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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온서적 헌법소원 낸 군 법무관 강제 전역은 위법”

2018-03-23 09: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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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김주현 기자] 이명박정부 시절 국방부의 불온서적 차단 지시에 헌법소원을 낸 전직 군법무관에 대한 징계와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해 위법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직 군법무관 A씨가 국방부 장관과 육군 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등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 그 자체를 따르지 않는 행위와 상관의 지시나 명령은 준수하면서도 그것이 위법 위헌이라는 이유로 재판청구권을 행사하는 행위는 구별돼야 한다"면서 "법원이나 헌재에 법적 판단을 청구하는 것 자체로는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직접 위반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종국적으로 사법적 판단에 따라 위법 위헌 여부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재판청구권 행사가 곧바로 군에 대한 심각한 위해나 혼란을 야기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준수하는 이상 그에 대해 소를 제기하거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는 사실만으로 상관의 지시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책 읽을 자유를 제한하는 이 사건에서 지씨는 지시와 명령을 시정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청구했고 이는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은 헌법소원 청구 전에 군 내부 시정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사전 건의를 하지 않은 것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고 재판청구권 행사가 군 기강을 저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고영한·조희대·박상옥·이기택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군인은 재판청구권 행사에 앞서 군 내부의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일체 복무 관련 집단행위를 하면 안된다"며 "국방부 장관 지시에 불복할 목적으로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언론에 공표해 이는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군 법무관으로 재직중이던 지난 2008년 7월, 이상희 국방부장관이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자 "표현·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듬해 3월 육군참모총장은 A씨를 파면했다. 이에 A씨가 법원에 불복 소송을 내 승소하자 육군은 다시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고 국방부는 이를 근거로 2012년 1월 A씨를 강제 전역시켰다.

이에 A씨는 강제 전역 처분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며 육군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모두 A씨의 징계 사유를 인정하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지휘계통에 따라 상관에 건의해 군 내부에서 스스로 시정이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면서 "내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군 외부 기관인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은 군인복무규율 규정 위반"이라며 징계 사유를 인정했다.

김주현 기자 law2@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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