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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응시 불허 당한 사형수, 헌법소원 제기

2018-09-13 16: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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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전용모 기자]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검정고시에 응시하려던 사형확정자(사형수)가 교도소 자체 평가시험 성적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검정고시응시를 불허 당하자 9월 4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3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 A씨는 중학교 졸업 학력자로 B교도소 수용 중 지난 8월 시행된 고졸 검정고시 응시 신청을 했다. 수용자가 검정고시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미리 교육대상자(학사고시반)로 선발되거나 독학으로 응시해야 하는데, A씨는 독학으로 응시했다.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107조 제2항은 “작업·직업훈련 수형자 등도 독학으로 검정고시·학사고시 등에 응시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자체 평가시험 성적과 수형생활태도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교도소 측은 위 규정에 따라 자체 평가시험 성적이 평균 60점 이상인 수용자에게만 검정고시 응시를 허가해왔다. 그러나 6월 7일 치러진 자체 평가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인 사람이 없자 기준을 평균 50점 이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A씨는 평균 40점을 받아 검정고시 응시를 불허 당했다.

검정고시는 정규학교 등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학력을 인정해주는 최소한의 제도이다. 교육권은 국가가 검정고시 응시를 불허하거나 응시 자격에 부당한 차별을 두는 것을 금지한다. 이는 구금시설 수용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수용자의 학력과 사회적 지위가 일반인의 그것보다 낮고 이 점이 범죄율 또는 재범률에 미치는 영향이 커 수용자에 대한 교육과 검정고시 등을 통한 학력 취득 보장은 행형의 주목적인 교정교화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A씨에 대한 검정고시 응시 불허는 기본권 제한의 목적이 정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방법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B교도소의 자체 평가시험은 ‘기본권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최소 침해 원칙을 위반했다.

검정고시의 합격선은 평균 60점 이상으로 B교도소 자체 평가시험의 합격선과 동일하다. 하지만 검정고시의 경우 평균 60점에 미달해 불합격하더라도 60점 이상인 개별 과목의 경우 희망에 따라 다음 시험에서 응시를 면제받을 수 있는 과목합격 제도를 두고 있다.

또한 자체 평가시험이 검정고시를 2개월이나 앞두고 시행됨에 따라, 남은 2개월 동안 공부를 통해 검정고시에 합격할 수 있는 수용자들은 부당하게 응시 기회마저 박탈당한 셈이다.

자체 평가시험의 형식과 내용도 검정고시의 그것과 다르다. 검정고시 과목은 필수 6개(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한국사)와 선택 1개(도덕, 기술·가정, 체육, 음악, 미술 중 선택)이며 각 과목의 문항은 25개(수학은 20개)이고, 시험시간은 과목에 따라 40분 또는 30분이다.

그러나 자체 평가시험 과목은 4개(국어, 영어, 수학, 과학)이고 각 과목의 문항은 20개이며 시험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자체 평가시험의 난이도가 검정고시의 난이도와 비슷하다는 보장도 없다. B교도소가 자체 평가시험으로 검정고시 응시자를 선별하더라도 그 과목과 시험일을 조정해 A씨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체 평가시험이 추구하는 공익은 응시자가 과도하게 늘어나지 않도록 해서 수용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검정고시 시험장소가 외부가 아니고 B교도소 내부여서 도주의 우려나 이에 따른 호송의 부담이 없다.

<2017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수용자 618명이 검정고시에 응시해 533명이 합격(합격률 86.2%)해 응시자가 전체 수용자의 1% 남짓에 불과하다.

이처럼 자체 평가시험은 추구하는 수용질서 유지라는 공익에 비해 검정고시 응시 불허에 따른 교육권 등의 침해가 더 크다는 점에서 법익균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했다.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한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유현석 변호사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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