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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자의적 해석에 재개발·재건축 업계 ‘혼선’

2018-03-19 17:00:55

국토부 “시공자·정비업체 변경 때도 새 업체선정 기준 적용해야” 유권해석

업계 “최초 선정 분부터라더니 이제와 딴소리…법제처가 바로잡아야” 호소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임시총회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사진=최영록 기자)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임시총회 모습. 기사내용과 무관.(사진=최영록 기자)
[로이슈 최영록 기자] 최근 시행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의 적용 대상을 놓고 국토교통부가 자의적인 해석을 내놔 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새 기준을 만들 땐 ‘최초’라더니 이제와 유권해석을 통해 ‘변경’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정비사업의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입찰에서부터 계약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걸쳐 관여하겠다는 의미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제정하고 지난 2월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국토부는 행정예고 기간을 10일 밖에 주지 않았는데 통상적으로 30일의 기간을 부여해왔다는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그만큼 시행시기를 앞당기려는 국토부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기준 부칙 제2조에 따르면 “이 기준은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 다만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의 경우 이 법 시행 후 최초로 시공자나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국토부는 분명히 적용 대상을 ‘최초’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시행일인 2월 9일부터 새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새로 선정하는 경우에만 새 기준을 적용받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국토부의 의견은 전혀 달랐다. 지난달 12일 인천의 한 재개발조합은 “2월 9일 이후 기존에 선정했던 시공자 또는 정비업체를 변경하는 경우 새 기준을 적용받는지”를 국토부에 질의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9일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및 제32조의 개정 규정은 법 시행 후 최초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 적용하고 있으나, 법 시행 이후 종전 업체와 계약 해지, 부도 등으로 인해 시공자나 정비업체를 다시 선정하는 경우에도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개정 법령을 따라야 한다”고 답변했다.

다시 말해 시공자나 정비업체를 새로 선정하든, 아니면 해지 후 재선정하든 모두 2월 9일 시행된 새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문구를 보더라도 ‘변경’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해석이 다분한 데다 과거에도 제외됐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정비사업 법률전문가는 “새 기준의 경우 문언적 의미나 과거의 사례를 비춰보면 기존 협력업체를 변경하는 경우에는 적용받지 않는다고 해석할 여지가 충분한데도 국토부가 왜 이같은 억지 해석을 내놨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과거에도 공공관리제(현 공공지원제)의 역용 대상을 놓고 서울시와 업계의 의견이 분분했다가 법제처가 바로잡아 준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공관리제의 근간을 담아 지난 2010년 4월 개정된 도시정비법 부칙 제3항에서는 “총회에서 시공자 또는 설계자를 선정하지 않은 분부터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었는데 당시 서울시는 질의회신을 통해 법 시행 이후 ‘변경’하는 경우에도 공공관리제 대상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후 법제처가 서울시의 의견을 뒤엎었다. 지난 2015년 7월 법제처는 “문언규정상 시공자의 선정과 변경은 별개의 사항이므로 기존 시공자 선정이 무효에 이르지 않는 이상 이미 선정된 시공자를 변경하는 것을 새로운 시공자 선정으로 달리 볼 여지가 없다”며 “2010년 7월 16일 전에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했지만 이후에 시공자를 변경한 경우라면 부칙 제3항에 따라 공공관리제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법제처의 해석을 근거로 시공자 교체에 나섰던 조합들은 공공관리제를 적용받지 않고 기존 방식 그대로 시공자 변경이 가능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서초구 신반포6차와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다. 당시 해당 단지들은 사업 정상화를 위해 시공자 교체가 시급한 상황이었는데 서울시의 주장대로였다면 자칫 공공관리제를 적용받아 사업시행인가 이후에나 사업추진이 가능했다.

정비업체 교체를 염두에 둔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가뜩이나 대비할 새도 없이 새 기준이 시행되면서 어리둥절한 상황인데 국토부가 문언과 다르게 해석해 혼선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하루 빨리 법제처가 국토부의 해석을 바로잡아주길 기대한다”고 토로했다.

최영록 기자 rok@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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