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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여성상대 금품강취 살해 무기징역 원심 파기환송

2019-01-21 18:54:44

[로이슈 전용모 기자] 도박자금과 생활비가 부족하자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강취하고 살해한 혐의로 원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조희대)는 1월 10일 강도살인 상고심(2018도12374)에서 “원심판결에는 유죄의 인정을 위한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예금통장, 신분증 등이 든 가방을 주워 예금 등을 인출하기만 했을을 뿐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을 하지 않았다고 다투고,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고인의 범행방법,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 경위 등을 알 수 있는 직접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수사 초기 피해자의 예금을 인출하는 영상이 확인될 때까지 유력한 용의자로 거론되었던 데다 위와 같은 미심쩍은 사정이 있는 L씨(피해자 지인)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증거조사가 필요했다고 보인다.

또한 피고인이 아닌 제3자가 이 사건 범행의 진범이라는 내용의 우편이 대법원에 접수돼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한지 검토를 요한다는 점도 밝혀둔다고 했다.

원심이 왜곡과 오염이 없다고 본 마대자루를 함께 옮겼다는 S씨의 최초 진술에 대해 마대자루가 피고인이 혼자 끌 수 있을 정도의 무게라면 피고인 스스로 마대자루를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내릴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범행이 탄로 날 위험을 무릅쓰고 그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마대자루의 색깔보다는 피고인이 자동차에서 내린 마대자루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관한 기억이 선명할 것으로 보이는데도, S씨는 전자는 기억하면서 후자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의문점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S씨의 진술을 다시 들어보는 등의 방법으로 면밀하게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부산과학수사연구소가 “피해자의 사망 일시를 2002. 5. 22. 새벽(추정)으로 기재한 이유는 지금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건은 부패한 시신이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부패한 시신에서 사망 일시를 추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부패한 정도와 수사관이 제시하는 행적에 따라 막연하게 추정하며, 이 건도 수사관이 제시하는 변사자의 행적에 근거하여 사망 시기를 추정하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는 내용으로 한 회보가 원심 변론종결 후에 도착 헸다.

원심으로서는 시체검안서에 기재된 사망일시의 의미,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점, 피해자의 부검에서 나온 알코올농도(0.074%)의 의미, 위와 같은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점과 알코올농도의 합리적인 설명 가능성 등에 관하여도 심리해 보았어야 할 것이다.

피고인이 살인을 해서라도 벗어나야만 할 정도의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몰려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 드는 점. 만약 그것이 살인의 동기도 되었다는 취지라면 살인을 해서라도 벗어나야만 할 정도의 경제적 곤란이나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과연 흉기로 수십 회 찔러 살인할 만한 동기로 충분한지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도8675 판결 참조). 살인죄 등과 같이 법정형이 무거운 범죄의 경우에도 직접증거 없이 간접증거만에 의하여 유죄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렇게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관련성이 깊은 간접증거들에 의하여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 요구된다(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도10754 판결 참조). 간접증거에 의한 간접사실의 증명도 합리적인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에 이르러야 하고, 그 하나하나의 간접사실은 그 사이에 모순, 저촉이 없어야 함은 물론 논리와 경험칙, 과학법칙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10895 판결 참조).

A씨(48)는 당시 무직 상태로 일정한 수입이 없고 채무가 8000만원 상당에 이르러 매달 이자로만 100만원 상당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특별히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도박을 즐기다가 도박자금과 생활비가 부족하자 여성을 상대로 금품을 강취하기로 마음먹었다.

A씨는 2002년 5월 21일 밤 11시20분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사이에 부산 불상의 장소에서 홀로 가는 피해자 D씨(22·여)를 발견하고, 흉기로 협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반항하지 못하게 한 후 피해자로부터 피해자 소유의 제일은행 보통예금 통장, 제일은행 적금 통장, 신분증, 도장 등이 들어있는 가방을 빼앗았다.

통장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다음날 부산 사상구 소재 제일은행 사상지점에서 강취한 피해자의 보통예금 통장을 이용해 예금 296만원을 인출하고, 범행이 발각될 것 등을 우려해 그 무렵 불상의 장소에서 예리한 흉기(칼로 추정)로 피해자의 가슴 등을 수 십 회 찔러 피해자를 흉복부 다발성자창으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의 가방을 주워 그 가방에 있던 통장을 이용해 피해자 소유의 예금을 인출한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로부터 가방을 빼앗지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배척당했다.

부산지법 제7형사부(재판장 김종수 부장판사)는 2018년 1월 9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2017고합452)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배심원 9명 가운데 7명은 유죄, 2명은 무죄 평결을 했다. 3명은 사형, 4명은 무기징역, 2명은 징역 15년의 양형의견을 냈다.

그러자 피고인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쌍방 항소했다.

항소심(2018노51)인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신동헌 부장판사)는 2018년 7월 11일 “원심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피고인 및 변호인이 항소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와 휴대폰 번호를 조합하여 3번 만에 예금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냈다고 변소하나, 이와 같이 알아낼 확률은 극히 희박하여 그 변소는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자신이 설령 단순히 가방을 습득한 것에 불과한데도 강도살인 용의자로 수배되었다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자수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점. 피해자를 잘 아는 사람(특수강도 전력 L씨)에 의한 범행 가능성에 대한 변호인의 주장도 배척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은행에 가기 전에 피해자가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점, 즉 2002년 5월 22일 낮 12시18분경 1차 인출 당시 비밀번호 오류가 나자 피고인이 은행 밖에 나가서 피해자로부터 비밀번호를 다시 알아낸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은행에 가기 전에 이미 피해자로부터 비밀번호를 알아내었을 개연성도 있는 점. 피해자는 실종된 지 약 10일 만에 해안에서 부패된 채 발견됐으므로 사망시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피해자의 부검 결과 사망추정시간이 2002년 5월 22일 새벽인 점도 이러한 추측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이 사건 범행을 부인하면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달리 작량감경 할 사유는 없는 점, 항소심으로서는 제1심과 비교해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한 점(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등 원심이 선고한 형이 너무 무겁다거나 파기해야만 할 정도로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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