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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두양소근(頭痒搔跟)

2017-02-16 16:00:30

심종기 칼럼니스트
심종기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통치가 두양소근이다. 국민들은 머리가 가렵다고 아우성을 치는데 발뒤꿈치를 긁고 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듯 지금 국가는 국민들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무리 건강한 씨앗도 오염된 땅에 파종하면 그 씨앗은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건강한 씨앗이 건강하게 자라려면 오염되지 않은 땅에 파종해야 한다.
황혼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온갖 아픔을 견디고 수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마지막 황혼 길은 자유이고 싶은 어르신들이 많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원인은 다양한 이유가 있겠으나, 그 다양한 사유의 합집합은 불통, 구속으로부터 해방( 자유), 나는 누구인가? 라는 원초적 자아의 깨달음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황혼이혼의 요구는 남성보다는 여성분들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 이러한 현상이 초래되었을까? 표면적인 이유는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본질적 이유는 구속과 속박으로부터 온전한 자유를 얻고 싶어서 일 것이다. 우리의 엄마, 엄마의 엄마들은 철저하게 자신을 희생하면서 평생을 살아왔다. 가장의 무자비한 폭력에도 자식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오직 인내의 삶을 살았다. 황혼이혼의 가장 큰 원인은 남편의 폭력과 무시와 불통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자식들이 성장함과 동시에 할머니들의 반란은 시작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무늬만 부부였던 관계를 과감하게 청산하는 할머니들이 늘어나고 있다. 할머니들의 반란에 그럴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방통행의 끝은 인과응보이기 때문이다.

할멈과 할아범은 50년 전 그 아버지들의 결정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할멈은 시부모 공양과 남편의 뒷바라지와 아이들 양육에 평생을 허리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살았다. 남편은 노름꾼에, 폭력에, 주색질로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가장의 도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의 권위만을 앞세워 무소불위의 독재 권력을 행사했다.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아이들을 잘 키워 시집장가를 보낸 후 할아범에게 이혼을 청구했다. 할아범은 길길이 날뛰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 이혼할 수 없다고….그러면서도 여전히 바람을 피웠다. 할멈의 존재는 대등한 부부관계가 아니라 주인의 수족역할을 하는 종으로 평생을 대했다.

할아범은 언제나 일방통행이었다. 사람이 같은 언어로 말을 하는데도 전혀 소통이 되지 않았다. 할아범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할멈의 말은 새겨듣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범은 모처럼 인심을 쓴다며 50주년 결혼기념일날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할멈 머리에 던져 놓고는 할멈이 별 심부름을 다 시킨다고 소리를 꽥 지르면서 방문을 처닫고 나가버렸다.

며칠 전 할멈은 할아범에게 평생 처음으로 부탁을 했다. 결혼 50주년(금혼식)이니 작은 선물하나 사줬으면 좋겠다고…수제 구둣방에 가서 편안 신발 하나 맞추어 주었으면 좋겠다고…할멈은 지나친 노동으로 인하여 류마티스 관절염에 걸렸고, 특히 발이 오그라들고 튀어나와 일반 신발은 매우 불편한 상태였다.

자신의 발모양에 맞는 신발을 결혼 50주 년에 남편으로부터 받고 싶었던 할머니였다. 할멈은 할아범이 퉁명스럽게 내던진 검은 비닐봉지를 살펴본 후 가슴을 쥐어뜯으며 대성통곡을 했다. 비닐봉지에 든 것은 재래 시장에서 파는 싸구려 신발이었다. 발이 몹시도 불편하여 일반신발은 도저히 신을 수 없어 50년 만에 처음 부탁한 것인 데…할멈은 마지막 미련을 털어냈다. 할아범은 항상 이런 식 이었다. “머리가 가려운데 발뒤꿈치를 긁는 격”이었다. 자신의 생각대로만 독불장군처럼 살아온 할아범에겐 할멈에 대한 배려는 아예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頭痒搔跟(두양소근)’ 이라는 말이 있다. ‘머리가 가려운데 발뒤꿈치를 긁는다’는 의미다. 무익한 일을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기도 하지만 ‘불통’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일방 통행식 소통이 바로 ‘불통’인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머리가 가렵다고 아우성인데 정치권은 여전히 발뒤꿈치를 긁고 있다. 오호통재(嗚呼痛哉), 오호애재(嗚呼哀哉)로다.

심종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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