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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구로동 분배농지사건' 재심대상판결 부당 원심 확정

2019-10-23 12:00:00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961년 박정희 정권 당시 정부가 농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한 이른바 ‘구로동 분배농지 사건’ 관련, 2019년 10월 17일 소유권이전등기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상고를 기각해 망인의 청구를 기각한 재심대상 판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선고 2019.10.17. 2018다300470).

분배농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의 재심에서 패소한 수분배자들의 후손들이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의 재심사유를 주장하며 재재심(재심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가 재심제기기간 도과를 이유로 각하된 후, 같은 호의 재심사유를 주장하며 다시 재재심을 청구한 사건이다.
원심(2018재나374)인 서울고법 제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 부장판사)는 2018년 11월 20일 “원고들의 재심청구는 모두 이유 있다며 피고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여 망인의 청구를 기각한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은 부당하다”며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중 망인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그 부분에 대한 피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재심대상판결 중 망 이OO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피고(재심피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했다.

피고(재심피고)는 원심에서 망 박OO 등에 대한 무죄판결이 백OO 등 21명에 대한 무죄판결, 김OO에 대한 무죄판결 등과 독립하여 재심사유가 되지 않는다면, 백OO, 김OO 등에 대한 무죄판결 확정일부터 5년이 지나 제기된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이 지났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원심은 망 박OO 등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은 김OO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과 별개로 독립하여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의 재심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원심 판단에는 피고의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또 재심사유는 그 하나하나의 사유가 별개의 청구원인을 이루는 것이므로, 여러 개의 유죄판결이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되었는데 이후 각 유죄판결이 재심을 통하여 효력을 잃고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어느 한 유죄판결이 효력을 잃고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개의 독립된 재심사유라고 보아야 한다. 재심대상판결의 기초가 된 각 유죄판결에 대하여 형사재심에서 인정된 재심사유가 공통된다거나 무죄판결의 이유가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

망인들의 소송수계인 원고(재심원고, 이하 ‘원고’)들은 망 박OO, 이OO, 김OO(이하 ‘망 박OO 등’)에 대한 유죄판결이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서울고등법원 68사24)의 기초가 되었고 이들에 대한 형사재심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이 사건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에서 정한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재심을 청구했다.

민사소송법 제451조 제1항 제8호는 “판결의 기초가 된 민사나 형사의 판결, 그 밖의 재판 또는 행정처분이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바뀐 때”를 재심사유로 정하고 있다. 이는 판결의 기초가 된 재판이나 행정처분이 그 후의 다른 재판이나 행정처분에 따라 확정적이고 또한 소급적으로 변경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87. 12. 8. 선고 87다카2088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원고들이 망 박OO 등에 대한 형사재심결과를 2018년 6월 28일경 비로소 알았다고 밝히고 있고 이와 달리 볼 자료가 없으므로, 그 때부터 30일 이내인 2018년 7월 3일 제기된 이 사건 재심의 소는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에서 정한 기간 내에 적법하게 제기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서울지방검찰청은 1968년 3월부터 1970년 7월까지 이 사건 구로동 일대 토지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농민과 그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언을 한 공무원 등에 대한 수사를 계속했다. 그 과정에서 체포되었다가 구속영장 청구 전에 민사소송을 취하하거나 권리를 포기한 후 석방된 사람은 104명이었고, 구속되었다가 기소 전에 민사소송을 취하하거나 권리를 포기한 후 석방된 사람이 39명이었으며, 최종적으로 기소된 사람은 41명이었다[서울형사지방법원 1974. 2. 18. 선고 68고42609, 69고13577, 69고29382, 70고27529, 70고30743(각 병합) 판결].

형사재판은 항소심(서울고등법원 74노5135 사건), 상고심(대법원 79도550 사건),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거듭된 파기환송심(서울고등법원 79노5560, 같은 법원 83노459, 같은 법원 83노6971 사건) 등을 거쳐 1984년 3월 13일에야 종료됐다. 위 41명 중 12명에 대하여는 재판 중 사망으로 공소기각결정이, 1명에 대하여는 무죄판결이, 2명에 대하여는 면소판결이 선고됐고, 나머지 26명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됐다.
피고는 1968년과 1970년에 이 사건 구로동 일대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미 패소 확정된 민사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피고가 청구한 재심사건은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변론이 진행되지 않다가 형사재판이 모두 끝난 후인 1984년에 재개됐다.

서울고등법원은 1989년 12월 6일 피고의 재심청구를 인용하는 판결, 즉 이 사건 항소심 판결 중 망인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면서 망인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고(‘이 사건 재심대상판결’), 원고들 등이 대법원 90다카4478호로 상고허가신청을 했으나 대법원은 1990년 6월 26일 상고허가신청을 기각했다.

유죄판결을 받은 일부 피고인들과 유족 등 155명은 2006년 5월 26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신청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 사건을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 사건’으로 명명하고, 1년여의 조사를 거친 후인 2008년 7월 8일 이 사건의 성격을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민사소송에 개입하여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당시 민사소송을 제기한 농민들에게 소송사기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농민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하여 가혹행위를 가하고 위법하게 권리포기와 위증을 강요한 것은 형사소송법상의 재심사유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진실규명결정을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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