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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외국환거래 총액아닌 개별건수 10억넘지 않으면 처벌못해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쪼개기방식 증거 없어

기사입력 : 2019.02.1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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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


[로이슈 전용모 기자] 선하증권과 상품주문서 위·변조로 피해은행을 기망해 100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하고, 50억원이 넘는 금액을 신고 없이 필리핀 금융기관에 예금(외국환거래법위반)한 사안에서, 1심은 공소사실 모두 유죄로 판단했고 항소심(원심)은 외국환거래법위반에 대해서는 거래건수 모두 처벌기준인 거래별 10억이 넘지 않아 무죄로 판단했다. 누적금액(총액)이 아닌 거래 건수(50만~4억사이)별로 10억이 넘지 않았다.

이에 대법원도 예금거래를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2019년 1월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외국환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심(2018도16474)에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령 적용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 부분의 쟁점은 외국환거래법상 자본거래의 일종인 예금거래에 관해 개별 예금거래 금액이 처벌기준인 10억 원을 초과하지는 않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의 처벌 가부이다.

원심(항소심)은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봤다.

이에 대해 검사는 일정 기간 동안 이루어진 일련의 미신고 자본거래가 포괄해 그 총액이 10억 원을 초과하면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제18조 제1항 본문 위반죄의 일죄가 되며, 특히 이 사건의 이 부분 공소사실은 동일한 유형의 자본거래를 수회 반복한 포괄일죄로서 이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포괄일죄의 법리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만약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일정 거래금액을 합하면 그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그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있다면, 과거의 자본거래에 대해서도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셈이 되고, 이는 위 조항의 문언에 반하거나 문언의 의미를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확장 또는 유추하는 것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외국환거래법 제29조 제1항 제3호, 제18조 제1항 본문에 의하여 ‘처벌대상이 되는 미신고 자본거래’는,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이른바 ‘분할거래 방식’의 자본거래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A물산은 2016년 7월 21일경 피해 회사인 주식회사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피해 회사’ 또는 ‘SC제일은행’이라고 한다)과 매입외환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했다.

여신거래약정은 A물산이 수입자와 수출물품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물품에 관한 선적서류를 수입자에게 송부한 후 수입자에 대한 수출대금채권을 피해 회사에 매도해 그 수출대금을 지급받고, 수입자는 수출대금채권의 만기일에 수출대금채권의 매수인인 피해 회사에게 수출대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에 의한 거래로서, 세지물산이 피해 회사에 수출대금채권 매입의뢰서를 제출하는 경우 선하증권, 수입자의 주문서 등을 함께 첨부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회사 대표이사인 J씨(58), 경리부 차장 C씨(41)는 자금사정이 악화되자 상품 주문서 또는 선하증권을 위·변조한 후 이를 수출대금채권 매입의뢰서와 함께 피해 회사에 제출해 피해 회사로부터 수출대금 상당액을 편취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피해 회사를 기망해 이에 속은 피해 회사로부터 같은 날 수출대금채권 매입대금 명목으로 A물산 명의의 SC제일은행 계좌로 그 무렵부터 2017년 7월 20일경까지 별지 범죄일람표 3 총 48회에 걸쳐 합계 미화 1108만5120달러(한화 약 126억 상당)를 송금 받아 이를 편취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총 12회에 걸쳐 선하증권 합계 12장을 위조(별도 7장 변조)행사하고 총 12회에 걸쳐 상품 주문서 합계 142장(별도 464장 변조)을 위조 행사한 혐의다.

