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은 부하직원인 장진수 주무관에게 컴퓨터에 저장된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증거인멸 지시다. 그런데 진경락과 장진수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론적으로 쉽게 말해 대법원은 장진수는 상관의 불법ㆍ부당한 지시에 따랐기 때문에 유죄고, 진경락은 자신의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진수 주무관은 진경락 과장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했고, 이후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8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장 주무관은 부서 최고책임자인 진경락 과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던 점을 항변하며 대법원에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유죄인 즉,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은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어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데, 장진수 주무관이 따랐다는 이유다.
그런데 부서 최고책임자로서 장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진경락 과장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진 과장은 자신이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이므로 비록 진경락의 증거인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진경락 과장의 증거인멸 무죄 판단에 대해 향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 어떻게 된 것일까?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0년 6월 국회와 언론을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대두되자, 국무총리실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인규 지원관, 김충곤 점검1팀장, 원충연 점검1팀원 등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런데 이들과 공직윤리지원관실 일부 직원들은 향후 징계 또는 수사가 진행될 경우 불법사찰의 전모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서기관)은 장진수 주무관 등 기획총괄과 및 점검1팀 직원들에게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각종 사찰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장진수씨는 2010년 7월 5일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으로 KB한마음 김종익 대표 등에 대한 불법 내사를 추진한 경위와 관련된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컴퓨터 자료를 삭제했다. 또한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영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손상시켰다.
이에 검찰은 진경락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주무관이 공모해 이인규, 김충곤, 원충연 등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자 진 과장은 “장진수에게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특히 “증거인멸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자신의 징계사건이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로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진수씨는 “상급자이자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최고위자였던 진경락 과장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어서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인식이 없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위나 당시 상황에 비춰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설령 불법 지시라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
◆ 1심, 진경락 과장은 징역 1년 실형…장진수 주무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2010년 11월 증거인멸,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장진수 주무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먼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진경락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법사찰과 관련해 진경락은 2010년 7월 6일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제나 업무 등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만을 조사받았을 뿐인 점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 및 공용물건손상의 범행 당시 진경락이 컴퓨터 자료 삭제의 불법적인 업무처리로 인해 징계절차에 회부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고, 더군다나 불법내사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여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삭제가 정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인규 등의 불법내사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목적을 배제할 수 없어 목적이 정당하다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선택한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도 공무원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은밀하고 비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장비를 손상케 하는 것이어서 법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진경락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극구 부인할 뿐 아니라, 모든 행위를 부하직원 장진수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미루거나 보안지침에 따른 정당행위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의 빛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장진수에게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자료를 영구삭제하고 더 나아가 더욱 확실한 처리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시하고 주도해, 이인규 등에 대한 징계 및 사법절차를 적극적으로 저해하려한 자로서 책임이 중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따랐을 뿐’이라는 장진수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해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장진수는 아무런 전과가 없고 6년간 성실하게 공직에 종사해 온 점, 범행을 대체로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상관인 진경락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 항소심도 진경락 과장 증거인멸죄 유죄…형량만 낮춰
그러자 진경락 과장은 “민간인 사찰 등 사건이 불법 또는 비위행위로 밝혀질 경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기획총괄과장으로서 징계대상자에 포함되므로, 이는 자신의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돼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장진수 주무관은 “상관인 진경락의 지시가 정당한 것으로 알고 지시에 따라 한 것이며, 형량도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물론 검찰도 “이들에 대한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섭 부장판사)는 2011년 4월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진경락 과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감형했다.
