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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비자금조성 불법영득의사 인정 원심 파기

2019-02-27 11:26:10

[로이슈 전용모 기자] 비자금 조성에 관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횡령)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대법원은 그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자신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법인의 운영자 또는 관리자가 법인의 자금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법인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

선박부품 제조 및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한 B상사 대표이사인 피고인 A씨(60)는 두산엔진 주식회사로부터 받은 부품 이외에 (주)세진이엔지 등으로부터 부품을 받아 이를 두산엔진 주식회사에서 받은 부품인 것처럼 포장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A씨는 2011년 1월 1일부터 2015년 7월 1일경까지 총10만292회에 걸쳐 상표권자의 상표권을 침해했다.

또 A씨는 2006년 2월 1일경 거래처인 H엔지니어링 운영자에게 엔진부품을 매입하는 것처럼 가장한 후 부가세를 공제한 금액을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입금해 달라고 부탁해 승낙을 받고 그 무렵부터 거래처들로부터 2012년 7월 3일까지 같은 방법으로 총 277회에 걸쳐 처의 계좌로 입금한 합계 8억2137만원을 임의 소비했다.

이 돈 중 3억5809만원은 정기예금을 들거나 지인에게 빌려주는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6고합376)인 부산지법 제7형사부(재판장 김종수 부장판사)는 2017년 6월 16일 상표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법인에는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판매한 엔진부품들은 이 사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인 선박용 디젤엔진과 유사한 상품에 해당해 주식회사 두산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또 상표권자의 양해 없이 이 사건 등록상표를 기재한 비닐지퍼팩에 두산엔진 주식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들로부터 공급받은 엔진부품들을 담아 판매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에 반하는 제4회 공판조서 중 증인의 진술기재는 믿기 어렵다”고 배척했다.

또 부이자금(비자금) 전액 회사를 위해 사용돼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는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이 사건 상표법 위반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이 거래처들에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해 부외자금(비자금)을 조성한 후 피고인의 처 명의의 계좌로 입금 받아 횡령한 돈이 8억2137만원으로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범죄전력이 없고 이 사건 상표법위반 범행의 경우 전형적인 상표권 침해범죄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불법성이 비교적 작다. 이 사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횡령) 범행의 경우 피고인이 피해자 B상사 주식회사에 횡령액보다 많은 9억3000만 원을 변제한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항소심(2017노358)인 부산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주호 부장판사)는 2017년 11월 9일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다며 이를 모두 기각했다.

피고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2019년 2월 14일 상표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상고심(2017도19568)에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횡령)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상표법위반은 원심판단을 인정했다. 피고인 주식회사의 상고는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용도로 비자금이 사용됐다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없고, 사용처 중 거래처에 대한 접대비, 수고비 명목의 금원 지출은 배임증재에 해당할 여지가 많으며, 이는 회사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라기보다는 배임증재 상대방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이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행하여진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비자금 8억2137만원 중 3억5809만원은 피고인 개인명의 정기예금이나 피고인의 지인에 대한 대여금 등 개인용도로 사용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비자금 조성에 관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비자금 조성에 관한 업무상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 및 이에 대한 증명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피고인이 피해 회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개인적 용도로 착복할 목적으로 이 사건 비자금을 조성, 그 조성행위 자체로써 불법영득의 의사가 실현되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경리담당직원의 진술 등에 비추어 위 비자금 중 일부는 회사의 영업상 필요에 의한 접대비, 현금성 경비 등으로 사용되어 왔을 가능성이 있는데(이 사건 비자금 조성이 중단된 2012. 7.로부터 3년가량이 지나 수사가 개시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비자금의 사용 및 회계처리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를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게 평가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접대비 또는 현금성 경비가 부정한 청탁과 결부된 배임증재 등 피해자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이 사건 비자금 계좌에 입금된 전체 금액 23억2549만원(2005. 7. 2.경부터 2012. 7.경까지)에 비해 원심이 인정한 피고인 명의의 개인 예금 및 대여금 등 개인적인 용도로 지출된 금원은 3억5809만원에 불과해 이 사건 비자금 전부가 피고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조성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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