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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시 화물주선협회의 보호관찰 후원에 즈음해

2018-10-19 12:35:40

대구서부 보호관찰소(준법지원센터) 박희정 사무관.
대구서부 보호관찰소(준법지원센터) 박희정 사무관.
[로이슈 전용모 기자] 지난 7월 대구화물주선협회(임동기 이사장) 측은 대구지방검찰청 서부지청과 보호관찰후원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협회 내 사회복지비는 연간 300만원이지만, 임동기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자비를 쾌척해 후원금 총 1000만원을 마련하고 이 돈으로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들을 후원하려는 것이다.
최근 대구서부준법지원센터가 우선 500만원을 전달받아 이 돈으로 구입된 ‘물품’이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들에게 전달을 앞두고 있으며, 나머지 금액은 연말까지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서부준법지원센터에서는 대구 서구, 달서구, 달성군 및 고령군, 성주군을 관할하고 있으며, 보호관찰 중인 사람은 1000명 남짓하다. 이들 중에서도 따뜻한 마음과 격려가 더욱 도움이 될 만한 50여명이 ‘후원금으로 마련된 물품’을 받게 된다. ‘물품’에 대해 말을 하자면 전기매트, 전자레인지, 진공청소기 등 가정에서 늘 접하고 사용하는 ‘소소한 가전제품’이다.

여기에서 굳이 보호관찰 대상자의 내력을 언급하자면 이미 범죄를 저질렀고, 그러기에 일정기간 법무부 기관인 준법지원센터의 관리ㆍ감독을 받게 된 사람들이다.

준법지원센터는 범죄를 저지르고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의 재범방지와 사회적응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 목적을 위해 지도, 감독, 상담, 원호 등 다양하고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다. 민간에서 보호관찰에 참여하는 방식을 크게는 상담과 후원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번에 대구화물주선협회의 1000만원도 민간단체의 후원적 보호관찰 참여로 볼 수 있다.
먼저 언급했듯 대구서부준법지원센터에만 보호관찰 대상자가 1000명 이상이고, 전국적으로는 5만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호관찰 중에 있다. 전자레인지나 진공청소기 등등 ‘소소한 가전제품’이 어떻게 보호관찰 참여가 될 수 있겠으며, 재범방지나 사회적응에 별달리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일까.

이 지점에서 슬쩍 물활론을 생각해보았다. 물활론(物活論), 말 그대로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이다.

화물주선협회 후원금 1000만원으로 물품을 구입했다는 ‘팩트’에 앞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사람, 특히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이 잘 지내고 잘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 돈과 물품에 담겼을 것이고, 그 ‘마음’이 물품에 딸려 같이 다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물활론을 믿든지 말든지는 개인의 자유이겠지만, 아침저녁으로 ‘보호관찰 중인 사람 보기’를 직업으로 하는 나는 보호관찰에 참여하는 모든 후원금과 물품에 ‘사람의 잘 됨을 바라는 마음이 깃들었을 것’이라고 야트막한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화물주선협회와 보호관찰 사이에 표면적으로는 어떠한 공통점도 연결점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들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평범하고 건강한 일상을 이어가도록 ‘마음’을 보태어주는 것은 ‘그들’이 지금-여기에서 함께 살아가야하는 ‘우리’가 되도록 연결시킨다. 후원을 통한 민간 사회단체의 보호관찰 참여는 그 자체로도 도움이 될 것이고, 더 나아가 네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마음의 한 모습으로 여겨지기에 더욱 소중하다.

‘전자레인지와 진공청소기’ 등으로 변신한 ‘화물주선협회의 후원금 1000만원’, 아니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마음’이 음식을 데울 때에나 청소를 할 때에도 이들 곁에 함께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유치하고 막연한 물활론일까.
한편, 올해 들어 대구서부준법지원센터에는 법사랑위원 대구서부지역협의회 보호관찰분과로부터 설ㆍ추석 격려금, 성년식 장학금, 보호관찰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비용 등 총 3600만원이 보호관찰 중인 580여명에게 지원됐고, 지금도 정신과 의사, 전문 상담원, 교사, 청소년 기관단체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심리상담 등으로 보호관찰에 동참하고 있다.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이 지켜야할 의무를 져버릴 경우에는 엄정한 조치가 뒤따를 것이지만, 이에 앞서 지역사회에서 여러 모습으로 형편에 따라 기울여주는 관심은 그 사람들 마음에 따뜻한 도움으로 살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 범죄인과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우리 힘이 미약할 것이지만, 대구서부준법지원센터에서 맡고 있는 1000명에 대해서는 우리 지역사회의 후원과 관심에 발돋움하여 보호관찰에 정성을 더해 보려한다.

올 겨울에는 뜨뜻한 난로와 전기매트가 ‘마음’으로 보태어지고, 그 ‘마음’이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들 곁에 함께 하면서 잘 생활하도록 어루만져주기를, 가까운 이웃과 민간단체의 따뜻한 보호관찰 참여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서늘해오는 가을날, 따스한 후원금을 마련해준 화물주선협회 임동기 이사장님과 임원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대구서부 보호관찰소(준법지원센터) 박희정 사무관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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