재판부는 “진경락은 공직자의 사기진작, 공직사회 기강확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윤리지원관과 공무원이 관련된 민간인 불법내사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거나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하직원 장진수에게 지시해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고 하드디스크를 손상하는 방법으로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것은 공무원의 직무상 임무에 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가의 사법기능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범죄로서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직과 기능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삭제 프로그램으로 삭제했다는 컴퓨터 자료의 상당부분이 당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지 못하게 돼 피고인이 범한 증거인멸의 정도가 줄어든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진수씨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컴퓨터 자료를 삭제한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또 상관인 진경락 과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형량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장진수는 진경락의 지시에 따라 김종익씨 불법내사 사건에 대한 증거를 직접 인멸함으로써 불법내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공용물인 하드디스크를 손상시킨 결과를 초래한 범행으로 인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 대법, 사찰 자료 삭제 지시한 진경락 증거인멸 혐의 무죄
▲ 대법원 정문 앞서 찍은 대법원 사건은 진경락 과장과 장진수 주무관의 상고(2011도5329)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증거인멸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장진수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경락 과장의 공용물건손상죄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했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종전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어 “증거인멸죄에 있어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이란 인멸행위 시에 아직 수사 또는 징계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 또는 징계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증거인멸의 범행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인 진경락이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이 행한 ‘김종익에 대한 불법 내사’와 관련해 업무처리로 인해 징계절차에 회부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고, 불법 내사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여지도 없었으므로, 진경락의 증거인멸행위는 자신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경락은 ‘김종익 불법 내사’ 사건과 관련해 이영호, 이인규 등과 함께 김종익을 협박해 KB한마음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게 함과 아울러 김종익이 보유한 KB한마음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한편, KB한마음 사무실을 수색하고 위력으로 임직원들의 회사 운영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강요죄, 방실수색죄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진경락이 인멸한 컴퓨터 파일 자료는 김종익 불법 내사와 관련된 증거”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진경락은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이므로 비록 진경락의 증거인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이 진경락의 증거인멸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므로 원심 판결 중 진경락에 대한 증거인멸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파기사유를 설명했다.
반면 장진수씨의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관인 진경락이 ‘김종익에 대한 불법 내사’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은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장진수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증거인멸 및 공용물건손상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장진수에 대한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는 상고심에서 내세운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해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공소제기를 공소권 남용으로 볼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결론적으로 쉽게 말해 대법원은 장진수는 상관의 불법ㆍ부당한 지시에 따랐기 때문에 유죄고, 진경락은 자신의 형사처분을 면하기 위해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진수 주무관은 진경락 과장의 지시에 따라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를 삭제했고, 이후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8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장 주무관은 부서 최고책임자인 진경락 과장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던 점을 항변하며 대법원에 기대했으나 허사였다.
유죄인 즉,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은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어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데, 장진수 주무관이 따랐다는 이유다.
그런데 부서 최고책임자로서 장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진경락 과장은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에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진 과장은 자신이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이므로 비록 진경락의 증거인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진경락 과장의 증거인멸 무죄 판단에 대해 향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 어떻게 된 것일까?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0년 6월 국회와 언론을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 대두되자, 국무총리실은 자체 조사를 통해 이인규 지원관, 김충곤 점검1팀장, 원충연 점검1팀원 등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런데 이들과 공직윤리지원관실 일부 직원들은 향후 징계 또는 수사가 진행될 경우 불법사찰의 전모가 밝혀질 것을 우려해, 공직윤리지원관실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서기관)은 장진수 주무관 등 기획총괄과 및 점검1팀 직원들에게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각종 사찰 자료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장진수씨는 2010년 7월 5일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으로 KB한마음 김종익 대표 등에 대한 불법 내사를 추진한 경위와 관련된 자료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컴퓨터 자료를 삭제했다. 또한 컴퓨터에 저장된 자료를 영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손상시켰다.
이에 검찰은 진경락 기획총괄과장과 장진수 주무관이 공모해 이인규, 김충곤, 원충연 등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자 진 과장은 “장진수에게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특히 “증거인멸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이는 자신의 징계사건이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인멸로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진수씨는 “상급자이자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최고위자였던 진경락 과장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이어서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인식이 없었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위나 당시 상황에 비춰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설령 불법 지시라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항변이다.
◆ 1심, 진경락 과장은 징역 1년 실형…장진수 주무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35형사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는 2010년 11월 증거인멸,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락 기획총괄과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장진수 주무관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먼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진경락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불법사찰과 관련해 진경락은 2010년 7월 6일 검찰에서 참고인 신분으로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제나 업무 등에 관한 일반적인 내용만을 조사받았을 뿐인 점 등에 비춰 보면, 증거인멸 및 공용물건손상의 범행 당시 진경락이 컴퓨터 자료 삭제의 불법적인 업무처리로 인해 징계절차에 회부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고, 더군다나 불법내사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여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삭제가 정당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인규 등의 불법내사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목적을 배제할 수 없어 목적이 정당하다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선택한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도 공무원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은밀하고 비정상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혈세로 마련된 장비를 손상케 하는 것이어서 법질서가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양형에 대해 재판부는 “진경락은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극구 부인할 뿐 아니라, 모든 행위를 부하직원 장진수의 독자적인 행동으로 미루거나 보안지침에 따른 정당행위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의 범행에 대해 반성의 빛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장진수에게 컴퓨터에 저장돼 있는 자료를 영구삭제하고 더 나아가 더욱 확실한 처리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시하고 주도해, 이인규 등에 대한 징계 및 사법절차를 적극적으로 저해하려한 자로서 책임이 중해 실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지시를 거부할 수 없어 따랐을 뿐’이라는 장진수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무원이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상관은 하관에 대해 범죄행위 등 위법한 행위를 하도록 명령할 직권이 없는 것이며, 또한 하관은 소속 상관의 적법한 명령에 복종할 의무는 있으나 명백히 위법 내지 불법한 명령인 때에는 이는 벌써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장진수는 아무런 전과가 없고 6년간 성실하게 공직에 종사해 온 점, 범행을 대체로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상관인 진경락의 지시에 따라 범행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 항소심도 진경락 과장 증거인멸죄 유죄…형량만 낮춰
그러자 진경락 과장은 “민간인 사찰 등 사건이 불법 또는 비위행위로 밝혀질 경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기획총괄과장으로서 징계대상자에 포함되므로, 이는 자신의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돼 증거인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항소했다.
