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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가, 한센인 위자료…단종 3000만원, 낙태 4000만원”

기사입력 : 2017.03.30 20:13 (최종수정 2017.03.3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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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슈 신종철 기자]
국립소록도병원과 같이 국가 운영 병원에 격리돼 강제로 단종수술(정관 절제), 낙태수술을 받은 한센인들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3000만∼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삭감한 항소심 판결이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달 한센인피해사건의 위자료를 임신중절수술 피해자는 4000만원, 정관절제수술 피해자는 3000만원으로 정한 원심판결이 확정했는데, 이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를 그 사건과 달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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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부는 국립소록도병원 등에 한센병 환자의 치료 및 격리수용을 위해 운영 통제해 왔다.

2007년 10월 제정된 ‘한센인피해사건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한센인사건법)에 따라 설치된 한센인피해사건 진상규명위원회는 국립소록도병원 등에서 격리 수용돼 있는 기간 동안 국가로부터 강제로 단종 또는 낙태수술을 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한센인피해사건의 피해자로 인정했다.

이에 국립소록도병원에 격리됐던 강OO씨 등 “국가가 운영하는 국립소록도병원 등에 격리수용하면서 의사 등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강제로 단종 또는 낙태수술을 시행했으므로, 위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국가는 “설령 당시 의료진들이 원고들에게 단종 또는 낙태수술을 해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모두 당사자들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서, 당시의 의료수준 아래에서 한센병의 전염을 예방하고, 병원의 수용 한계 등을 고려한 부득이한 조치였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맞섰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3민사부(재판장 심우용 부장판사)는 2015년 12월 한센인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는 단종 피해자들에 3000만원씩, 낙태 피해자들에 4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의사 등이 단종ㆍ낙태 피해 원고들에 대해 정관절제수술 또는 임신중절수술을 한 것은 국가가 정당한 법률상의 근거 없이 국민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것임과 동시에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아가 국가가 개인의 존엄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할 의무와 모성의 보호를 위해 노력할 의무, 보건에 관해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리는 것으로서 어느 측면에서 봐도 위법함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피고 소속 의사 등이 단종ㆍ낙태 피해 원고들에게 정관절제수술 또는 임신중절수술을 한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원고들이 이로 인해 헌법상에 보장된 제반 권리를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한센인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냉대와 멸시는 그들에게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인간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심한 정신적 고통과 모욕감을 주었다”며 “그러나 피고는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에 의하여 고통 받고 살아온 한센인들에 대해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이에 편승해 한센인들을 엄격히 격리하고 자녀마저 두지 못하게 함으로써 단종ㆍ낙태 피해 원고들을 비롯한 한센인들에게 심한 열등감과 절망감을 심어 주었다”고 지적했다.

또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은 단종ㆍ낙태 피해 원고들이 갖는 인간 본연의 욕구와 기본적인 행복추구권을 정당한 법률상의 근거 없이 제한하면서 오히려 원고들에게 죄의식을 갖게 하고 수치심을 느끼도록 한 것으로서, 반인권적ㆍ반인륜적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고의 불법행위로 단종ㆍ낙태 피해 원고들 대부분이 노후를 보살펴 줄 자식도 없는 처지가 되어 외롭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게 되었으므로, 금전으로나마 그 고통을 보상해줄 필요성이 크다”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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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6년 10월 “원고들이 정관절제수술 및 임신중절수술로 입은 정신적 손해에 관한 배상범위는 각 2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한센인에 대한 산아제한 정책과 정관절제수술 및 임신중절수술은 법률의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수단의 적절성 및 침해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법익의 균형성도 없어, 결국 한센인의 인격권, 평등권, 자기결정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은 권리, 사생활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 할 것이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피고의 위법한 정관절제수술 및 임신중절수술로 인해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에 의해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관절제수술을 받은 원고들은 이후에 복원수술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정관절제수술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상실감, 자녀를 가질 수 없다는 두려움과 정관절제수술을 받을 당시 느꼈을 치욕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분노로 고통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또 임신중절수술을 받은 원고들은 비록 이후에 임신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임신중절수술로 인해 태아를 잃었다는 상실감과 자신이 입은 신체적 상해로 인한 고통보다도 태아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평생 마음에 한으로 자리 잡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위자료와 관련해 재판부는 “임신중절수술은 여성에 대하여만, 정관절제수술은 남성에 대하여만 행하여질 수밖에 없는데, 원고들이 각기 남성과 여성으로서 받았을 앞서 정신적 고통은 서로 그 정도를 비교해 경중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손해배상액으로 모두 2000만원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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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강씨 등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위자료 액수를 감액한 것은 사법부의 인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30일 강OO씨 등 한센인 207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국가는 한센인 1인당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위자료 액수를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피고 소속 의사 등이 한센인 피해자들에게 시행한 정관절제수술과 임신중절수술 등은 법률상의 근거가 없거나 적법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바, 피고는 피해자들의 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행위로서 헌법상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와 태아의 생명권 등을 침해했고, 한센인의 임신과 출산을 사실상 금지함으로써 피해자들이 자손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물론이거니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격권 및 자기결정권, 내밀한 사생활의 비밀 등을 침해하거나 제한했다”고 밝혔다

이어 “위와 같은 피고의 침해행위가 정부의 정책에 따른 정당한 공권력의 행사라고 인정받으려면 법률에 명시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나, 정관절제수술이나 임신중절수술이 행해진 시점에서 의학적으로 밝혀진 한센병의 유전위험성과 전염위험성, 치료가능성 등을 고려해 볼 때 한센병 예방이라는 보건정책 목적을 고려하더라도 그 수단의 적정성이나 피해의 최소성 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임신한 여성에게 행하여진 임신중절수술은 신체에 가해지는 폭력성과 침습의 정도가 중하고, 형성 중인 생명인 태아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비난가능성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경험칙상 강제로 모성을 상실당한 여성의 정신적 고통은 일반적으로 다른 유형의 불법행위로 입게 되는 정신적 고통보다 더 심각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런데 대법원 2017년 2월 15일 판결(2014다230535)에서 피고의 상고가 기각됨으로써 한센인피해사건의 위자료를 임신중절수술 피해자는 4000만원, 정관절제수술 피해자는 3000만원으로 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됐는바, 이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를 그 사건과 달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록 위자료 액수가 사실심 법원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해 확정할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은 위자료 산정에 있어서 마땅히 참작해야 할 제반 사정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음으로써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반해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재량권을 현저히 잘못 행사한 잘못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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