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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최인석 울산지법원장 퇴임식

2019-02-13 23:39:25

최인석 울산지법원장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울산지방법원)
최인석 울산지법원장이 퇴임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울산지방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제19대 최인석 울산지법원장의 퇴임식이 2월 13일 오전 법원 3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최 법원장은 “제가 30년 이상 판사생활을 하고 법원장까지 지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제 스스로도 생각 못했습니다. 해보니 법원장은 바지사장입디다만 바지사장이라도 저는 법원장까지 할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법원이니까 조용하기는 하지만 성질이 불같은 제 성깔이 용납이 되었지, 다른 직장 같으면 벌써 쫓겨났을 겁니다. 그 점에서도 저는 법원에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다음은 퇴임사 내용이다.

우선 법원가족 여러분들께 2년 연속으로 법원장 퇴임식을 지켜보는 번거로움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모르기는 해도 후임 법원장은 울산지방법원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한번만 참아 주십시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밖에서 오신 존경하는 여러분,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김인욱 인천지방법원장께서는 정년퇴직을 하면서도 퇴임식을 하지 않고 그냥 가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저는 뜻밖에도 퇴직할 무렵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는 바람에 그랬다가는 무슨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그것도 제 마음대로 못했습니다.

로스쿨 학생들이나 법대생들과 대화하는 자리에 가면 이런 말을 묻습니다. 평소 가슴에 품고 사는 좌우명이 무엇이냐?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일이라도 변호사 한다.” 다들 웃습니다. “내일이라도 변호사 한다는 뜻은 소신껏 살겠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일이라도 변호사 하려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나에게 갑이 되거나, 내 고객이 될 수도 있는데 성의를 다해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고. 늘 그렇게 살지는 못했다.

내일이라도 변호사 한다고 했는데 그 내일이 30년이 될 지는 사실 저도 몰랐습니다. 저희 집사람은 그 내일이 ‘조만간’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지원으로 인사 발령이 나자 거침없이 교사직을 사표내고 따라 나섰다가 20번 가까이 이사를 하게 되리라고는 처음에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겠지요.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지방법원)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 퇴임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울산지방법원)

32년간 판사를 하면서 자랑이 있다면 저는 한 해도 쉬지 않고 재판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10년쯤 전에 했다면 못난 게 무슨 자랑이냐고 비웃음을 받았을 것입니다. 세월이 바뀌어 군인으로 치면 30년간 야전에서만 산 것을 이제 높이 평가하는 모양입니다.

어느 대법관께서는 퇴임사에서 이제 1심 합의 재판장을 하면 잘 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대법관 깜은 되지 못하니, 참고로 저는 대법관 검증에 한 번도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제 자랑입니다. 그게 왜 자랑이 되냐고요? 적어도 저는 제 주제파악은 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1심 합의재판장까지는 몰라도 1심 단독 판사 정도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가 제가 판사생활을 한 25년쯤 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소액단독을 해 보니까 그럭저럭은 몰라도 잘 한다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습니다.

어쨌든 이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집이 없어져버렸고 차는 20만 킬로를 넘었습니다. 회복되기는 했지만 건강을 크게 상한 적이 있습니다. 세상도 바뀌었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34년쯤 된 옛날이야기입니다. 제가 장가를 들게 되었을 때 돌아가신 저희 모친께서 장모 되실 분께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우리 아들이 참 조용한 사람이기는 한데, 성질이 불같아서 며늘아가 고생할 건데...” 성질이 조용하기는 한데 불같다. 그런 성격이 어디 있을까요? 한 마디로 성질 더럽다는 뜻입니다. 까칠하고 괴팍하다는 뜻입니다. 아니더라고요? 아니 맞습니다. 30년간 키워온 어머니만큼 아들을 잘 아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여러분, 제가 이 조직에 근무하면서 여러분께 괜찮은 모습을 보인 게 있다면 그건 모두 이 조직에 들어와서 보고, 배운 것입니다. 선배들로부터, 동료들로부터, 후배지만 존경할 만한 분들로부터 보고 배운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저의 언행이 여러분을 실망시킨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30년을 배우고 익혔으나 타고난 까칠함은 고치지 못한 것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용서를 바랄 뿐이지요.

저희 모친이 장모님께 우리 아들이 성격이 조용하지만 불같다고 하셨을 때 그때 저희 장모님께서 하신 대답이 걸작입니다. “헉, 큰일 났네요. 우리 딸도 한 성질 하는데...” 저희 모친께서는 장모님 말씀이 인사치레로 하신 말씀인 줄 아신 모양입니다. 그래서 “너거 장모가 사람이 참 괜찮더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장모님 말씀도 사실이었습니다.

