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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 근거…헌재 탄핵인용 결정문 분석

2017-03-10 17:26:06

[로이슈 신종철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 인용 즉 ‘파면’을 당했다.

헌법재판소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사건(2016헌나1)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는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이정미 재판관, 김이수 재판관, 이진성 재판관, 김창종 재판관, 안창호 재판관, 강일원 재판관, 서기석 재판관, 조용호 재판관이 참석했다.

헌재의 평의가 담긴 결정문과 관련해서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했다.

대통령의 헌법수호를 강조한 헌재는 “피청구인(대통령 박근혜)의 위헌ㆍ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판단하며 파면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하게 된 이유를 ‘결정문’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헌재의 결정문은 총 89쪽이었다. 헌재는 탄핵인용 즉 파면 선고를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으로 결정문에 기록해 뒀다.

헌법재판소 마크
헌법재판소 마크
◆ 헌법재판소의 탄핵인용 판단

헌재는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 원수로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이므로 누구보다도 ‘국민 전체’를 위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헌법 제69조는 대통령이 취임에 즈음해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복리 증진’에 노력해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하도록 함으로써 대통령의 공익실현의무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박근혜)은 최서원(최순실)이 추천한 인사를 다수 공직에 임명했고 이렇게 임명된 일부 공직자는 최서원의 이권 추구를 돕는 역할을 했다. 또한, 피청구인은 사기업으로부터 재원을 마련해 미르와 K스포츠를 설립하도록 지시하고,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들에게 출연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서원이 추천하는 사람들을 미르와 KI스포츠의 임원진이 되도록 해 최서원이 두 재단을 실질적으로 장악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그 결과 최서원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K를 통해 위 재단을 이권 창출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봤다.

헌재는 “한편 피청구인은 기업에 대해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요구하고 특정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요청하는 등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사기업 경영에 관여했다”며 “이에 대해 피청구인은 우수 중소기업 지원이나 우수 인재 추천 등 정부 정책에 따른 업무 수행일 뿐이라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그러나 대통령이 특정 개인의 사기업 취업을 알선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일 뿐만 아니라, 피청구인이 채용을 요구한 사람들은 모두 최서원과 관계있는 사람들로 채용된 기업에서 최서원의 이권 창출을 돕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피청구인이 우수 중소기업으로 알고 지원했다는 플레이그라운드나 더블루K는 최서원이 미르와 K스포츠를 이용해 이권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경영하던 회사이고, KD코퍼레이션도 최서원의 지인이 경영하는 회사다. 그 중 더블루케이는 직원이 대표이사를 포함해 3명밖에 없고 아무런 실적도 없는 회사인데 이런 회사를 우수 중소기업으로 알고 지원했다는 피청구인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그 밖에 피청구인은 스포츠클럽 개편과 같은 최서원의 이권과 관련된 정책 수립을 지시하고, 롯데그룹으로 하여금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위한 시설 건립과 관련해 K스포츠에 거액의 자금을 출연하도록 했다”며 “피청구인의 이러한 일련의 행위는 최서원 등의 이익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청구인은 헌법 제7조 제1항, 국가공무원법 제59조,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2 제3항, 부패방지권익위법 제2조 제4호 가목, 제7조를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박근혜)은 최서원이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최서원이 여러 가지 문제 있는 행위를 한 것은 그와 함께 일하던 고영태 등에게 속거나 협박당해 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며 “그러나 피청구인이 최서원과 함께 위에서 본 것처럼 미르와 K스포츠를 설립하고 최서원 등이 운영하는 회사에 이익이 돌아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실은 증거에 의해 분명히 인정된다”고 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플레이그라운드ㆍ더블루KㆍKD코퍼레이션 등이 최서원과 관계있는 회사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으로서 특정 기업의 이익 창출을 위해 그 권한을 남용한 것은 객관적 사실이므로,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등 위배에 해당함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또 “최서원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한 동기가 무엇인지 여부는 피청구인의 법적 책임을 묻는 데 아무런 영향이 없으므로, 최서원이 고영태 등에게 속거나 협박을 당했는지 여부는 이 사건 판단과 상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직접 또는 경제수석비서관을 통해 대기업 임원 등에게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기업들은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취지나 운영 방안 등 구체적 사항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재단 설립이 대통령의 관심사항으로서 경제수석비서관이 주도해 추진된다는 점 때문에 서둘러 출연 여부를 결정했다”며 “재단이 설립된 이후에도 출연 기업들은 재단의 운영에 관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의 재정ㆍ경제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권한과 영향력, 비정상적 재단 설립 과정과 운영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피청구인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기업 운영이나 현안 해결과 관련해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사실상 피청구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피청구인의 요구를 수용할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웠다면, 피청구인의 요구는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공권력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공개적으로 재단을 설립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이와 반대로 비밀리에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 하여금 재단법인에 출연하도록 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피청구인의 요구를 받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이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사실상 피청구인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청구인은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사기업 임원의 임용에 개입하고, 계약 상대방을 특정하는 방식으로 기업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해당 기업들은 피청구인의 요구에 따르기 위해 통상의 과정에 어긋나게 인사를 시행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이와 같은 일련의 행위들은 기업의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구속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며 “만약 피청구인이 체육진흥ㆍ중소기업 육성ㆍ인재 추천 등을 위해 이러한 행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지라도 법적 근거와 절차를 따랐어야 한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대통령의 권한을 이용해 기업의 사적 자치 영역에 간섭한 피청구인의 행위는 헌법상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해 해당 기업의 재산권 및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밀엄수의무 위배와 관련해 헌재는 “특히 대통령은 고도의 정책적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중요한 국가기밀을 다수 알게 되므로, 대통령의 비밀엄수의무가 가지는 중요성은 다른 어떤 공무원의 경우보다 크고 무겁다”며 “피청구인의 지시와 묵인에 따라 최서원에게 많은 문건이 유출되었고, 여기에는 대통령의 일정ㆍ외교ㆍ인사ㆍ정책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정보는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일반에 알려질 경우 행정 목적을 해할 우려가 있고, 실질적으로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으므로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최서원에게 위와 같은 문건이 유출되도록 지시 또는 방치했으므로, 이는 국가공무원법 제60조의 비밀엄수의무 위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 근거…헌재 탄핵인용 결정문 분석
◆ 피청구인(대통령 박근혜)을 파면할 것인지 여부

