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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료법위반 병원이 건보에 청구한 요양급여 정당한가

2019-06-02 11:52:54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의료법 제33조 제8항 본문(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 개설·운영 금지규정)에 위반돼 개설된 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거부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이 있었다.

의료인인 B씨와 A씨는 2008년경 안산시장으로부터 이 사건 병원에 대한 개설허가를 받았다.
이 사건 병원의 개설명의자는 두 차례 변경을 거쳐 2012년 8월 24일경 원고 H씨 명의로 변경됐다. 그런데 원고 명의로 변경된 후에도 실제로는 B씨가 위 병원을 운영했고, 원고는 B씨에게 고용된 의사일 뿐이었다.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사기관으로부터 ‘이 사건 병원은 중복 개설·운영 금지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 제8항을 위반하였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피고는 2014년 1월 29일 원고에게 ‘이 사건 병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 위반돼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않아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2013년 12월 27일부터의 요양급여비용에 대한 지급을 거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의사 B씨는 원고 등을 고용해 이 사건 병원 등을 원고 등 명의로 개설하고, 실제로는 자신이 직접 운영했다는 등의 의료법 위반 범죄사실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쟁점은 2012년 2월 1일 개정된 의료법 제33조제8항에 위배해 개설·운영된 의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으로 볼 수 없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를 청구할 자격이 없는지 여부였다.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계속 ‘운영’한 것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나, 이는 B의 의료법 위반행위에 불과하고 그로인해 이 사건 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이라는 사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보법 제57조 제1항에서 부당이득 징수요건으로 규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은 개별 의료행위와 관련된 것이어야 하므로, 단지 의료법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했다고 하여 이를 당연히 ‘부당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의료법과 건보법의 개정경과에 비추어 볼 때도 복수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이 형사처벌의 대상이기는 하나 위 ‘부당한 방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1심(2014구합50033 서울행정법원 제11부 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원고 청구 기각, 2심(2014누57449 서울고법 제4행정부 재판장 지대운 부장판사) 항소기각으로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1심판결이 정당하다는 원심(2심)은 이 사건 병원이 의료법에 따라 적법하게 개설·운영된 의료기관이 아니어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원고가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2019년 5월 30일 원고가 피고(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진료비지급보류정지처분 취소청구소송 상고심(2015두36485)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요양기관으로 인정되는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의 범위는 이러한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법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기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부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갖춘 원고가 자신의 명의로 의료법에 따라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개설허가를 받았고, 이 사건 병원에서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인 환자에 대하여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를 실시한 후 피고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했다면, 이 사건 병원이 B가 중복 운영하는 의료기관이라는 사유를 들어 위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할 수는 없다”며 “원심 판단에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인으로서 자격과 면허를 보유한 사람이 의료법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했다면, 설령 이미 다른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고 있는 의료인이 위 의료기관을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했거나,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위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것이어서 의료법을 위반한 경우라 할지라도, 그 사정만을 가지고 위 의료기관이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는 요양기관인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그 요양급여에 대한 비용 지급을 거부하거나, 위 의료기관이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행위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에 의하여 요양급여비용을 받는 행위’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요양급여비용 상당액을 환수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의료기관도 의료기관 개설이 허용되는 의료인에 의해 개설됐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그 의료기관의 개설 명의자인 의료인이 한 진료행위도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한 요양급여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그 기준을 초과하는 등의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정상적인 의료기관의 개설자로서 하는 진료행위와 비교해 질병의 치료 등을 위한 요양급여로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의료법이 이 사건 각 의료법 조항을 위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처벌규정을 두지 아니한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의료법은 제33조 제2항 위반의 경우, 의료기관 개설자격(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이 없음에도 의료기관을 개설한 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제90조)도 두고 있다.

이와 달리 제33조 제8항(중복개설금지) 위반의 경우,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인에 대한 처벌규정은 있지만 그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고, 제4조 제2항(명의차용개설금지) 위반의 경우,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의료인 및 그 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전용모 로이슈(r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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