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

대법 “자치단체장 이메일 해킹한 자료도 유죄 증거”

만년 6급인 자신을 5급이 맡는 동장에 임명하자 시장에 충성을 다짐한 밀양시 공무원

2013-11-28 15:40:14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만년 6급인 자신을 5급이 맡는 동장에 임명해 준 것에 대해 ‘충성’을 다짐하며 선거를 앞둔 시장의 재선을 위해 불법선거운동을 한 뒤 이를 이메일로 보고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공무원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제3자가 자치단체장의 이메일을 해킹해 단체장에게 충성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공직자를 알게 돼, 검찰이 해킹 이메일 자료를 제출했더라도 이를 유죄의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도, 그 증거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 기타 인격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 경위와 침해의 내용 및 정도,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는 범죄의 경중 및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거능력을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판시한 데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밀양시 6급 공무원인 A(50)씨는 지난 2010년 1월 엄용수 밀양시장이 자신을 5급 보직인 동장 직무대리에 임명하자, 이에 보답하는 한편 좋은 인상을 줘 승진을 하기 위해 엄 시장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A씨는 “저가 총력을 다해서 총 2,000명 정도를 시장님 편으로 끌어들이겠습니다. 혼신을 다해 목숨을 걸고서 일을 하겠습니다”라는 이른바 ‘충성’을 다짐하는 이메일을 엄용수 시장에게 보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동장실에서 관내 통장들에게 “현 시장이 시정을 잘하니까 이번 선거에서 한 번 더 엄용수 시장을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또 관내 사회복지관을 방문해 관장에게도 “나를 동장으로 발령해준 시장님이 고맙다. 시장님이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지방선거는 그해 6월 치러졌다. A씨는 또한 통장들에게 엄용수 시장을 도와 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고, 엄 시장에게는 통장들을 규합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안을 담은 이메일로 보고한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다른 밀양시 공무원이 엄 시장의 이메일을 해킹해 알아낸 뒤 이를 상대 후보자에게 알리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에 검찰은 “공무원인 A씨가 2010년 6월 실시 예정인 자치단체장 선거와 관련해 엄용수 밀양시장을 위해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했다”며 기소했다.

검사는 전체 공소사실에 대한 주요 증거들 중 하나로, A씨가 엄용수 시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제출했고, 그 이메일은 통장이나 유지들에게 엄 시장을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은, 이렇게 수사기관이 아닌 사인(私人)이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한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 즉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1심인 창원지법 밀양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무신 부장판사) 2010년 7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밀양시 공무원 A씨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공무원 조직에서 줄서기, 논공행상 등의 인사폐단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법과 원칙에 따른 행정이 되지 못하고 후보자 개인이나 측근 공무원 중심으로 행정이 왜곡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이를 엄하게 다스려 관권선거나 공적 지위에 있는 자의 개입 여지를 불식시킬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은 37년간 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해 온 점, 이 사건은 임용수 밀양시장의 이메일이 제3자의 해킹으로 불법 유출됨에 따라 수사가 개시된 점,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아무런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가 엄용수 시장에게 통장들을 규합할 수 있는 선거운동방안을 이메일로 보고한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엄용수 시장이 만년 6급 주사로 승진하지 못하고 있던 피고인을 5급 직위인 동장 직무대리로 임명하자 피고인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시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며, 선거운동방안을 정리해 일방적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이고, 엄 시장은 이메일을 수신했을 뿐 이에 대해 답변하거나 선거운동방안을 지시ㆍ요구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A씨와 검사가 각각 항소했으나,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용빈 부장판사)는 2010년 9월 양측의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자 A씨가 “시장의 이메일을 해킹해 취득한 것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상고(2010도12244)해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28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밀양시 공무원 A씨에 대해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제3자가 해킹으로 이메일을 수집한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메일을 발송한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 내지 통신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일응 증거능력을 부인해야 할 측면도 있어 보이나”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이메일은 밀양시청의 업무상 필요에 의해 설치된 전자관리시스템에 의해 전송 보관되는 것으로서 공공적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또한 이 사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된 공직선거법 위반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행위로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이른바 관권선거를 조장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범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피고인의 이메일 내용을 증거로 제출하는 것은 허용돼야 하고, 이로 말미암아 피고인의 사생활의 비밀이나 통신의 자유가 일정 정도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의 수인해야 할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며 “원심이 이메일을 증거로 삼아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