장진수 주무관은 “상관인 진경락의 지시가 정당한 것으로 알고 지시에 따라 한 것이며, 형량도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물론 검찰도 “이들에 대한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섭 부장판사)는 2011년 4월 실형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진경락 과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감형했다.
재판부는 “진경락은 공직자의 사기진작, 공직사회 기강확립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직윤리지원관과 공무원이 관련된 민간인 불법내사 사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거나 진행되는 상황에서, 부하직원 장진수에게 지시해 컴퓨터 파일을 삭제하고 하드디스크를 손상하는 방법으로 증거인멸 행위를 한 것은 공무원의 직무상 임무에 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국가의 사법기능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범죄로서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조직과 기능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이 삭제 프로그램으로 삭제했다는 컴퓨터 자료의 상당부분이 당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지 못하게 돼 피고인이 범한 증거인멸의 정도가 줄어든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장진수씨에 대해서는 재판부는 “컴퓨터 자료를 삭제한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하고, 또 상관인 진경락 과장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형량은 유지했다.
재판부는 “장진수는 진경락의 지시에 따라 김종익씨 불법내사 사건에 대한 증거를 직접 인멸함으로써 불법내사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고, 공용물인 하드디스크를 손상시킨 결과를 초래한 범행으로 인한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 대법, 사찰 자료 삭제 지시한 진경락 증거인멸 혐의 무죄
▲ 대법원 정문 앞서 찍은 대법원 사건은 진경락 과장과 장진수 주무관의 상고(2011도5329)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증거인멸과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된 장진수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진경락 과장의 공용물건손상죄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단하면서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으로서, 피고인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했다면, 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 없다”고 종전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이어 “증거인멸죄에 있어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이란 인멸행위 시에 아직 수사 또는 징계절차가 개시되기 전이라도 장차 형사 또는 징계사건이 될 수 있는 것까지를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심은 이 사건 증거인멸의 범행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인 진경락이 공직윤리지원관실 1팀이 행한 ‘김종익에 대한 불법 내사’와 관련해 업무처리로 인해 징계절차에 회부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고, 불법 내사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여지도 없었으므로, 진경락의 증거인멸행위는 자신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대한 증거를 인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진경락은 ‘김종익 불법 내사’ 사건과 관련해 이영호, 이인규 등과 함께 김종익을 협박해 KB한마음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게 함과 아울러 김종익이 보유한 KB한마음 주식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하는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한편, KB한마음 사무실을 수색하고 위력으로 임직원들의 회사 운영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강요죄, 방실수색죄 및 업무방해죄로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고, 진경락이 인멸한 컴퓨터 파일 자료는 김종익 불법 내사와 관련된 증거”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면 진경락은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것이므로 비록 진경락의 증거인멸 행위가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원심이 진경락의 증거인멸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므로 원심 판결 중 진경락에 대한 증거인멸죄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고 파기사유를 설명했다.
반면 장진수씨의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관인 진경락이 ‘김종익에 대한 불법 내사’와 관련된 증거자료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것은 직무상의 지시명령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장진수가 이에 따라야 할 의무가 없음에도 증거인멸 및 공용물건손상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행위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변호인단은 “장진수에 대한 공소제기가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는 상고심에서 내세운 새로운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해 살펴보더라도 이 사건 공소제기를 공소권 남용으로 볼 만한 사정을 찾아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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