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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황양주 동남통계청 경제조사과장 "물가를 생각합니다"

2018-06-21 12:49:38

황양주 동남통계청 경제조사과장.(사진제공=동남지방통계청)
황양주 동남통계청 경제조사과장.(사진제공=동남지방통계청)
[로이슈 전용모 기자] 어제 대형마트에 다녀왔습니다. 직장 때문에 홀로 사는 남자이고 김치 없이는 못사는 취향이라 김치 담글 거리를 사러 간 것입니다. 너무도 놀라운 광경을 보고 이 글을 씁니다.

우리 경제가 공급과잉 수요부족의 시대인 것은 사실입니다. 기술진보로 생산성이 향상되어 시장엔 물건이 넘쳐나지만, 소득불균형으로 인해 이에 대응할 유효수요기반이 축소되어가고 있습니다. 누구는 돈이 없어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없고 또, 누구는 더 이상 필요한 물건이 없어 결과적으로 총소비가 위축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입니다.
얼갈이배추 한 단에 천원, 열무 한 단에 천원이라 합니다. 마침 세일기간이라 천오백원에 팔던 것을 천원에 할인해 판다고 합니다.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농부는 봄에 밭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땀 흘려 가꾼 끝에 저렇게 튼실한 채소로 키워냈습니다.

그것을 뽑아 다듬고 깔끔하게 묶어서 차로 옮겨 싣고 도시로 가져와 소비자의 손앞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수확에 필요한 인건비며 운송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가격이 아닐까 합니다.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시장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올 봄에 양파 밭을 갈아엎는 뉴스를 보았고, 농작물이 자칫하면 과잉생산 되기 쉽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농민의 피땀과 눈물을 착취하고 있다는 자괴감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급속한 고령화로 농사일은 더욱 힘들어지는데 농산물의 가격이 이렇게 형성되니 젊은이가 농사일에 뛰어들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농업의 기반이 약화되어 가다가 언젠가는 채소가 귀한 세상이 올지도 모릅니다.

파종시기 농민에게 작물재배에 대한 정확한 통계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더욱 조사시스템을 확충하는 것이야말로 농민은 물론 국가전체의 소중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황양주 동남지방통계청 경제조사과장

이 기고는 로이슈 편집뱡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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