김맹옥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사진제공=울산지법)
김맹옥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사진제공=울산지법)

요즘 들어 제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바람에 저의 밑천이 다 밝혀졌는데 저는 고등학교도 대학도 재수해서 들어간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다 시험 하나를 잘 치러서 사법시험에 합격하였고 어쩌다 판사가 되어 법원에 들어와서 30년 동안 그걸 우려먹고 살았습니다. 그 동안 제 능력이나 인품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제가 30년 이상 판사생활을 하고 법원장까지 지내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제 스스로도 생각 못했습니다. 해보니 법원장은 바지사장입디다만 바지사장이라도 저는 법원장까지 할 그릇이 되지 못했습니다.

법원이니까 조용하기는 하지만 성질이 불같은 제 성깔이 용납이 되었지 다른 직장 같으면 벌써 쫓겨났을 겁니다. 그 점에서도 저는 법원에 감사드립니다.

보도진들이 와 계실 거니까 기사거리가 될 내용을 말씀드려야겠죠. 딱 2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주권자인 국민과, 국회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2022년부터는 법조경력 10년 이상이라야 됩니다. 그 규정은 판사, 특히 재판장이 너무 젊고 세상 경험이 없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벌써 판사생활 10년 않고는 재판장이 되지 못합니다. 이미 단독 재판장의 대부분이 경력 15년 이상의 부장판사입니다. 법조경력 10년 이상을 요구하면 판사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둘째 문제이고 법원의 고령화를 불러올 것입니다. 그때 가서 고치지 말고 미리 미리 다시 검토해 주실 것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남아계신 판사님들께도 감히 한 말씀만 드리자면 헌법 정신에 투철한 재판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체의 자유, 구체적으로 불구속 재판의 원칙은 지금 우리 사회가 양쪽으로 갈라서서 싸우고 있는 모든 것을 해결할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판사는 헌법을 보고 나아갈 길을 정해야지 콜로세움에 모인 관중의 함성을 듣고 길을 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늘 말씀드렸지만 법원은 위기에 있지만 우리 울산지방법원은 제 몫을 다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칭찬 많이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주십시오.

제 자랑입니다. 잠시 뒤에 낭송 순서가 있겠지만 이 시대의 인기시인 나태주 시인으로부터 퇴임기념 헌시까지 받고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여러모로 저는 행복하게 떠나갑니다.

이 좋은 사람들, 이 좋은 청사, 특히 이 좋은 테니스 코트 남겨 두고 떠나려니 참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사람 사는 이치입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그 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함께 일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습니다.

2019. 2. 13.

울산지방법원장 최인석 올림

[프로필]
최인석 법원장은 1957년 2월 13일 경남 사천 출생으로 대아고와 부산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6회 사법시헙 합격(연수원 16기)하고 1987년 마산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각급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골고루 담당하여 재판실무에 능통하고, 기록을 꼼꼼하게 파악․분석한 후 치밀하게 논리를 전개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해 당사자로부터 깊은 신뢰를 받았다.

민사든 형사든 소송관계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재판진행으로 정평이 나 있고, 부산과 경남의 변호사회 모두로부터 우수법관으로 선정된 경력이 있다.

울산지방법원 재직시에는 법원장임에도 직접 고분쟁성 소액재판을 담당해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했다. 이로 인해 사건 당사자들이 절차적 만족감을 얻었을 뿐 아니라 업무가 경감된 판사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판결뿐만 아니라 신문 칼럼이나 소식지 등에도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글을 기고하고, 2016년에는 모 경제신문에 연재한 칼럼이 많은 이들의 절찬을 받기도 했다.

또한 2018년에는 기존의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11편의 ‘소수의견’ 시리즈를 법원 게시판에 연재해 많은 법관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김맹옥 여사와 사이에 2녀.

[약력]

△1987. 3.마산지법 판사

△1990. 3.마산지법 충무지원 판사

△1992. 2.마산지법 판사

△1997. 2.부산고법 판사

△1999. 9.창원지법 거창지원장

△2001. 2.창원지법 판사

△2002. 2 창원지법 부장판사

△2005. 2. 창원지법 통영지원장

△2007. 2. 창원지법 부장판사

△2009. 2. 창원지법 수석부장판사

△2010. 2. 부산고법 부장판사

△2012. 2.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

△2014. 2. 부산지법 동부지원장

△2014. 2. 부산가정법원장(겸임)

△2016. 2. 부산고법 부장판사

△2017. 2. 제주지방법원장

△2018. 2. 울산지방법원장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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