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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 '적법' 원심 파기환송

2019-05-23 09:51:43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에서 원심은 1심판결이 정당하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원고의 남편(이하 ‘망인’)은 서울메트로 직원으로 근무(20년2개월)하던 중 2011년 11월 26일 오후 1시경 등산복 차림으로 외출했다가 그 다음날 오전 8시30분경 수락산 도정봉 등산로에서 나무에 설치되어 있던 등산용 로프를 이용해 목을 매어 자살한 상태로 발견됐다.
망인은 근무하면서 서울시장과 사장으로부터 6회에 걸쳐 표창을 수여받았고 재직기간 중 징계를 받은 적은 없었다. 평소 밝고 유쾌했고 동료들과도 원만하게 지냈다.

원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피고(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2015년 4월 22일 ‘망인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는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이로 인해 자기 판단력 상실에 이를 만한 정신질환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가 부족하여 업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했다.

이에 대해 원고가 불복해 공무원연금급여재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했으나 2015년 8월 27일 기각결정을 받았다.

그러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감사원은 2010년 12월 16일부터 2011년 2월 18일까지 서울메트로를 대상으로 ‘지하철 공기업 경영개선실태’ 감사를 실시했는데 그 과정에서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설치공사에 대하여 부가가치세 영(0)세율을 적용해야 함에도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 채 시공업체에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공사대금을 지급했으나 그 후 업체 폐업으로 인해 약 17억2400만 원의 부가가치세를 돌려받지 못하는 손실을 입게 된 사실을 발견했다.

망인은 감사원의 감사가 있기 전까지 불안, 우울 등의 증상으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철은 ‘망인의 자살이 업무 스트레스와 연관된 우울증에 기인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고, 신경외과 전문의 이상구 역시 ‘망인이 예상하지 못한 중징계와 구상권에 대한 심리적 부담으로 급성스트레스가 발현한 가능성이 있고,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본인 능력만으로는 한계를 느꼈을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우울증 증상이 심화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본다’는 취지로 진단했다.

원고는 “망인은 감사원이 서울메트로에 대하여 실시한 ‘스크린도어 설치 관련 부가가치세액 부당 지급’건과 관련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져 자살하게 된 것이다.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해 이와 다른 취지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2015구합80994)인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강석규 부장판사)는 2016년 6월 16일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감사원의 ‘스크린도어 설치 관련 부가가치세액 부당 지급’건에 관한 감사로 인하여 어느 정도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는 보이나, ① 이 사건 재해 발생 이전 3개월 동안 망인의 업무나 근로조건이 바뀐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망인의 업무가 극심한 스트레스나 그로 말미암은 우울증을 유발할 정도로 과도했다고 보이지 아니한 점 ② 감사원의 문책요구대상자로서 망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다른 동료 직원들과 비교해 볼 때 망인에게만 특히 극심한 우울증을 초래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망인이 감사원의 감사 및 문책요구로 인해 서울메트로로부터 징계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담당자로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고 감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고 봤다.

이어 ④ 망인의 경우 함께 문책요구를 받은 동료직원들과 비교해 볼 때 정직 1월 정도의 징계가 예정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는데 비록 망인이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징계가 망인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⑤ 이 사건 재해 발생 당시 서울메트로의 구상권 행사 여부가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도 아니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이 평균적인 근로자로서 감수하거나 극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중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고는 항소했지만 항소심(2016누53564)인 서울고법 제7행정부(재판장 윤성원 부장판사)는 1심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에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박상옥)는 2019년 5월 10일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상고심(2016두59010)에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망인의 발언이나 행동 등에 비추어 보면 그가 위와 같은 스트레스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을 계속적으로 느끼고 있었음을 알 수 있고, 자살 직전에는 이상 행동에까지 이르는 등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 우울증세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망인은 자살 전 가족이나 지인에게 유서를 남겨놓지 않았고, 등산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로프를 나무에 걸고 목을 매어 자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자살은 우울증으로 인한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망인의 우울증이 발생한 경위, 자살 무렵 망인의 정신적 상황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따져보지 아니하고, 망인에게 노출된 업무상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하거나 심화시킬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망인의 사망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업무상 재해에서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따라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봤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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