘해 많은 교사들을 해직하게 한 장본인”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이와 같이 정병두 후보자의 일련의 행태는 인권보다는 정권을, 진실보다는 은폐를, 정의보다는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써 공익의 대변자가 아닌 정권의 대변자로써 정치검사 역할을 자임한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현재 우리나라는 신공안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공안검사들이 장악하고 있는데,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과 (홍경식) 민정수석 그리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까지 공안검사 출신”이라며 “여기에 청와대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도 공안검사 출신이며, 정홍원 총리도 검사 출신”이라고 거론했다.
이어 “이는 과거 군사정권인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검사 출신들이 대거 중용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라며 “여기에 더해서 대법관으로 논란이 많은 (정병두) 검사를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법무부가 작년 12월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정병두 당시 인천지검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보직을 갖지 못한 간부의 대기 자리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시키면서, 향후 검찰 몫의 대법관 후보로 사전 내정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만큼 정권 차원에서 검사를 대법관으로 추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변은 “대법원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개인의 인권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갈 곳이지, 인권을 유린한 검사가 갈 곳은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구성이 필요한 곳이지, 고위직 법관이나 검사가 최종 승진자리로 갈 곳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이 법과 양심을 존중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인권을 보장하는 적정한 대법관 인선이 돼야 한다”며 “이런 의미에서 정병두 후보자를 포함한 후보자의 완전한 새로운 추천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