헌재는 “피청구인은 최서원에게 공무상 비밀이 포함된 국정에 관한 문건을 전달했고, 공직자가 아닌 최서원의 의견을 비밀리에 국정 운영에 반영했다”며 “피청구인의 이러한 위법행위는 일시적ㆍ단편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피청구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때부터 3년 이상 지속됐다”고 말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최서원이 주로 말씀자료나 연설문의 문구 수정에만 관여했다고 주장하지만, 대통령의 공적 발언이나 연설은 정부정책 집행의 지침이 되고 외교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므로 말씀자료라고 하여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더구나 피청구인의 주장과 달리 최서원은 공직자 인사와 대통령의 공식일정 및 체육정책 등 여러 분야의 국가정보를 전달받고 국정에 개입했다”며 “또한 피청구인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 용도로 남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최서원의 사익 추구를 도와 준 것으로서 적극적ㆍ반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국가의 기관과 조직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그 법 위반의 정도가 매우 엄중하다”고 짚었다.

헌재는 “미르와 K스포츠 설립과 관련해 피청구인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했다고 주장하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었던 사항은 거의 없었다. 기업들은 출연금이 어떻게 쓰일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전경련에서 정해 준 금액을 납부하기만 하고 재단 운영에는 관여하지 못했다. 미르와 K스포츠는 피청구인의 지시로 긴급하게 설립됐지만 막상 설립된 뒤 문화와 체육 분야에서 긴요한 공익 목적을 수행한 것도 없다 오히려 미르와 K스포츠는 실질적으로 최서원에 의해 운영되면서 주로 최서원의 사익 추구에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주권 행사를 위임받은 대통령은 그 권한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합법적으로 행사해야 함은 물론, 그 성질상 보안이 요구되는 직무를 제외한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그런데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면서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고 봤다.

또 “피청구인이 행정부처나 대통령비서실 등 공적 조직이 아닌 이른바 비선 조직의 조언을 듣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그때마다 피청구인은 이를 부인하고 의혹 제기 행위만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헌재는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을 때에도, 피청구인은 비선의 국정 개입 의혹은 거짓이고 청와대 문건 유출이 국기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며 “이와 같이 피청구인이 대외적으로는 최서원의 존재 자체를 철저히 숨기면서, 그의 국정 개입을 허용했기 때문에, 권력분립원리에 따른 국회 등 헌법기관에 의한 견제나 언론 등 민간에 의한 감시 장치가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국회와 언론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잘못을 시정하지 않고 오히려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를 단속했기 때문에, 피청구인의 지시에 따라 일한 안종범과 김종 등 공무원들이 최서원과 공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저질렀다는 등 부패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중대한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이 최서원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해 최서원 등의 사익 추구를 도와주는 한편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은폐한 것은, 대의민주제의 원리
와 법치주의의 정신을 훼손한 행위로서 대통령으로서의 공익실현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헌재는 “피청구인(박근혜)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 등이 문제로 대두되자 2016년 10월 25일 제1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했으나, 그 내용 중 최서원이 국정에 개입한 기간과 내용 등은 객관적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진정성이 부족했다”며 “이어진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 피청구인은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고, 검찰 조사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해 피청구인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헌정사상 첫 ‘대통령 파면’ 근거…헌재 탄핵인용 결정문 분석
헌재는 “위와 같이 피청구인은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대신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며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해 피청구인의 이러한 언행을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수호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청구인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봐야 한다”며 “그렇다면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게 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헌재는 “피청구인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한다”고 판시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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