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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봉헌 전주변호사회장 “조무제 대법관 그립다”

퇴임 대법관 부(富) 거머쥐는 모습에 국민은 절망

2006-02-20 21:30:08

“권력과 명예를 남부럽지 않게 가졌던 대법관들이 퇴임 후 부마저 거머쥐는 모습을 보면 국민들은 절망한다. 조무제 전 대법관이 그립다. 대법원만이라도 법조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거칠어진 심성을 순화시켜 준 조무제 전 대법관과 같은 분들로 꽉 찼으면 한다”

전주지방변호사회 진봉헌 회장은 대한변호사협회가 격주로 발간하는 대한변협신문(제153호, 20일 발행)에 기고한 ‘진봉헌 변호사의 2000자 칼럼’에서 바람직한 대법관 표상으로 조무제 전 대법관을 극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진봉헌 회장은 먼저 “법관 중에서도 대법관의 존재는 최고법원의 판사라는 역할 이외에도 사법부의 정신적인 지주로서의 상징성을 갖고 있어 특별하다”며 “따라서 국민들은 대법관이 무엇이 법인가를 최종적으로 선언하는 법관의 역할 이외에도 법적 정의의 추구를 위해 세속적 욕구를 희생하는 구도자의 역할도 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러나 대법관들의 퇴임 후 행적을 보면 법률기술자로서의 풍모 이상을 보여 주지 못해 실망스럽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진 회장은 특히 “상당수의 퇴임 대법관들은 그 동안의 지위와 경력을 이용해 돈벌이에 급급해 하고 있다”며 “최근 대법관을 퇴임하면서 참회의 퇴임사를 하신 분이 침이 마르기도 전에 법무법인의 대표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볼썽사납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에서 대법관을 종신제로 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간다”며 “대법관이 된 후에는 끝까지 대법관의 품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게 하려는 고육지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진 회장은 이어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대법관이 된 분들은 6년 임기를 마친 후에도 특별한 하자가 없으면 계속 연임하는 불문율을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그러나 모든 문제는 제도개선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앞으로 대법관이 되려는 분들은 국가를 위해서나 사법부를 위해서나 비상한 각오가 없으면 스스로 사양해 줬으면 좋겠고, 법적 정의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순교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대법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은 “세상이 황금만능주의의 극단으로 가면 갈수록 사회가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터지지 않으려면 지도층의 남다른 희생과 모범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다면 법조인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는 자명해 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들이 평생 재판업무에 종사하면서 첨예한 사회적 갈등과 분쟁들이 정의롭게 해결되도록 헌신해 온 점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고 또한 법조인들 중에서도 대법관이 재판실무와 법률이론에 가장 뛰어난 분들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도 모두가 공감한다”며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대법관들이 퇴임 후 돈벌이에 급급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의 실망은 더 크기 마련”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권력과 명예를 남부럽지 않게 가졌던 분들이 무마저 거머쥐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은 절망하고 더욱 황금만능주의에 빠져들게 된다”고 우려했다.

진 회장은 그러면서 “청빈 법관으로 수식되며, 이 시대의 사표(師表)로 칭송되는 조무제 전 대법관은 35년의 법관생활을 마치고 퇴직한 후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고교에서 후배를 가르치는 등 전 대법관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분이 있어 다행스럽다”고 위안을 삼았다.

그는 “조 전 대법관은 대법관 근무 당시 4급 상당의 비서관을 둘 수 있는데도 임기 내내 두지 않았고, 임기 중 두세 번의 해외시찰 기회가 주어지는데도 활용하지 않았으며, 대법관 취임시 재산이 7000만원이어서 재물에 욕심이 없었을까마는 법조인으로서 당당히 걸어야 할 길에 대한 소신이 있었기에 그런 고도의 결벽증에 가까운 절제와 희생이 가능했다”고 존경을 표시했다.

진 회장은 더 나아가 “본인과 가족들의 삶은 얼마나 힘들고 고달플까. 아마 가장 힘든 것은 국외자로서의 소외감일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그 분의 솔선수범은 법조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거칠어진 심성을 순화시켰다”고 극찬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조무제 전 대법관이 그립다”며 “범부로서 세상사에 찌든 필자가 대법원만은 조무제 전 대법관 같은 분들로 꽉 찼으면 하는 희망을 갖는 것은 너무 속이 뻔한 이기심일까” 자문하며 끝을 맺었다.

◈ 진봉헌 전주지방변호사회 회장 약력

진봉헌(50) 전주변호사회장은 전남 순창 출신으로 전라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 제18회에 합격했다.

수원지법과 전주지법 판사를 거쳐 지난 94년 변호사로 개업했으며, 전라북도 고문변호사와 전라북도 노사정협의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해 제26대 전주변호사회 회장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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