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대법원, '종북의 상징'표현은 인격권 침해 아냐‥손배책임 원심 파기환송

2019-06-17 13:07:46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박상은 전 의원(피고)이 성명서를 통해 임수경 전 의원(원고)을 '종북의 상징'으로 지칭한 것은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피고의 표현행위가 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해 원고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위자료로 200만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원고(임수경)와 피고(박상은)는 모두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원고는 민주당 소속, 피고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원고는 2013년 7월 27일 인천광역시(시장 송영길)가 백령도에서 개최한 정전60주년 예술작품 전시 행사에 참석했는데, 피고가 2013년 7월 30일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 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르는 송 시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이하 ‘이 사건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는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로 인해 원고는 종북의원으로 인식되어 정치인으로서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설령 위 표현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는 원고에 대한 경멸적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원고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해 피고는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손해배상(2억)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심(2013가합104616)인 서울납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김종원 부장판사)는 2014년 3월 25일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해 “피고는 원고에게 200만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8. 21.부터 2014. 3. 25.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명예훼손에 대한 위자료 청구(주위적)는 기각하고 인격권 침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예비적)는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성명서의 표현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암시한다거나 묵시적으로 그 기초가 되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종북의 상징’이라는 표현은 원고의 국회의원으로서의 자격과도 연관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위와 같은 표현은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는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 원고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는 “성명서는 국회의원인 피고의 의정활동의 일환으로서 이를 법원의 심판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국회와 국민의 심판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위와 같은 표현을 들어 피고에게 인격권 침해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1심의 피고 패소부분의 취소를 구하며 항소했다.

항소심(2014나2011862)인 서울고법 제24민사부(재판장 이은애 부장판사)는 2104년 7월 31일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성명서가 주로 원고가 아닌 당시 인천광역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고, 원고와 피고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지위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성명서에서 피고가 사용한 종북이라는 표현의 의미, 사용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피고가 원고를 지칭한 표현은 의견표명으로서의 그 허용한계를 일탈하여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고의 청구를 배척했다.

피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상고심(2014다220798)인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019년 6월 13일 “피고가 이 사건 성명서에서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것이 지나치게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여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인격권 침해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의 표현행위가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함으로써 불법행위를 구성하는지의 여부이다.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그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혹은 타인의 신상에 관하여 다소간의 과장을 넘어서서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의견표명으로서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등 참조).

더욱이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은 입법과 국정통제 등에 관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고 나아가 그 직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도록 면책특권을 보장받는 등으로 통상의 공직자 등과도 현격히 다른 발언의 자유를 누리는 만큼(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19734 판결 참조) 그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 등에 대한 비판도 더욱 폭넓게 수인되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 성명서에서 ‘종북의 상징’이라는 용어는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로 사용되었다고 보이고, 이는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피고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인 원고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서 지역구 주민들의 인천광역시장 송영길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위 표현행위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하여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성명서를 통해서 원고를 비판한 것에 대응하여 원고 역시 이를 해명하거나 반박하고, 서로 간의 정치적 공방을 통해서 국민으로부터 평가를 받을 충분한 기회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