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

구제역 ‘살처분’ 충격 스트레스로 자살 농협직원…업무상재해

서울행정법원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하라”

2013-11-29 22:06:2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2010년 12월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살처분’에 참여했다가 받은 정신적 충격과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농협직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 따르면 2001년 충남의 한 축협에 입사한 A씨는 2010년 12월 당진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하자 동료 직원들과 함께 가축 살처분 매몰 작업에 투입됐다. A씨는 어린 가축을 포함한 소ㆍ돼지 등을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이는 것이었다.

이후 A씨는 매몰 작업을 함께 동료에게 “매몰 작업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이 커서 자다가도 악몽을 꾸고 놀라서 깨곤 한다”며 “이러다 벌 받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괴로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A씨는 매몰 작업 완료 후에도 매몰지에서 나오는 침출수 문제로 2011년 4월부터 9월까지 침출수 제거 작업에도 동원됐다. 또한 다른 부과된 업무 등으로 인해 힘겨워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자책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던 A씨는 그해 10월 숙직을 위해 출근하기 전 처에게 “인생의 목표가 뭐냐”고 물었고, 처가 “아들을 잘 키우는 것”이라고 대답하자, “그럼 됐다”며 출근했다.

그런데 다음날 숙직실에서 근육이완제를 주사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됐다. A씨는 유서를 남겼는데 유서에는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한 마음, 늘 속으로는 잘해주고 싶은 마음뿐인데 그렇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싫다는 것. 아들에게 미안하고 보고 싶다. 어머님과 형에게 미안하다“는 것 등이 적혀 있었다.

이에 A씨의 처 B씨가 “구제역으로 인한 매몰 작업에 따른 정신적 충격 등이 더해져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극도로 누적됐으며, 그 때문에 발생한 우울증이 심화돼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에 이른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을 청구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 이유로 심신상실이나 정신의 착란 상태에서 자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했다. 이에 B씨가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제2부(재판장 윤인성 부장판사)는 최근 망인 A씨의 처인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청구소송(2013구합52520)에서 “피고의 처분은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에 처인 원고에게조차 상의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반려됐고, 그 결과 사직 이외에 달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피할 길이 없던 망인은 그로부터 3개월 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유서의 내용, 사망 무렵 망인이 처한 육체적ㆍ정신적 상태 및 망인이 보여준 태도 등에 비춰 보면, 업무에 대한 불안과 부담감 등이 더해져 기존의 우울증 증세가 악화됨에 따라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감행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따라서 망인이 유서를 작성했다는 사정만으로 망인의 자살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업무상 스트레스가 심하게 누적됐기 때문에 발생한 극단적인 두려움 내지 괴로움으로 인해 평소 몹시도 사랑하던 어린 아들과 아내 등 가족의 미래를 고려할 수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 추단할 수 있으므로, 사망과 업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며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