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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공안사범 이유' 4년간 작업·교육기회 주지않은 교도소장 위법

2018-05-23 10:05:20

대구법원현판.(사진제공=대구지법)
대구법원현판.(사진제공=대구지법)
[로이슈 전용모 기자] 공안사범이란 이유만으로 교도소장이 4년간 작업 및 교육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원고(50대)는 2013년 2월 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국가보안법위반(반국가단체의구성등)죄 등으로 징역 7년의 형을 선고받고 대구교도소에서 수형중이다.
피고(대구교도소장)는 2017년 6월 12일 원고에 대해 형기의 6분5에 도달한 때의 ‘정기재심사’(형기 3분의 1, 2분의 1, 3분의 2, 6분의 5)를 실시했다. 피고는 재심사기간인 2016년 4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원고의 평정소득점수가 7점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류처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원고의 경비처우급을 기존 처우와 동일한 일반경비처우급(S3)로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현처우 유지 결정을 했다.

피고는 원고의 작업신청에도 4년의 수용기간 동안 원고에게 작업 및 교육의 기회를 단 한 번도 제공하지 않았다. 피고로부터 3점을 초과한 작업·교육 성적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평균 1.6점).

이에 따라 원고는 수형생활 태도 평가에서 거의 대부분 만점(5점)을 받았음에도 경비처우급을 상향 조정하기 위하여 고려할 수 있는 평정소득점수 기준(7점 이상)을 한 번도 충족하지 못했다.

작업을 부과 받으려면 인성교육이 필요해 신청하자 담당직원은 공안 사범은 인성교육이 면제되는데 그 면제가 교육 수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또한 담당직원은 구 분류처우 업무지침 제62조 제3항 제3호에 따라 공안 사범은 질병, 장애, 고령 등의 사유로 인해 작업하지 못하거나 교육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1점’의 작업·교육성적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원고는 자신이 공안 사범이라는 이유로 작업 또는 교육의 기회를 전혀 제공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제대로 평가된 교정성적을 받지 못했다며 피고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원고에게 작업 또는 교육을 전혀 부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라 원고가 받을 수 있는 작업·교육 성적(만점 5점)을 3점 이내의 범위로만 제한했으며, 이러한 전제에서 그 평정기간 동안 원고의 평정소득점수가 7점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피고는 “피고의 처우등급 결정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그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고 항변했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한재봉 부장판사)는 최근 현처우 유지 결정 취소 소송에서 “피고가 2017년 6월 12일 원고에게 한 현처우 유지 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공권력의 주체로서 형집행법령에서 정한 분류심사에 따라 원고의 처우등급을 결정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 원고의 권리의무 또는 법률상 지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고 할 것이다”며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본안전 항변이란 민사소송법상 피고의 권리로 원고가 제기한 소에 대해 부적법이나 소송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본안(本案)의 변론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피고에게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시했음에도 피고는 4년동안 원고에게 작업할 기회를 주지 않은 점, 원고는 수형생활 태도에서 매우 우수한 평가를 받아온 점, 다른 공안 사범도 작업할 기회를 받지 못한 점 등을 비추어 피고는 원고가 공안 사범이라는 이유로 원고에게 작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의 처우등급 결정은 그러한 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한 채로 평가한 평정소득점수만을 고려해 이루어진 것으로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남용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수용자는 형이 확정되면 분류심사를 받고 개방처우급(S1), 완화경비처우급(S2), 일반경비처우급(S3), 중경비처우급(S4)으로 분류된다. S1급이 가장 높은 수준(면회 매일, 전화통화 월 5회, 가족만남의 날 등)의 처우다.

경비처우급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평정소득점수’의 기준은 8점 이상(형기의 6분의 5 정기재심사의 경우에는 7점 이상)이며, 소득점수는 ‘수형생활 태도’가 5점 이내, ‘작업·교육 성적’이 5점 이내로 각 산정해 합산한다.

소득점수의 평가방법은 수형생활 태도의 경우 품행·책임감 및 협동심의 정도에 따라 매우 양호(수, 5점), 양호(우, 4점), 보통(미, 3점), 개선요망(양, 2점), 불량(가, 1점)으로 구분하여 채점하고, 작업·교육 성적의 경우 작업ㆍ교육의 실적 정도와 근면성 등에 따라 매우 우수(수, 5점), 우수(우, 4점), 보통(미, 3점), 노력요망(양, 2점), 불량(가, 1점)으로 구분해 채점한다.

전용모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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