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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리포트] 고령사회 진입으로 '황혼 명절증후군'도 증가

명절 지나 밀물처럼 찾아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가족 빈자리, 우울감만 남아

2018-02-19 16:39:55

자식들이 오기 전에 미리 음식 준비에 나선 부모들의 쪼그려 앉은 자세는 허리와 무릎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자생한방병원)
자식들이 오기 전에 미리 음식 준비에 나선 부모들의 쪼그려 앉은 자세는 허리와 무릎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진=자생한방병원)
[로이슈 임한희 기자] 지난 2016년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농림어업 총조사 최종 결과’에 따르면 농어촌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농림어가의 2인 가구 비율은 51.3%로 전체 가구의 2인 가구 비율(26.1%)보다 2배가량 높았다. 자녀의 출가 후 노부부만 남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부부만 있는 시골집이 북적거릴 때가 명절이다.

하지만 자녀와 친척들이 떠나고 난 다음에는 허전함이 찾아온다. 이런 상황은 도시라고 크게 다르지 않으며 출가한 자식을 둔 부모들은 누구나 느끼기 마련이다.
명절 전부터 시작된 가사노동과 명절기간 동안 손주육아로 고생하고 나면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기도한다. 명절이 지난 후 가족의 빈자리로 우울감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 명절 후 중∙노년층을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에 빠뜨리는 것을 ‘황혼 명절증후군’이라고 한다. 19일 자생한방병원 최우성 의무원장의 도움말로 명절 후 중∙노년층의 건강을 위협하는 '황혼 명절증후군'에 대해 알아보자.

# 중년 주부 A씨(65세)는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도 전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먼 길을 달려온 자식들이 고생할까 미리 음식준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부터 시장을 찾아 명절 준비를 위한 장을 보고 음식을 장만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냈다. 명절 내내 친지들 맞이와 뒷정리에 힘을 쏟은 탓인지 명절이 지나고 허리와 무릎에 통증이 찾아왔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척추질환의 월평균 진료 인원은 약 66만8000명이지만 설 명절이 있는 1~2월 월평균 진료인원은 약 126만30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장만을 하다보면 바닥에 앉아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허리와 무릎에 부담을 가중시킨다.

세계적인 척추외과 저명의 나켐슨(Nachemson) 박사는 연구를 통해 앉아있는 자세가 일어서 있을 때 보다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40%가량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쪼그려 앉는 자세는 체중의 7배나 되는 압력이 무릎으로 전달되어 뻐근함을 느끼기 쉽다.

60대 이상의 부모들은 척추와 관절에 이미 퇴행이 진행된 시기라 간단한 가사노동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음식장만, 뒷정리 짧은 명절 기간에 집중된 가사노동이 큰 후유증으로 다가올 수 있다. 자식걱정으로 일 욕심을 내기 보다는 자식들과 가사노동을 적절히 분배해야 질환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 최우성 의무원장은 "가급적이면 탁자에 앉아서 음식준비를 하는 것이 좋은데 명절기간 동안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동작은 자칫 퇴행성관절염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척추와 관절에 통증이 찾아온다면 명절 후 충분한 휴식과 찜질을 통해 허리와 무릎의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명절기간 동안 손주 돌본 부모님, 타는 듯한 통증의 손목터널증후군에 노출
해마다 명절 연휴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떠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트렌드 연구소의 '고객 소비 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난 연령대는 30대가 31.8%로 가장 높았다. 이런 30대의 명절 해외여행 트렌드는 60대 이상 부모의 육아부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아이를 돌볼 때 반복적으로 안거나 젖병을 물리면서 손목을 자주 사용하는 부모들은 손목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질환이 손목터널(수근관)증후군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는 총 17만4763명이었으며 여성은 13만5427명으로 환자 5명 당 4명꼴이었다. 여성 환자 가운데 70% 가량인 9만4738명이 50대 이상 여성으로 나타난 만큼 중∙노년 여성들의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손이 타는 듯한 통증을 들 수 있다. 손목을 자주 사용하다 보면 손목 앞쪽 피부 아래에 뼈와 인대에 의해 형성된 손목터널이 좁아지거나 압력이 증가하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이로 인해 손바닥과 손가락 등에 감각이상과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밤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손목통증이 지속된다면 잠자기 전 온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후유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간단한 약물치료로도 완치가 가능한 만큼 명절 후 손목통증이 지속된다면 신속히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명절지나 밀물처럼 찾아왔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가족 빈자리, 우울감만 남아
# 지난 설 명절을 보내고 A씨(68세) 부부는 우울함에 빠져 한참을 무기력하게 지냈다. 자식들과 손주들이 놀던 거실 한 켠을 멍하니 주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밤잠을 설치기도 하고 식욕이 떨어져 끼니를 거르기도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가벼운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최근 명절을 전후로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인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명절 스트레스' 설문에서는 전국의 성인남녀 66.3%가 명절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스트레스는 젊은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노년층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가족, 친지들로 북적인 명절을 보낸 다음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공허함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 우울증은 정신적인 압박과 함께 불면증, 식욕저하, 몸살 등 직접적인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부모님들은 대부분 자식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혼자 끙끙 앓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심리적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명절증후군은 명절을 전후해 수일 내로 나타났다가 금새 사라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2주 이상 우울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자생한방병원 최우성 의무원장은 "부모님들 스스로 가벼운 산책과 운동을 통해 기분을 전환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잦은 안부전화 등 자식들의 세심한 관심"이라며 "부모님들 연세가 있는 만큼 명절이 지나고 찾아오는 다양한 형태의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큰 병으로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한희 기자 newyork291@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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