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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국정원장, 일심회 ‘간첩단 발언’ 피의사실공표 아냐

대법원, 일심회 사건 5명이 김승규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각

2013-11-28 23:30:59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이른바 ‘일심회’ 사건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자의 질문에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고 밝힌 당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의 발언은 피의사실공표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다.

J씨 등 5명은 2006년 10월 국가보안법상의 회합ㆍ통신 등의 혐의로 체포 구속돼 국가정보원에서 수사를 받다가 11월 서울중앙지검에 송치됐고, 검찰은 12월 국가보안법상의 간첩, 이적단체구성 내지 가입, 회합ㆍ통신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일심회 사건을 수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언론들은 연일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보도했다.

그런데 김승규 국정원장은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던 중 자신을 찾아온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기자의 계속적인 요청에 따라 인터뷰를 하게 됐다.

기자가 “이번 사건이 간첩단 사건인지 논란이 있다. 간첩단 사건인가”라는 질문에 김승규 원장은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고정간첩이 연루된 사건 아닌가. 이미 구속된 5명은 한 달간 집중적인 증거확보 등 수사를 통해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다음날 보도됐다.

그러자 J씨 등 5명은 “김승규 원장은 당시 우리가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소되지도 않은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해 간첩 혐의가 명백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피의사실을 언론에 공표해 보도됨으로 인해 재판을 받기도 전에 간첩으로 인식돼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6민사부(재판장 김흥준 부장판사)는 2008년 7월 J씨 등 5명이 김승규 국정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 5명에게 각 2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심회의 실체 및 원고들의 간첩행적에 대한 수사를 본격 시작했던 시점이므로, 과연 원고들이 이적단체 등을 구성했다는 점과 간첩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공표해도 무방할 만큼 객관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는지 의문”이라며 “실제로 원고들에 대한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은 무죄로 확정됐고, 일부 원고들의 간첩혐의도 무죄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또한 “이 발언은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건의 수사책임을 맡고 있는 국가정보원장의 공표행위라는 점에서 피의사실공표행위로서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피고 김승규는 직무집행과 관련한 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고법 제20민사부(재판장 지대운 부장판사)는 2009년 5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원고 중 J씨에 대해서는 국정원이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을 침해한 점을 인정해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김승규)의 ‘간첩단 사건으로 보고 있다. 고정간첩이 연루된 사건이다. 이미 구속된 5명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발언은 단지 간첩(단)이라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고 있는 뿐, 원고들이 탐지 수집한 국가기밀의 종류나 내용, 이적단체를 구성 또는 가입한 시기 등 구체적으로 어떤 범행을 했다는 것인지에 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또 “피고가 발언을 하게 된 경위가 혐의사실에 대한 기자의 확인요구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이라면 발언내용과 동기에 비춰 명예훼손의 범의도 인정할 수 없고, 질문에 대한 단순한 확인 대답을 명예훼손에서 말하는 사실적시라고 할 수도 없으므로, 형법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28일 일심회 사건 J씨 등 5명이 “국정원장이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언론에 공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2009다51271)에서 “피의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 김승규의 발언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해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 등이 없다”고 판시했다.

또 “발언 당시 피고에게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거나 원고들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의 판단도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J씨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적단체 구성 내지 가입 혐의에 대해서는 이들이 구성했다는 소위 ‘일심회’가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에 요구되는 단체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국가기밀을 탐지하고 누설하는 등의 간첩행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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