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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의 한국 축구! 새로운 대표팀 감독 조건은 ‘코칭 리더십’

2017-06-26 11:44:11

월드컵 9회 연속 출전을 위해 불안한 2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제 남은 경기는 단 2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3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1점 차로 쫓기는 상황에서 급기야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카타르 전 3-2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지금 한국 축구의 최대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를 멋지게 탈출시켜줄 감독 선임에 쏠려있다. 당연히 현 상황에서의 대표팀 감독은 누가 결정되든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감독 선임의 중차대한 시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우리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 예선 카타르전에서 실력이 부족해서 패했을까?
아마 축구의 전문가를 떠나 어느 누구도 카타르보다 실력이 부족해서 졌다고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언론 기사를 보면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스완지시티)은 패배의 원인을 이렇게 답변하고 있다.

"선수들도 사람이다. 선수들은 언론 등을 통해 기사를 확인하는데, 팀에 관한 문제가 부정적으로 부각돼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받았다. 이런 압박감은 당연히 경기 내용으로 이어진다. 전술이나 선수들의 플레이보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가 악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남은 경기에 대해 이렇게 다짐하며 새로운 감독 선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준비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두 경기가 남아 있으니,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가 잘하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감독 선임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알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다. 감독님 거취가 어찌 됐든, 남은 두 경기는 우리 선수들이 헤쳐나가야 한다. 만약 새 감독님이 오시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바꿔야 하는데, 예전의 강한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이는 대표팀 주장이자 그 일원으로써 현 위기 상황의 대처를 위해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전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하나, 기성용이 바라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예전의 강한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당연히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위해 남은 2경에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는 대표팀의 재건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해소하고 선수들의 잠재능력을 스스로 발견하고 그것을 스스로 개발하여 활용해 발전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그야말로 파이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코칭 리더십[coaching leadership]을 가진 감독의 선임일 것이다.

그렇다. 지금 우리 대표팀 맡아줄 새로운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코칭 리더십이다. 분명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카타르 전의 패배가 실력차가 아니라고 진단했다면 더욱 그렇다. 대표팀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켜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자신의 잠재력을 120% 발휘할 수 있게 이끌어줄 수 있는 코칭 리더십을 가진 축구 지도자! 정말 냉철하게 분석해서 판단해서 감독을 선임해야하는데 잠시 그 시점을 8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한다. 당시 두바이에서 전해 온 중앙일보 이해준 기자의 기사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2009년6월7일 새벽,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알막툼 경기장에서 우리 대표팀은 UAE를 2-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한국 축구 태극전사들은 7회 연속 월드컵 축구 본선 진출을 확정 짓고 감격의 순간을 만끽하며 허점무 감독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한 건 2007년 12월이었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히딩크-코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 등 외국인 감독 시대였다. 베어벡이 떠난 후 수개월 동안 외국 감독을 찾다 실패한 대한축구협회가 긴박한 위기의 상황에서 허정무 감독의 카드를 뽑았다. 당시 허점무감독의 선임은 팬들의 조소와 가족들의 반대 속에서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인 감독을 받아들이며 비장한 다짐을 이렇게 말했다.

“축구 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걸었다.”
허정무감독의 각오는 이후 이름 없는 신예들에게 기회를 주며 구자철, 곽태휘, 기성용·이청용 등 새 얼굴들이‘허정무의 황태자’로 탄생했다. 열린 리더십으로 권한을 나누며 A매치 때 벤치에서는 정해성 코치의 목소리가 더 컸고 군대처럼 조용했던 식사시간 또한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하게 코칭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 사상 처음 16강에 가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그 진가를 보여주었다. 당시 허점무감독이 남아공월드컵을 확정지은 후 한 말을 보면 그의 코칭 리더십은 더욱 그렇다.

“목표는 높을수록 좋다. 어웨이에서는 16강에 가 보지 못했다. 일단 16강이 목표다. 우리 팀은 일단 16강에 오른 후 불이 붙으면 무섭지 않은가!”

어느 축구인은 허정무감독이 최근 대표팀 감독에 오르내리자 5년의 공백으로 인해 현장감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 진단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예전의 일이다. 스승인 김호 감독님이 어느 날 경기 중에 벤치에 있는 나를 불러내 관중석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많이 혼내겠다 싶어 잔뜩 겁을 먹었는데 감독님은 관중석에서 동료들이 하는 경기를 보라고 했다. 경기장 안에서 보지 못한 것들을 재대로 보라는 의미였는데 과연 운동장에서는 제대로 안 된 것들을 알 수 있었다. 드리볼과 패스를 할 때, 면 공간이 없어 패스할 수 없는 상황이 위에서 내려 보니 공간이 너무나 크게 보이고 상대의 단점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팀의 전술을 한눈에 들어오자 바로 내려가 경기를 하면서 적용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님이 만족해했다.

허정무감독, 그의 지난 5년의 공백은 어떨까. 허정무감독, 아니 지금의 허정무부총재는 그동안 수많은 경험 속에서도 무엇이 부족해서인지는 모르지만 매주 경기장을 찾는다. 선수와 지도자 생활에서 느끼지 못한 부분을 관중석에서 내려다보며 지도자들과 열띤 논쟁 속에 메모를 하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경기장을 자주 찾는 관객이라면 쉽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허정무부총재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기우인지 생각해 볼 대목인 것이다.

대표팀 감독의 선임은 현시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코칭 리더십의 소방수 역할이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선수 장악능력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는 노련한 선장이 필요하다. 그동안 허정무부총재가 5년의 공백이 아니라 관중석에 올라 더 멀리, 더 넓게 경기를 분석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준비했다고 한다면, 그의 경험 속에 다져진 코칭 리더십에 다시 한 번 맡겨보는 것이 최고의 방안일 수 있을 것이다.

허정무 자신의 인생에 한국 축구의 염원을 걸어보게 하고 침체된 축구대표팀 선수들에게 힘찬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면 어떨까. 5년간 잠재된 그의 코칭 리더십이 선수들 마음에 멋진 불을 붙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기고 과천중앙고등학교 체육교사 김해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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