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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범 변호사, 헌재 탄핵심판 각하를 주장하는 까닭

기사입력 : 2017.03.06 11:21 (최종수정 2017.03.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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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외부 법률가 기고 칼럼]

탄핵심판 각하를 주장하는 까닭
김정범 변호사(법무법인 민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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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대통령 측에서 탄핵심판의 요건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재판에 있어서 각하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서 본안재판이 아닌 형식재판 또는 소송재판으로서, 소송요건의 흠결이나 부적법 등을 이유로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재판이다. 탄핵을 인용하는 것도, 기각하는 것도 아닌 방식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다.

대통령 대리인단 몇 명이 주장하기 시작한 탄핵심판의 각하를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광장에서 공공연히 외쳐대고, 탄핵심판의 결정을 앞에 두고 언론에 흘리기도 한다. 탄핵심판 막바지에 갑자기 탄핵심판의 각하를 거론하는 까닭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탄핵심판의 결정은 소추사유로 제기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절차를 거친다. 소추단(국회) 측과 피청구인(대통령) 측이 제출한 서류와 증인들의 증언, 각종의 증거조사 결과를 통해서 소추된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탄핵소추안에 포함된 사실관계만 심판의 대상으로 삼으며, 심판과정에서 제출된 증거에 한해서 사실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특검에서 드러난 사실관계라 하더라도 함부로 탄핵심판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확인된 사실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를 살펴보게 되고, 위배되었을 경우에는 그 위반의 정도가 대통령을 파면시킬 정도로 중대한지를 검토해서 탄핵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소추사실이 사실이 아닌 경우, 사실이어도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경우, 위반의 경우에도 중대하지 않는 경우에는 탄핵심판을 기각한다.

재판을 진행하는 대통령 측에서는 헌법재판 과정에서 오고 간 주장들, 제출된 증거들을 살펴볼 때 결론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나름대로 예측할 수 있다. 최소한 자신들에게 유리한지, 불리한지에 대한 나름의 감을 잡을 수 있게 된다. 먼저 탄핵소추 사실 확인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 대통령 측에서는 탄핵재판을 계속 이어가면서 헌법재판관 구성이 흠결되는 상황을 만들고자 한다. 그만큼 확인된 사실관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탄핵소추 사유는 특검 이전에 검찰 특수본에서 수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형사재판 과정, 탄핵심판 과정에서 출석한 증인들의 증언은 결코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다. 최순실이나 고영태 개인의 비리로 돌리기에는 대통령의 관여 정도가 너무 깊숙하다.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고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에 대한 강제모금, 최순실의 국정관여, 청와대에서 벌어진 갖가지 비정상적인 행동들이 모두 대통령과 관련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소추사실 상당 부분이 입증되고 대통령이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따라서 증거조사 절차도 형사재판처럼 엄격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사실이 이루어졌다고 볼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또한 확인된 사실들이 모두 범죄행위다. 뇌물이 되었든, 아니면 강요죄가 되었든 논란이 있지만 범죄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다음으로 그렇게 확인된 위법행위가 대통령의 파면을 가져올 정도로 중대하냐의 판단이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함부로 파면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경우에도 극히 제한적인 범위에서 파면을 허용한다. 중대한지의 여부에 대한 우리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이렇다.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이 어떠한 것인지’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한편으로는 탄핵심판절차가 공직자의 권력남용으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관점과 다른 한편으로는 파면 결정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한다는 관점이 함께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될 것이다. 대통령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원칙에 대한 적극적인 위반행위를 뜻하는 것이고,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란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그 외의 행위유형까지도 모두 포괄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 외에도,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가 그의 전형적인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예컨대, 대통령이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하여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에는,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대통령의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대통령이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 한하여, 대통령에 대한 파면결정은 정당화되는 것이다(헌재 2004. 5. 14. 선고 2004헌나1 결정).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탄핵사유가 사실로 확인되고 법률에 위반되는 경우 헌법재판소가 말하는 전형적인 탄핵사유, 즉 헌법이나 법률위반이 중대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직위를 이용한 직권남용 범죄다. 헌법재판소가 중대한 사유로 판단하고 있는 전형적인 사유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탄핵결정으로 파면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아무리 보수적인 성향의 헌법재판관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재판업무를 담당해 왔던 사람들, 특히 형사재판을 경험했던 재판관들이 쉽게 탄핵을 기각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대통령 대리인단은 탄핵심판의 기각의 논리를 전개하기 어려운 재판관들에게 형식적인 이유를 들어 각하 결정을 하도록 명분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또한 탄핵재판의 경우 소수의견을 낸 경우 그 의견을 밝혀야 하는데(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 그 심리적인 부담감으로 인해서 소수의견을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탄핵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다는 의견을 낸 재판관은 본안의 이유 유무에 대한 평결에는 참여하지 않는다(주문별 평결방식). 따라서 각하의 경우 탄핵인용도, 탄핵청구의 기각도 아닌 것이어서 심적인 부담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각하의 사유는 9인의 재판관이 아니어서 재판관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탄핵사유를 개별적으로 심의 의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결정이 나기도 전에 재심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각하사유로 들기에는 대부분 법률에 규정되어 있거나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의견을 밝혀 정리된 것들이다. 먼저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서는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심판정족수를 규정한다. 또한 탄핵 인용 결정의 경우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113조 제1항). 따라서 8인 재판부가 탄핵심판을 이어갔다고 해서 재판관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볼 여지는 전혀 없다. 탄핵 사유별로 심의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원칙적으로 탄핵사유 전체를 일괄해서 심의 의결할 것인지, 아니면 개별적인 사유에 대하여 따로 심의 의결할 것인지의 문제는 국회의 재량사항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우리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탄핵소추 의결을 위해서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사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법 규정에 반한다. 우리 국회법은 ‘탄핵소추의 발의가 있은 때에는 의장은 발의된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다(제130조 제1항)’고 규정할 뿐이다. 따라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칠 것인지에 대하여는 국회의 재량사항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도 전에 재심 운운하는 것은 미리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전제로 하는 것이어서 매우 부당하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같은 사유로 다시 탄핵심판을 청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탄핵으로 파면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재심은 허용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일관되게 헌법재판의 재심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측이 억지에 가까운 법 논리로 각하를 요구하는 것은 보수 성향의 재판관들에게 본안판단에 앞서 재판을 마무리 지음으로써 심리적인 부담감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또한 정치적으로도 재판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을 반복함으로써 탄핵 이후에도 지지자들의 결집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그러나 재판의 각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 인정되는 것이며, 이렇게 중대한 탄핵심판에서 본안판단을 하지 않는 것은 재판관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을 것임은 분명하다. 더욱이 정치적인 이유나 자신들의 성향을 반영해서 본안판단을 미루고 각하를 한다는 것은 재판관들의 기본적인 양심에도 반하는 것이다.

<위 칼럼은 외부 기고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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