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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대법원 ‘야쿠르트 아줌마’ 근로자 부인…퇴행적 판결”

2016-08-25 11:19:27

[로이슈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4일 전동카트를 끌고 다니면 유제품 등을 판매하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민변 노동위원회(위원장 김진 변호사)는 이날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한 대법원의 퇴행적 판결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먼저 대법원 제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은 24일 한국야쿠르트의 위탁판매원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인 A씨가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 등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원고와 같은 위탁판매원들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국야쿠르트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볼 수 없고, 회사가 위탁판매원들에게 근무복을 제공하거나 적립형 보험의 보험료 및 상조회비 중 일부를 지원했다 하더라도 이는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일 뿐 근무상의 어떠한 지시나 통제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춰 원심은 판단은 정당한 거승로 수긍할 수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의 잘못이 없다”고 상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 대법원 “모든 유제품 위탁판매원에 적용되는 건 아닌 점에 유의할 필요”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판단기준에 관한 종전 판례의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사실관계에 비추어 원고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 판결로서,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의 근로자성에 관한 첫 대법원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개별적인 사안에서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하므로, 이 판결이 모든 유제품 위탁판매원이나 유사직역 종사자에게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민변 “대법원 ‘야쿠르트 아줌마’ 근로자 부인…퇴행적 판결”이미지 확대보기
이에 대해 민변은 “대법원의 퇴행적 판결에 큰 실망을 표하며,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불안정하고 열악한 지위를 간과하고 2006년 이후 조금이나마 개선됐던 근로자성 관련 판례 법리를 역행한 것임을 지적하고자 한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민변은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새로운 설시를 하지 않은 채 하급심을 그대로 승인해 상고기각 판결을 했고, 출퇴근 시간, 수수료 지급 형태 등을 주된 근거로 삼은 다음,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은 점도 사유로 언급하면서, 야쿠르트 위탁판매원의 근로자성을 부인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그러나 이는 대법원이 2006년 12월 7일 시간강사 판결(대법원 2004다29736)에서 근로자성의 판단지표를 구체적 지휘ㆍ감독에서 ‘상당한’ 지휘ㆍ감독으로 바꾸고, 취업규칙 적용 여부에 대해서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이 요소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여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기준을 완화한 흐름에도 역행하는 기준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여전히 현실의 다양한 취업, 고용형태 및 그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화석화된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노동법 적용을 면하고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비전형적 고용 형태가 사회전체로 확대되고, 일자리는 점점 더 불안정하고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인데도, 법원이 여전히 사회ㆍ경제적 종속성의 문제와 근무형태의 실질에 눈 감으며, 드러난 형식에 따라 노동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변칙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내몰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집중 직종(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원, 학습지교사 등)에 대해서는 이를 마치 여유로운 부업이라도 되듯 부수적이고 이차적인 것으로 취급하면서 근로자성을 쉽게 부인하는 선입견이 이번 판결에도 그대로 투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변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노동법상 사용자책임을 회피하는 사용자의 탈법에 면죄부를 줘 왔던 법원이, 진전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2006년 이후 판례 흐름보다도 못한 판결로 다시 한 번 큰 실망을 줬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부디 이러한 퇴행을 중단하고, 노동관계의 실체를 진지하게 탐구해 ‘계약의 형식보다는 그 실질에 있어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스스로의 기준을 제대로 적용할 것을 간절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신종철 기자 sky@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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