또한 거주자가 해외에서 비거주자와 외화예금거래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씨는 거주자로서 지정거래외국환은행의 장에게 신고를 하지 않고 비거주자의 필리핀 금융기관에 2016년 11월 7일경부터 2017년 8월 9일경까지 31회에 걸쳐 미화 합계 455만5785달러(한화 52억1768만원 상당)를 예금해 외화예금거래를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2017고합367, 2018고합29, 2018고합125 병합)인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정창근 부장판사)는 2018년 5월 3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외국환거래법위반, 유가증권위조(일부 인정된 죄명 유가증권변조), 위조유가증권행사(일부 인정된 죄명 변조유가증권행사), 사문서위조(일부 인정된 죄명 사문서변조), 위조사문서행사(일부 인정된 죄명 변조사문서행사) 혐으로 기소된 J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또 C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양벌규정으로 회사에는 벌금 5000만원(외국환거래법위반-미신고자본거래)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 J에 대한 공소사실 중 16회의 각 선하증권 위조로 인한 각 유가증권위조의 점은 각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사기범행으로 인한 실질적인 이득의 합산액이 판시 여신거래약정 상의 여신한도인 미화 300만 달러로 제한되므로, 이 사건에 대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1호(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편취금 중 일부를 기존 편취금 변제에 사용한 결과 미변제된 편취금의 합계액이 위 여신거래약정 상의 여신한도를 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들이 편취한 이득액은 이미 변제된 편취금을 포함한 편취금 전액이라고 봄이 타당하고, 위 이득액을 위 여신한도액의 범위 내로 제한할 것은 아니다”고 판단해 배척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J에 대해 “총 편취금액이 100억원을 초과하고, 그 범행 수법도 각종 위조․허위문서를 토대로 장기간에 걸쳐 수차례 자금을 편취한 것으로서 그 범정이 상당히 무겁다. 더구나 기존의 문서위조 및 사기범행을 숨기기 위해 추가적인 문서위조‧사기범행을 저지른 뒤 그 편취금으로 기존 편취금을 변제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지속하여 왔으며, 그 과정에서 미국 메릴다이아몬드사와 유사한 명칭의 유령회사를 필리핀에 설립하고서 유령회사를 통해 미신고 자본거래 범행을 저지르는 등 적극적으로 사기범행을 은폐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4월 이후의 범행 피해(30억원을 넘는 금액)가 대부분 회복되지 못해 피해 회사가 피고인의 처벌을 바라는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2017년 3월까지의 편취금(약 90억원으로 전체 편취액의 3/4가량)은 ‘돌려막기’ 과정에서 전액 변제돼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피해 회사에 실질적인 금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피해변제계획과 소액이기는 하나 피해 일부를 실제로 변제하기도 한 점, 동종전과가 없고 수사초기부터 범행을 자백하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피고인 J씨와 A물산은 법리오해 및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피고인들의 무죄 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심리미진과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항소심(2018노1731)인 서울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차문호 부장판사)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씨의 유죄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A물산에 대한 부분은 각 파기하고 J씨에 대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항소는 일부 받아들이고 검사의 항소는 기각했다.

특히 피고인 J씨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외국환거래법위반의 점과 피고인 주식회사 A물산은 각 무죄로 판단했다.

누적된 금액(52억상당)이 아닌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자본거래 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거래를 처벌기준의 의미로 봤기 때문이다.

외국환거래법은 10억원 이상의 미신고 자본거래에 대해 형사처벌하는 반면, 10억원 미만의 미신고 자본거래 행위에 대하여는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있고, 거래 건당 금액(분할하여 지급 등을 하는 경우에는 각각의 지급 등의 금액을 합산한 금액)이 미화 3000달러(2017. 6. 29. 이전에는 2000달러) 이하인 경우에는 신고의무 자체를 면제함으로써, 자본거래의 금액에 따라 신고 면제대상, 과태료 부과 대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J가 2016. 11. 7.경부터 2017. 8. 9.경까지 31회에 걸쳐 필리핀 소재 금융기관에 했다는 개별 예금거래의 금액은 미화 500달러(원화 57만9600원)부터 미화 36만9995달러(원화 4억2364만4275원) 사이의 금액으로 모두 형사처벌 기준인 10억 원에 미달하고, 개별 예금거래가 한 번에 자본거래할 금액을 일부러 나누어 거래하는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지만 모두 상고 기각됐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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