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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대리기사 간 후 만취상태서 300m 운전 무죄 왜?

기사입력 : 2018.05.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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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법 전경.(사진=전용모 기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리운전을 해오다 시비가 붙어 대리기사가 도로에 차를 세우고 간 상황에서 사고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300m가량 만취상태에서 운전한 것이 긴급피난에 해당돼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7월 24일 저녁 지인들과 술을 마셨다. 25일 자정 무렵 술자리가 끝나자 A씨는 대리운전 기사를 호출해 기사로 하여금 피고인의 집까지 승용차를 운전하도록 했다.


대리운전 기사는 부산 북구에 살고 있었던 까닭에 울산 동구 방어진 부근의 길을 확실하게 알고 있던 것은 아니어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운전했다. 이에 A씨는 “길을 잘 모르느냐?”, “운전을 몇 년 했느냐?”는 등으로 대리운전 기사의 운전능력에 대한 의문을 표시했다.

결국 A씨와 대리운전 기사 사이의 시비가 진행돼 A씨는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승용차에서 내리라고 말했고, 대리운전 기사는 승용차를 정차시키고 차에서 내린 후 가버렸다.

A씨는 대리운전 업체에 전화를 걸어 대리기사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청했으나, 대리운전 업체의 부장은 대리기사를 보내줄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

대리운전 기사가 승용차를 정차한 곳은 울산 북구 아산로 KCC 앞 도로로서 편도 2차선의 도로이다.

도로에는 갓길이 없고, 2차로 옆에는 가드레일이 있다. 이도로는 자동차전용도로와 유사해서 차가 주차해 있으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운 도로이다(대리운전 기사 J의 법정진술). 정차된 이 사건 승용차 옆을 지나가는 다른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가기도 했다(이 사건 승용차 블랙박스 영상).

아산로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도로로서 제한속도는 시속 70㎞/h인데, 사람들이 80㎞/h로 운전하기도 한다(경찰관 K의 법정진술).

A씨는 승용차를 위 정차 장소에서부터 운전해 약 300m 떨어진 현대오일뱅크 앞에 정차했다.

A씨는 7월 25일 0시46분경 112로 신고,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을 하다가 그냥 가버렸는데 위험할 것 같아서 주유소 안쪽으로 운전해서 들어왔다고 통화했다.

결국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송영승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송 판사는 “비록 피고인이 대리운전 기사에게 화를 내면서 차에서 내리라고 말한 사정도 있기는 하나, 피고인의 이 사건 운전은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검사가 의견서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피고인이 지인이나 경찰에게 연락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긴급피난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지인이나 경찰이 새벽시간에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해 줄 기대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아니함에도 지인이나 경찰에 대한 연락행위를 형사처벌로 강제하는 취지여서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게다가 “경찰에게 음주운전 차량을 이동시켜야 하는 업무까지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며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해 범죄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형법 제22조 (긴급피난) (1)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2조 제1항의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396 판결 참조).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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