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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대법원장 사과와 법원장회의 법조비리 근절 대책 실망”

2016-09-07 08:16:57

[로이슈 신종철 기자]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6일 부장판사가 억대의 금품 수수로 구속된 사건과 관련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내놓은 법조비리 근절 대책에 대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이날 변협은 <대법원장 사과에 대한 논평>을 통해 “대법원장은 법원장회의에 앞서 법원장과 법관들을 대상으로 자성과 사과의 말을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발표했어야 한다”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대법원장이 국민들 앞에 겸허히 고개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발표에서 법관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몇 가지 대책이 제시되긴 했으나, 법관의 부정을 예방하고 전직 법관의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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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은 “정운호 사건은 법관이 사건당사자인 정운호(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이 원인이 됐으므로, 법관이 사건당사자 등과 접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접촉 시 이유 불문하고 그 자체만으로 징계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우리나라의 사법제도가 법관의 부패를 방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사법제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개혁할 것을 선언함과 동시에 조속히 개혁 작업에 착수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오늘 대법원장의 사과는 형식에 맞지 않고, 전국 법원장회의의 대책도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 양승태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법관들에게는 ‘청렴성’ 강조

한편,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날 대법원에서 개최한 전국 법원장회의에서 “전국의 법원장 여러분, 현직 부장판사가 법관의 직무와 관련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구속된 일로 인해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이 모임을 열고 있다”며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고, 그 사람이 법관 조직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중견 법관이라는 점에서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감은 실로 참담하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한 법관의 잘못된 처신이 법원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모든 법관의 긍지와 자존심을 손상시키고 있다”며 “더구나 작년에 이어 다시 이 같이 일이 거듭돼 법관 전체의 도덕성마저 의심의 눈길을 받게 됨으로써 명예로운 길을 걸어가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온 모든 법관들이 실의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 동안 묵묵히 사법부를 향해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보내면서 법관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되기를 절실히 기대하고 믿어 온 국민들일 것”이라며 “이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일이 상식을 벗어난 극히 일부 법관의 일탈행위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해서도 아니 되고, 우리가 받은 충격과 상처만을 한탄하고 벗어나려 해서도 안 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끄럽고 송구스러운 마음일지언정 이 일이 법관 사회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로 먼저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고, 깊은 자성과 절도 있는 자세로 법관의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사법부를 대표해 이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사과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사진-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양승태 대법원장(사진-대법원)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관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전국의 법관 여러분, 청렴성은 법관들이 모든 직업윤리 가운데서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가치”라며 “우리의 사표, 가인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부정을 범하는 것 보다 굶어 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라고 갈파하신 것과 같이, 지금까지 모든 법관들은 청렴성을 생명처럼 여기며 직무를 수행해 왔고 청렴성에 관한 한 한 치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과 긍지를 지녀 왔다”고 말했다.

또 “청렴하지 않은 법관이 양심을 가질 수 없고, 양심이 없는 법관이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다”며 “청렴성을 의심받는 법관의 재판은 아무리 법리에 부합하는 결론을 낸다 해도 불공정한 재판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관에게 청렴성은 다른 기관에 있어서의 청렴성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것은 법관의 존재 자체와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청렴성이라는 가치를 생명처럼 지켜왔기에 과거 법원은 적어도 청렴도에 관한 한 다른 기관에 비해 높은 신뢰를 받아 왔고 그것이 우리의 자랑이요 긍지였다. 그러한 긍지가 최근 계속되는 몇몇 법관의 일탈행위로 말미암아 추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청렴성에 대한 신뢰는 깨지기 쉬운 얇은 유리와도 같이 사소한 부주의나 불찰에 의해서도 쉽게 금이 간다”며 “법관이 일상생활 중에서 항상 처신을 조심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양 대법원장은 특히 “하물며 자신이든 다른 법관이든 그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는 행위는 법관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러한 일이 한 번이라도 법관 사회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예리한 눈으로 우리 내부를 꼼꼼히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우리가 하는 재판의 정당성이 상실될 뿐만 아니라 법관의 존립 기반 자체도 흔들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전국의 법관들에게 양승태 대법원장은 “묵묵히 열심히 근무해왔던 법관들이 이번 일을 접하면서 느꼈을 큰 충격, 자신이 한 재판의 공정성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대한 자괴감과 억울함에 대해서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며 “비록 재판은 법관 각자가 담당해 행하는 것이지만, 국민들이 인식하는 법원은 모든 재판결과와 경험이 녹여져 들어 있는 하나의 법원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따라서 어느 한 법관의 일탈행위로 인해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면 그 영향으로 다른 법관의 명예도 저절로 실추되고 만다”며 “동료 법관의 잘못된 처신으로 직무에 의혹이 제기될 때 그 의혹의 눈길은 자신의 직무에도 똑같이 쏟아진다. 동료 법관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위기가 찾아 왔을 때 타인의 일처럼 바라만 볼 수 없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봤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우리는 힘을 다해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법관으로서의 명예를 지키는데 발을 맞추어야 할 것이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직무윤리에 있어 이완된 분위기가 법관 사회에 자리 잡지 못하도록 서로 격려하며 나아가야 한다”며 “법관 수가 3,000여 명에 육박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법원에서 고귀한 명예의식과 직업윤리에 관한 굳은 내부적 결속 없이는 앞으로 계속 위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 대법원장은 “ 청렴성에 관한 신뢰 없이는 사법부의 미래도, 법관의 명예도 없다”며 “법관은 헌법에 의해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는다. 이는 법관이 자기 통제를 충실히 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제 우리가 그에 대해 해답을 내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끝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충격을 안겨 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사과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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