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흡입, 어떤 장비를 사용하시나요?

이런 질문은 환자분과 상담을 할 때도 가끔 듣지만, 후배 의사들로부터도 간혹 듣곤 합니다. 가장 분명하고 이해가 쉬운 제 대답은, ‘어떤 장비도 성공적인 수술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없다.’ 입니다.
거꾸로 얘기하자면, 수술하는 의사의 경험과 기술이 결과를 좌우할 뿐이라는 이야기죠. 장비는 그런 의사의 손길을 도와주는 보조 장치에 불과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비의 도움 없이는 지방흡입 수술은 너무나 힘든 작업이라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수술에 집중하는 의사가 좀더 수월하게, 꼼꼼한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일손을 덜어주는 보조역할을 하는 좋은 보조장치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그 덕에 노동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고, 섬세한 작업 시 필요한 부위에 집중할 수 있는 여력을 제공하게 되어, 환자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시술로 완성도를 높인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또 다른 질문이 들어옵니다. ‘그럼, 어떤 장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나요?’ 질문이 점점 깊어집니다. 동료와 같은 여러 장비들을 앞에 두고 어떤 녀석이 가장 좋으냐고 물어본다면, 바로 대답하기란 참 곤란합니다.
제각기 장단점들이 있기 때문이죠. 흡입력이 세면 좋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이것도 상황에 따라 힘을 쓰는 지혜가 필요한 부분일 것이며, 진동이 강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부나 조직의 손상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수압을 이용하여 지방조직을 좀더 부드럽게 제거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방층이 얇은 부분들은 지나친 용액이 시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고주파나 레이저와 같이 지방을 녹여주거나 탄력효과가 있으면 좋지 않겠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규모가 큰 시술에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초음파를 이용한 부드러운 분쇄(?)작업이 유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피부손상을 잘 고려해야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결국 여러 장비들의 장단점을 잘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면, 장비를 다 구입해야 한다는 말이 될까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겠지요.

나이와 피부 탄력, 그리고 체형, 골격계의 비중, 피부특성과 체중변화의 이력 등등 많은 변수들의 영향을 받아, 한 개인의 피하지방조직도 그 특성이 제각각입니다. 환자분들의 요청은 ‘무조건 많이 빼 주세요.’지만 제 머리속으로는 ‘결과가 예쁘게 빼 드릴께요.’ 지요. 아무리 많이 흡입한다고 해도 피부가 손상되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며, 체중65kg 되는 분을 체중 45kg 같은 몸매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각 개인의 체형에 걸맞게 원하는 바디라인을 최대한 살려낼 수 있는 정도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하는 게 맞는 답인 것 같습니다.

공기가 가득한 풍선에서 공기를 빼냈을 때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를 잘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이라면 이런 고민이 다소 덜하지만, 출산 이후 체중변화를 많이 겪은 여성이나, 50대 중반쯤 다이어트와 운동을 유지하다 지쳐서 방문하는 경우, 피부의 변화는 생각보다 늘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남성과 달리, 피하지방이 발달될 수밖에 없는 여성의 운명은, 2~3kg의 체중변화에도 입는 옷을 바꿔야 할 정도의 변화가 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부담은 지방흡입으로 밖에는 사실 상 달리 해결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년의 남편들이 부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여성의 경우는 운동이 능사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피하지방을 줄이고 나서 운동이나 다이어트를 해 보면, 그 효과가 더 쉽게 나타난다고 하는 분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피하지방은 지방흡입, 내장지방은 운동과 식이조절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글: FATS 학회 성기수 부회장/ 라일락BLC클리닉 원장 (로이슈 의료칼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