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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전별 변호사, 재보험계약에서의 손해방지의무

기사입력 : 2017.03.24 11:19 (최종수정 2017.03.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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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본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호사단체인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 변호사)와 법조인 칼럼 협조 체계를 구축해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공익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한국법조인협회가 앞으로 정기적으로 여러분에게 법조인의 탁견을 제시해 드릴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번 칼럼은 제19회.

[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재보험계약에서의 손해방지의무>
-대법원 2016. 1. 14. 선고 2015다6302판결-전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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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관계

가. 원보험계약 및 재보험계약의 체결

손해보험회사인 원고는 A사와의 사이에서 ‘피보험자 A사 및 자회사, A사 및 자회사의 임원, 보험기간 1년, 보험금 한도액을 미합중국 통화 1억달러로 하여 임원배상책임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매년 갱신하여 왔다. 이후 원고는 피고를 포함한 8개 보험사와의 사이에서 이 사건 원보험계약에 관한 재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보험사고의 발생

A사는 원고와 체결하였던 임원배상책임보험계약을 갱신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자사 제품 판매가격 담합행위에 관하여 자진신고를 하였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이에 관한 조사를 실시한다는 점을 공시하였다. 그러자A사의 일부 주주들은 미합중국 뉴욕주 남부지방 연방법원에 ‘A사 및 그 임원들이 A사의 유가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과 같은 공시서류 및 언론보도문을 작성ㆍ배포시 담합 행위를 묵비하고, A사의 매출, 경쟁력 등에 관한 허위 정보를 적시한 것은 미국의 증권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였다. A사는 원고에게 위 집단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통지하였고, 이에 대하여 재보험자인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원보험계약에 면책사유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렸다. 이후A사는 미국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A사의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절차가 진행되자, 미국 법무부와의 사이에서 유죄거래합의를 한 후, 원고에게 이를 알렸다. 이와 같은 통지를 받은 원고는 피고를 비롯한 재보험업자들 모두에게 A사의 유죄거래합의를 하였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하였다.

다. 피고의 해지권 행사 촉구

피고는 원고에게 A사의 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해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알리며 원고가 취한 조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A사에 대한 해지권도 가지고 있다는 취지의 법률검토의견서를 발송하였다. 다만 원고가 실제로 A사에 대하여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해지권을 행사하지는 않았다.

라. 원보험금의 지급 및 재보험금 청구

A사는 원고에게 집단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이 조정을 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음을 통지하였다. 이에 원고는 A사에게 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며, 이 사건 보험계약은 예견면책조항 등과 같은 면책사유가 존재하므로, 원고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통지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는 조정을 통해 주주들에게 합의금을 지급하였고, 원고에게 이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하여 줄 것을 청구하였다. 이와 같은 청구를 받은 원고는 면책사유가 있음을 주장하며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하였다. 그러자 A사는 원보험금 지급 여부에 관하여 중재를 신청하였다. 원고는 중재판정에 따라 보험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한 후 피고에게 보험금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원고가 손해방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에 대한 재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2.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보험계약자 및 피보험자는 손해방지의무가 있으며, 고의‧중과실로 이를 위반할 경우 보험자는 손해방지의무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액에 대한 배상청구를 하거나 위 손해액을 공제한 후 남은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있고, 이와 같은 법리는 재보험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전제하에서 대법원은 ①원고가 피고와 재보험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A사와의 사이에서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면책항변의 주장을 통해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하고자 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적절한 경영상 조치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는 점, ②피고가 원고에게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해지권 행사를 요구한 시점에 이미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던 점 등을 근거로 하여, 원고가 A사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에 의한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고의‧중대한 과실에 의한 손해방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3. 검토

 피고는 원고의 해지권불행사는 손해방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므로 자신에게는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고지의무위반에 의한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행위와 손해방지의무의 관계가 문제된다. 재보험의 경우 보험자의 해지권불행사는 곧 재보험자의 보험금 지급책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험자는 신의칙에 따라 해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이처럼 재보험에서 고지의무위반에 의한 해지권 행사는 재보험자로 하여금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의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①보험계약자 등이 보험계약 체결시 중요한 내용을 고지하지 않았음을 안 보험자가 원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보험사고가 발생한다거나 손해가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②손해방지의무는 자기재산을 관리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족한 점, ③원고와 피고 모두 보험사고 발생 당시에는 면책사유를 주장하여 보험금지급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에 고지의무 위반에 관하여는 미처 검토하지 못하였던 점, ④원고가 A사에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 것은 중재판정에 의한 것으로써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추가판정신청까지 하였으나 이와 같은 신청이 기각되어 보험금 지급을 하게 되었던 점, ⑤피고가 해지권을 행사할 것을 요청한 시기에 이미 제척기간이 도과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해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손해방지의무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다음으로, 피고는 재보험계약은원보험계약의 내용에 따르도록 명시되어 있으므로 재보험자는원보험계약상 면책사유의 주장이 가능하며, 원고는 면책사유에 의해 A사에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중재판정에 의해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므로 피고는 재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①피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재보험계약은 운명추종규정을 명시하고 있는 점, ②보험자인 원고는 A사에 대하여 면책사유를 주장하며 보험금 지급 청구를 거절하였고, 이에 관한 중재절차에서 당시 주장 가능한 모든 사유들을 들어 다툰 사실이 있는 점, ③ 보험금을 지급하라는 중재판정이 내려지자 원고가 이에 대하여 추가판정신청을 하였으나 기각된 점 등을 통하여 볼 때 원고는 재보험계약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절차를 통하여 A사의 보험금청구에 관하여 대응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원고의 행위는 “재보험계약이 없는 상태에서 조치하는 것과 동등한 분별력과 사리”에 따른 것으로 보이므로 운명추종조항에도 불구하고 재보험자가 이를 다툴 수 있는 예외적 사항에 놓여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재보험자인 피고가 보험자인 원고의 판단 및 업무처리의 위법 등을 다툴 수 없다는 판단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이 보험자인 원고가 보험계약자와의 장기적ㆍ계속적 거래관계의 유지를 위해 해지권 행사를 하지 않은 행위가 적절한 경영상 조치에 해당하며 손해방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의문이 있다.

또한 이 사안에서 쟁점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으나, 추가적으로 원고가A사에 대하여 ‘기망을 이유로 한 보험계약의 취소’가 가능하였을지 여부 및 원고의 취소권 불행사가 손해방지의무 위반인지 여부를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A사는 원고와 임원배상책임보험계약에 관한 갱신계약을 체결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행위에 관하여 자진신고를 하였으며 미국 법무부와 유죄거래합의를 체결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한 주주들과 조정을 통하여 합의를 하였던 사실이 있다. 이와 같은 점으로 미루어볼 때 A사는 원고와 갱신계약을 체결하기 이전부터 보험계약상 배상청구로 이어질 수 있는 일체의 행위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질문서에 ‘아니오’라고 답함으로써 보험자를 기망하여 원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와 같은 A사의 행위는 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보험자는 이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함으로써 A사와의 권리ㆍ의무에서 해방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경우에도 보험자인 원고는 A사와의 거래관계를 유지하면서 면책사유를 주장하여 보험금 지급책임을 면하고자 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와 같은 행위가 손해방지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별 변호사 주요약력>
- 법률사무소 동일 대표변호사
- 법학박사 수료(전공: 노사관계법)
-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계약심의위원
- 광명시청 외부전문감사관
- 서울지방변호사회 기획위원회 위원
- 도봉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감사
-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 법제위원장
-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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