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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복(福)도 많은 민주당”

2016-11-15 09:20:11

[칼럼] “복(福)도 많은 민주당”
지난 12일, 박근혜-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대거 모였다. 모인 시민의 숫자만 100만 명 이상이라고 추정될 정도였으며 실제로 광장 일대에는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여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그리고 그 일이 있고난 2일후인 14일에, 제1야당의 당대표는 뜬금없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담을 제의했다가 취소하는 소동이 있었다.

이번 소동은 현재까지 제1야당이 보여준 여러 형태의 어설픈 정치적 행보 중 백미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회담을 제의하고 취소하기까지 반나절의 시간 동안 다양할 설(說)들이 횡행했었다. 어찌됐든 박근혜-게이트로 잘 차려진 정치적 입지를 두고도, 제1야당이 보여준 모습은 ‘한심하다’라는 단어만으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는 최근에 중도층 흡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박근혜-게이트는 중도충은 물론이고 보수층까지(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을 매우 충실하게 지지했던 보수층까지) 분노를 멈출 수 없게 할 정도의 큰 사건이다. 이처럼 이념적 계층의 구분 없이 대통령에게 분노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참으로 한가해 보인다.

현재 상태에서 중도층 흡수를 하겠다면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며 국민들이 외치는 ‘대통령 하야’에 적극 앞장서는 것이 가장 놓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 했다면 아마도 보수층은 몰라도 중도층은 이미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지지해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루가 다르게 말을 바꿔가면서 어정쩡한 입장을 계속 견지하고 있는 것인지 딱해 보인다.

오히려 중앙정치(여의도 정치)와는 거리가 있었던 민주당 소속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소신 있는 행보가 눈에 뜨일 정도이다. 그들은 박근혜-게이트가 불거진 시기의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대통령 하야 등을 주장하면서, 그동안 수차례 입장을 바꿔온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의 메시지에 비해서 선명함을 보여주었다.

만약에 지금 당장 대통령이 하야를 한다면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진행해야 한다. 이리되면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는 대선출마가 불가능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 등 현재 잠재적 대권주자라 불리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자신들의 대선을 걱정하기보단 국민의 분노와 함께하며 올바른 대한민국을 위해 외치고 있다.
그런데 이른바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는 대선 지지율 1위에 문재인 전 대표나 민주당은 역풍 걱정이나 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저항에 적극적으로 함께하지 않는 것에 대한 또 다른 역풍을 걱정하며 100만 시민이 함께하는 광장에서 겨우 발 하나를 담그고 있을 뿐이다. 과연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우리나라 야당과 그 야당의 대선주자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이다.

정치와 권력의 관계에 대한 필자의 짧은 철학을 얘기해보자면, 정치인은 가장 높은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런 기회가 있을 때 그 권력을 지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치인이든 ‘나는 지자체장 정도가 내 그릇’이라고 자중하며 대권을 바라지 않는 정치인은 없다. 그 점은 박원순 시장과 이재명 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민주당처럼 어정쩡한 입장으로 있지 않았다. 그 두 사람의 생각에는 대선을 포기하고 각자 서울시장 3선과 성남시장 3선(혹은 도지사) 등으로 정했을지는 모르지만, 필자가 앞서 말했듯이 정치인이라면 더 높은 권력을 지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어쩌면 대권의 기회가 이후에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음에도 두 사람은 그런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혹자는 그들의 행보자체가 고도의 정치 공학적 행보라고도 하지만, 그렇다면 문재인 전 대표나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그런 정도로 훌륭한 정치 공학적 행보를 하지 못하는 무능을 탓해야지 박원순, 이재명을 탓할 것이 아니다. 만약에 그들의 소신 있는 행보가 설사 정치 공학적이라고 하더라도 필자는 그런 정도의 정치공학이라면 꽤나 괜찮은 전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정치적 위기 때 마다 정계은퇴 약속을 수차례 하였음에도 은퇴는 하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간 문 전 대표보다 그 두 사람이 몇 백배는 낫다. 또한 박근혜-게이트 이후로 대통령을 향해 제안조건을 매번 바꾸면서 이런 호기로운 시기에 정국주도는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통령이 주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민주당보다도 그들이 훨씬 낫다.

그런 정치인들이 민주당이라는 무능하고 협소한 틀에 있다는 것이 희한해 보일 정도이다. 어찌 보면 민주당은 그들이 있어서 겨우 면피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복도 많다.

‘선거 기획과 실행’의 저자. 칼럼니스트 김효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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