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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때문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마비’…조합들 ‘속수무책’

내달 9일 전까지 ‘선정’ 못하면 새 기준 적용…입찰 중인 조합들도 대상

2018-01-17 15:57:44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의 임시총회.(사진=최영록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9월 현대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조합의 임시총회.(사진=최영록 기자)
[로이슈 최영록 기자]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의 시공자 선정 절차가 새 기준 시행 전까지 사실상 중단됐다. 정부가 새 기준을 마련하면서 적용대상을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곳까지 확대한 탓이다. 이로 인해 지자체의 철저한 관리 속에서 입찰절차를 진행했던 조합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의 투명성 개선을 위해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하고 오는 22일까지 행정예고에 들어갔다. 이 기준은 시공자를 비롯해 정비업체, 설계자 등 정비사업 관련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의 절차와 방법을 담고 있으며 내달 9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시공자뿐 아니라 각종 협력업체를 선정할 때 전자입찰 방식이 의무화되고 일반경쟁방식이 원칙이다. 또 개별홍보가 금지되고 불법홍보 건수가 3회 이상이면 자격이 박탈되는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더구나 건설사들은 더 이상 이사비 등을 제시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적용대상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법이나 기준을 정할 때는 적용시점을 ‘시작 행위’를 기준으로 한다. 시장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올해부터 시행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하면 면제받을 수 있었다. 또 지난해 행정예고 한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일부개정안 역시 ‘입찰공고를 하는 경우’로 적용시점을 정했다.

그러나 이번 새 기준에서는 ‘완료 행위’를 전제로 하고 있다. 새 기준 부칙에 따르면 시공자와 정비업체의 경우 ‘이 기준 시행 후 최초로 선정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다. 또 나머지 설계자 등의 협력업체는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로 제한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를 진행하고 있더라도 내달 9일 전까지 총회를 열어 ‘선정’하지 못한다면 새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새 기준 시행 전에 선정하지 못하면 현재의 시공자 입찰은 ‘하나마나’인 셈이다.

이로 인해 시공자 선정절차가 한창인 곳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3주구 재건축, 관악구 봉천4-1-2구역 재개발, 강남구 대치쌍용2차 재건축 등이 바로 그곳이다.

이 중 반포3주구와 봉천4-1-2구역은 기간 내에 시공자를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일정상 새 기준 시행 전까지 총회를 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2차의 경우에는 지난달 29일 한 차례 유찰을 겪은 뒤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그렇다보니 이번 새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는 사업장들은 최소 3~4개월 정도의 사업지연이 불가피한 처지에 놓였다. 심지어 그동안 공공지원을 통해 시공자 선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도 해당 지자체들은 행정지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시공자 선정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정 행위를 기준으로 새 기준의 적용여부를 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불합리하다”며 “해당 사업장들의 조합원들이 입을 피해는 무시한 채 무조건 새 기준을 따르라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고 질타했다.

최영록 기자 rok@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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